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장의 사진속 이야기

두장의 사진속 이야기

  • 379호
  • 기사입력 2017.09.13
  • 취재 김규현 기자
  • 편집 김규현 기자
  • 조회수 4903

글 : 윤홍식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첫번째 이야기, 진정한 리더십

재난관리의 리더십을 이야기 할 때, 다음의 사진 한 장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CNN방송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의 사진작가를 소개하는 특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인 피트 수자를 소개했다. 이 방송에서 CNN은 수자가 찍은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당시 상황실 상황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이 2011년 5월 2일 실행한 작전명 “오퍼레이션 넵튠 스피어(Operation Neptune Spear)”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으로 CIA가 작전을 주도하고, 미 해군의 최정예 대테러 특수부대인 DEVGRU(미해군특수전개발단) 대원 25명이 투입된 작전이다. 미국은 이 작전을 통해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어져온 지리멸렬한 싸움을 끝내고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에 성공했다.

사진에는 왼쪽부터 조 바이든 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공군준장 마셜 웹 장군, 데니스 맥도너 국가안보 부보좌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웹 장군 뒤에 제복을 입고 서있는 합동참모의장 마이크 멀린 제독이 보인다. 이 사진에는 미국 연방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좁은 방에 모여 있고 모인 인물 중 가장 계급이 낮은 마셜 웹 공군준장의 작전지휘를 지켜보는 독특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마셜 웹 공군준장 옆에 쪼그려 앉아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은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국의 군사작전을 참관하는 자리에서 제일 상석이 아닌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조용히 참관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전을 전개했다면 아마 대통령과 마셜 웹 장군의 자리가 바뀌어 있거나 마셜 웹 장군은 아예 그 자리에 참석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분야에 계급에 관계없이 전문가를 리더로 하는 미국의 합리적인 문화를 이 한 장의 사진은 잘 보여 주고 있다.

재난관리에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재난 전문가가 리더가 되는 ‘재난 리더십’이다. 이때 리더는 재난상황과 조직, 재난자원 및 정보 등에 관하여 정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람 뿐 아니라 많은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재난현장의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재난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지위가 아닌 상황에 적합한 전문가가 리더가 되는 사회문화의 필요성에 대해 재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자전거위의 父子


몇 년 전의 일이다. 아침 6시반 이면 출근버스를 타기 위해 약 20분 정도를 걸어서 다니곤 했다. 하루는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출발해 걷고 있는데 내 옆을 지나가는 자전거 한 대를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자전거 뒤에 어른을 태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아닌가?

호기심이 생겨 자세히 보니 뒤에 탄 어른은 한손으로는 어린 아이의 허리를, 나머지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붙든 시각장애인이었다. 아마도 어린 아이의 아버지인 것 같았다. 어린 아이는 힘든 줄도 모르고 페달을 열심히 굴러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왔던 길을 홀로 되돌아갔다.

이튿날, 어제 보았던 감동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침부터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다. 어제처럼 그 자전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역시나 어제의 그 아이가 뒷자리에 여전히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태우고 구슬땀을 흘리며 지나갔다. 나는 미리 준비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이는 어제처럼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지하철역의 개찰구까지 동행한 후에 왔던 길을 홀로 씩씩하게 되돌아갔다. 아이의 능숙한 부축과 행동들은 하루 이틀 아버지의 출근길을 함께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만큼 멀어져가는 자전거를 보면서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요즘과 같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의 부끄러운 면을 보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종종 가난한 부모를 부끄러워하고 몸이 불편한 아이를 숨기는 행태들을 뉴스로 접하면서 세상의 각박함에 얼마나 가슴 아파했던가. 그러나 이른 아침에 마주한 저 아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아침의 단잠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페달을 밟아 나아가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당하게 페달을 밟아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