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저

  • 499호
  • 기사입력 2022.09.16
  • 취재 박창준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2179

‘확신과 용기를 얻고 싶다면’

살아가는 데에는 누구나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 도전, 행복 등 그 용기의 대상은 다양한데, 사람들은 그러한 용기를 책으로부터 배우기도 한다. 책 ‘미움받을 용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은 베스트셀러다. 미움받을 용기는 보통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데, 이 때문에 최근 양산되는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라 오해하기 쉽다. 이 책의 이야기는 청년과 한 철학자의 문답 형식으로 전개된다. 책은 한 철학자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던 청년이 그에게 찾아가 그의 낙관적인 이야기에 대해 따져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철학자는 아들러의 개인심리학과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청년과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 행복해질 용기

청년은 철학자에게 자신의 친구에 대해 묻는다. 친구는 몇 년째 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밖으로 나오길 간절히 원하고 있으나 이를 두려워하여 그러지 못하고 있다. 청년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것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한 일종의 트라우마이거나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 때문일 수도 있을 거라 말하며 해결책을 구한다. 이때, 철학자는 아들러의 목적론을 가지고 온다.

{다시 말해 그 친구에게는 ‘바깥에 나갈 수 없다’라는 목적이 먼저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불안과 공포 같은 감정을 지어내는 거지. 아들러의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목적론’이라고 한다네. (중략)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은 두통을 겪거나 심한 복통에 시달리기도 하지. 하지만 그런 증상도 마찬가지로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어낸 거라네.}

그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사건들에 의해 현재가 이럴 수밖에 없다’는 원인론적인 생각을 버리고 인간을 변할 수 있는 존재로 설정해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이도록 하는 목적론을 택하라고 이야기한다.

 

친구에 대해 물은 청년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자신의 또다른 친구 Y는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해바라기 같은 친구인데, 자신은 삐뚤어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은 그 친구처럼 되고 싶다고 토로한다. 이에 철학자는 아들러의 말을 인용하며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첫번째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자네가 Y나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주어졌는가’에만 주목하기 때문일세. 그러지 말고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주목하게나. (중략) 바로 지금의 생활양식을 버리겠다고 결심하는 걸세. 이를테면 방금 전에 자네는 “만약 Y처럼 될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네. 그런 식으로 “만약 ~였더라면”이라고 하는 가능성 속에 사는 동안에는 절대 변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자네는 변하지 않을 핑계로 “만약 Y처럼 될 수 있다면”이라고 말한거니까.}

 

 

철학자는 아들러 심리학의 생활양식(life style)이라는 개념을 ‘삶에 대한 사고나 행동의 경향’으로 소개한다. 또한, 생활양식은 일반적으로 타고난 성격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바꾸는 것이 가능한 그저 하나의 세계관이며, 청년에게 기존에 가진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활양식을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라 조언한다. 철학자는 일생동안 익숙해진 생활양식을 바꾸는 데는 누구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행복해질 용기’이다.

 

♠ 미움받을 용기

청년은 타인의 인정을 위해 반듯한 삶을 사는 것처럼 타인은 자신의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고 말한다. 이후 누군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을 때의 기분을 묻는 철학자의 질문에 청년은 자신의 행동을 되짚으며 무엇을 잘못한 것일지 고민하고 괴로워했다고 답한다. 철학자는 이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인정욕구는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답하며 돌멩이의 예시를 통해 그러한 삶이 진정한 자유인지 되묻는다.

(타인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인간에게 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며 충동일세. (중략) 그러면 그런 경향성에 이끌린 채, 다시말해 욕망이나 충동에 이끌려 사는 것,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는 돌멩이처럼 사는 것이 ‘자유’일까? 그렇지 않지. 그런 삶은 욕망과 충동의 노예가 될 뿐이라네. 진정한 자유란 굴러 내려가는 자신을 아래에서 밀어 올려주는 태도가 아닐까?}

 

 

철학자는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수 없다”라고 말한다. 즉, 그에 따르면 타인이 나를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다. 물론, 상대가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나의 과제지만, 실제로 상대가 나에게 취하는 태도는 내가 개입할 수 없는 그저 상대의 과제일 뿐인 것이다.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고 온전한 자유를 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움받을 용기’다.

 저자가 역설한 ‘미움받을 용기’는 무턱대고 남에게 미움을 받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타인과 공존하며 각자 자신의 삶을 사는 와중에 혹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물론 그것은 본능적인 욕구를 거스르는 것이기에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의 표현처럼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가는’ 노력은 할 수 있더라도 거기서 물을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는 말의 과제이다.


알프레드 아들러

 이처럼 책 ‘미움받을 용기’는 사람이 살아가며 가져야 할 여러 종류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문답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쉽게 읽힌다는 점, 아들러의 심리학과 그의 사상을 곁들여 조언하는 책이라는 점 등은 이 책을 읽기 좋은 자기계발서로 만들어 주었고, 저자는 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복잡한 고민들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책 속의 청년이 되어 철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