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맹자 저

  • 489호
  • 기사입력 2022.04.12
  • 취재 박창준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1748

- 클래식을 맛보고 싶은 당신에게


하루를 보내며 지나치는 많은 영상과 글, 1분 내의 짧은 동영상부터 긴 호흡의 영상까지. 우리는 짧고 강한 매체의 자극에 반응한다. 그러나 이 중 100년, 혹은 1000년이 지나도 인간의 곁에 머무르며 큰 깨달음과 영감을 줄 영상과 책이 있을까?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뚫고 몇 세대를 넘는 시간까지 전해져 훌륭한 작품으로 남는 것들을 고전이라 일컫는다.


‘고전’하면 떠오르는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플라톤의 ‘국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밀의 ‘자유론’, 공자의 ‘논어’ 등 수많은 책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만나볼 책은 맹자의 ‘맹자’다.


기원전의 세상을 살았던 맹자와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경전 ‘맹자’는 지어진 지 200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고전 중 하나다. 다른 고전에 비해 문장이 비교적 쉽게 쓰여 있어 읽기 좋은 ‘맹자’는 직설적인 맹자의 말 덕분에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맹자’의 중요한 대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맹자와 제선왕 이야기가 있다.

 

- 맹자와 제선왕

‘맹자’에서 제선왕과 맹자의 대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제선왕이 “과인과 같은 사람도 백성을 잘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왕도정치에 대한 자신의 가능성을 묻자, 맹자는 “할 수 있습니다”라며 제선 왕도 왕도정치를 충분히 펼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어느 날 제물로 바쳐지는 소가 불쌍히 끌려가는 모습을 본 제선왕은 죄 없는 한 생명이 죽으러 끌려가는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해 소 대신 양을 제물로 바치라 명령한다. 이때,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양은 안 불쌍한가?”라며 제선 왕의 결정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당연하게도 양 또한 소와 다를 바 없는 죄 없는 생명체이기에 소 대신 양을 바치는 것은 정당하지 않아 보인다. 이때, 맹자는 이를 두고 “왕께서 소와 양을 차별하신 것은 소는 직접 눈으로 보았지만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즉, 바로 눈앞의 대상에게 어진 마음을 베푸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어 왕의 은혜가 금수에 미칠 정도로 충분하여 결국 제선왕도 마땅히 왕도정치를 행할 수 있는데, 이를 백성에게도 확대하여 펼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어 맹자는 조언한다. “왕께서는 영토를 넓히고 제후들의 복종을 받아내어 천하에 군림하고 싶으실테지요.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써 그러한 소원을 이루시길 바란다면 이는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연목구어(緣木求魚)의 유래). 왕께서 훌륭한 정치를 하고 어진마음을 베푸신다면, 천하의 벼슬하는 자들을 모두 왕의 조정에서 벼슬하고 싶게 하고, 농사짓는 사람들을 모두 왕의 들에서 농사짓고 싶게 하며, 장사꾼들을 모두 왕의 시장에서 물건을 쌓아두고 장사하고 싶게 하며, 여행하는 자들을 모두 왕의 나라의 길을 통해 나가고 싶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자기 군주를 원망하는 모든 백성들이 모두 왕에게 달려와 하소연하고 싶게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된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맹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물론 제선왕은 궁극적으로 양에게도 소에 대해 발휘했던 측은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맹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가장 가까이 있는 대상에게 자신의 선한 마음을 베푸는 것이 큰 정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왕도정치는 많은 왕이 패도로써 얻고자 했던 바를 뛰어넘는 차원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자연히 왕의 어진 정치를 따르는 세상이다.


‘맹자’에는 대부분 맹자나 제자의 대화들이 짧은 글로 엮여 있다. 그러나 그 짧은 대화 속에는 책 한 권을 다 써도 부족하지 않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인터넷 세상 속 짧은 글에 얕은 의미를 얻게 되는 요즘, 우리는 짧은 시간 글로 읽어도 충분한 자료들마저 동영상으로 쉽게 때우곤 한다. 휴대폰을 끄고 클래식한 책을 맛보고 싶은 당신이라면, 그 과정에서 소소한 깨달음을 얻고 싶은 당신이라면, 이 한권의 책과 함께 맹자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 제선왕과 소의 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