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성균인이 되기를

소통하는 성균인이 되기를

  • 367호
  • 기사입력 2017.03.13
  • 취재 김규현 기자
  • 편집 김규현 기자
  • 조회수 7549

글 : 김소영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나는 가족들과 딸기 따기 체험을 하려고 한 번 방문해본 곳이 수원이다. 그런 내가 수원에서 교편을 잡고 거주한지 어느 덧 8년이나 됐다.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려고 7년 동안 한 학교에서 공부했고 교편까지 잡았으니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는 인생에서 가장 오래 몸담은 곳이 되었다. 매년 3월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새로운 각오도 다져보고 뭔가 새로운 학생들도 만난다는 살짝 설레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성균관대학교가 특별히 느껴지는 올해, 그리고 활기찬 새 학기 시작 직전에 원고 청탁을 받게 되었다. 뭔가 멋진 주제는 잘 떠오르지 않고 누구보다 드라마틱하게 살지 않아서 또는 앞만 보고 달리듯이 아주 열심히 살지는 않아서 공유할 모험담 또는 성공담이 있지도 않은데... 간단히 최근에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만 써보기로 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대학원에서 어떤 세부전공을 더 공부할지, 어떤 직업을 택할지, 어느 회사의 어느 부서로 갈 지 미래에 만나게 될 선택을 앞두고 어느 때의 학생들보다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고민은 정말 많이 하는데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인생에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자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그 당시 인기가 좋은 것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또는 동기들이나 바로 위 선배들이 하는 말에 너무 솔깃해 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20년이 지나고 보니 그 당시에 전망 있던 전공분야를 선택했다 해도 그 분야가 계속해서 각광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필자의 과 동기 중에 나름 소신껏 인기는 없지만 공부해 보고 싶은 연구 분야의 연구실로 진학했다. 연구실 바로 위 선배들이 자신들의 얕은 지식으로 이 분야는 전망 없다는 말에 더 이상 학업을 하지 않았다. 그 전망 없다고 한 분야는 현재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중심 기술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어떤 전공과 진로를 선택하건, 자기가 하면서 보람과 흥미를 느끼는가가 판단 기준이 되고, 일단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끈기와 열정으로 오랫동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요즘 교육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가장 특징적인 성향으로 화두가 되는 “Grit=열정+끈기”, 다른 말로 마음의 근력이다.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하고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초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전망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세상일은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고, 내림이 있으면 오름이 있어 무엇을 하나 선택했다고 보장되는 미래도 없다. 그런 상황일수록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 열정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것은 학교에 있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 해보는 경험을 쌓아 보라는 것이다. 연구년에 아이가 외국에서 학교 다니는 것을 보니, 학교에서 개인과제보다 팀을 짜거나 짝을 지어 프로젝트를 수행시키는 일이 많았다. 파트너를 자기가 고르지 못하고 선생님이 지정해 주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차라리 혼자 했으면 문제없이 금방 했을 것을 고집스럽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파트너를 만나, 주어진 수업시간에 다 못해내고 보충 수업 시간에 불려가서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운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선생님이 종종 아이들을 교육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가장 성향이 다르거나 친하지 않은 아이들을 팀으로 묶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 팀으로 프로젝트를 할 일이 많다. 팀원을 자기가 고를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배정된 팀원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대학원에 와서도 연구실 학생들과의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와 성향이 잘 안 맞는 팀원도 있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구성원을 만나게 된다. 이런 경우, 자기와 안 맞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그런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원들의 협력을 이끌어 업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융합적 지식이 요구되는 일이 점점 많아져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협업해야 할 일이 학생들 시대에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반복 학습과 문제 풀이, 성적으로 경쟁과 줄 세우기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자란 탓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팀워크에 준비가 별로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비록 학생들이 받았던 교육이 이런 면을 준비시켜 주지 않았지만, 대학교•대학원 생활을 하는 동안이라도 폭넓게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 동아리 행사나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능력을 키워보기를 권하고 싶다.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소양을 가진 우리나라의 미래에 기여하는 일원들이 되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