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 필요 없는<br> 독버섯 이야기

무서울 필요 없는
독버섯 이야기

  • 347호
  • 기사입력 2016.05.11
  • 취재 이지원 기자
  • 편집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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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현 약학대학 교수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 야산, 숲속 여기저기 구석진 곳에 청순하고 순수한 자연의 색깔을 가진 버섯이 많습니다. 우산 모양으로 귀엽게 피는 버섯은 최근 다양한 실험 연구 결과 항종양과 면역 조절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노화 억제, 신체리듬 조절, 성인병 예방, 항암 작용 등의 효능도 밝혀져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 판매대에서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쉽게 접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안에서 버섯은 분해자입니다. 죽은 동식물의 사체를 썩혀 환원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자연을 깨끗이 합니다. 이 때문에 자연의 청소부라 불리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식량으로서 대지의 음식이라 불립니다. 이렇듯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사람들에게 식품으로도 중요한 생물임에도 많은 사람이 버섯을 하찮은 생물로 여깁니다. 특히 사람들은 버섯을 먹을 수 있는지의 여부로만 구별합니다. 먹지 못하는 버섯은 무조건 독버섯으로 취급하고 두려움과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지난 수십 년간 야생 버섯을 함부로 채취해 먹다가 독버섯 중독 사고로 사망하거나 각종 합병증을 앓기도 했습니다. 이는 더욱 독버섯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독버섯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사람과 동물의 생명이나 건강에 해로운 성분을 가진 버섯을 독버섯이라고 합니다. 해로운 성분이라도 독성분의 질과 양에 따라 해로운 정도가 다르고 사람과 동물의 종류에 따라 그 영향이 달리 나타납니다. 독버섯은 독성분만 가진 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성분도 갖고 있습니다. 독성분을 갖고 있더라도 아주 적은 양은 사람에게 해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아주 적은 양이지만 청산가리 같은 성분으로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독버섯이 독성분을 갖고 있다고 모두 사람과 동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버섯 구별법으로 빛깔이 울긋불긋 아름다우면 독버섯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잘못된 사실입니다. 색깔이 화려한 것 중에도 아주 맛있는 식용 버섯이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버섯 가운데에 아주 치명적인 독성분을 가진 버섯도 많이 있습니다. 버섯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야생 버섯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너무 당연합니다. 독버섯은 자연 생태계에서 발생했다가 금세 사라져야 할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이며 인간이 충분히 그 가치를 잘 이용해야 될 소중한 천연자원임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한국 버섯은 정확히 몇 종인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2만 5,000종의 버섯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600여 종이 자생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 중 식용 가능한 버섯은 약 400여 종, 독버섯은 160여 종, 나머지는 대부분 식용 불명입니다. 대부분 독버섯일 확률이 높습니다. 식용 버섯으로 알려진 버섯들도 불과 20~30여 종만 식용되고 이용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국내 자생 버섯 연구는 거의 안 된 상황입니다. 더욱이 한국 자생 버섯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버섯 (식용 불명 버섯을 포함)의 독성 성분 및 유효 성분들의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고 신약이 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고자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버려지고 피해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독버섯의 독성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왜냐면, 인류는 지금까지 자연에 존재하는 독성물질을 이용해 의약품으로 개발해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악영향을 주더라도 독성물질은 생물체 및 생물체의 대사 과정에 강한 영향을 주는 물질입니다. 1537년 Paracelsus (1493-1541)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sola dosis facet venenum" "농도가 독을 결정한다" 혹은 "모든 것이 독이고 독이 아닌 것은 없다", "농도만이 그것의 독성을 없게 할 수 있다" 등으로 해석됩니다. 독성 물질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충분히 의약품으로의 응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버섯은 참 재미있는 생물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한곳에 생활하는 것을 보면 식물 같지만, 엽록소를 갖고 있지 않아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므로 엄밀히 식물은 아닙니다. 식물이 만들어 놓은 영양분을 먹고 살지만, 동물처럼 여기저기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아닙니다. 즉 식물과 동물의 중간에 해당합니다. 버섯의 재미있는 점은 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식물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진화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다양한 식물의 대사물질을 버섯만의 또 다른 독특한 물질로 변환시켜 그들만의 영양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버섯 중에서도 독버섯의 독성성분은 자신을 다른 동물, 유해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버섯의 자기방어 물질입니다. 그것은 아주 독특한 물질입니다. 이들을 잘 이용하면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이러한 믿음과 가능성으로 현재까지 많은 한국의 자생 독버섯을 채집하고 확보했습니다. 그들의 성분을 연구하여 의약품으로 개발하고자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독버섯을 우리가 연구하고 그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일을 하겠습니까? 독버섯을 연구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강력한 독성성분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이 생기거나, 독버섯의 독성 성분으로 환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환각 작용이 있는 독성 성분은 냄새를 맡기만 해도 온종일 졸리거나 기분이 몽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숨겨진 보물 같은 의약적인 활성을 가진 독성물질을 찾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흥분과 기대감을 주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연구실에 30종이 넘는 다양한 한국 자생 독버섯 시료를 확보하여 꾸준히 연구 중입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신규 천연물질이 아주 많이 숨겨져 있어 그들을 찾아서 보고 하였으며, 뛰어난 항암 활성, 항염증 활성을 보이는 수많은 물질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몇몇 화합물은 아주 뛰어난 항암 활성을 보여서 그들의 기전 연구와 임상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항암제 개발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 할 예정입니다.

저는 약학대학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을 연구하는 연구자입니다. 자연에 모든 해답이 있다고 믿고 자연을 관찰하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하찮은 작은 생물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요즘 우리의 지구가 많이 힘들어합니다. 아니 많이 화가 난 듯합니다. 지구 곳곳에 자연재해가 나고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매일 매일 바쁜 삶이지만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는데 조금만 더 다 같이 신경을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