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길 찾기

  • 497호
  • 기사입력 2022.08.12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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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재석 유학대학·학부대학 교수




# 유한한 삶이 주는 성찰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종종 착각錯覺과 망각妄覺을 하곤 한다. 착각은 마주한 대상을 실제와 다르게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고, 망각은 알고 있던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청년 대학생들에게 ‘나의 생은 앞으로 얼마나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대부분 40년 혹은 60년이라고 답한다. 평균 수명에 따라 그렇게 셈했을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수명이 2030년도에는 81.9세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의 장수국가가 된다고 한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해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80여년이 더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다. 정확한 답변은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일 것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평균수명은 그저 수명에 대한 인구의 평균치일 뿐이고, 개별적인 상황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세상과 이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120세 천수天壽까지 누리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장수를 누린 사람은 있었지만,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영생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죽음이 나와는 무관한 일이고, 인생은 삼세판이 가능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망각하고 시간을 허비한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 수 있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불치병에 걸려 자신에게 고작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지금 무엇을 할까? 어떤 사람은 너무 황망한 나머지, 은행을 털어서 쓸 돈을 확보하여 여행가서 먹고 싶은 거 다 사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본 뒤 생을 마감하겠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반, 가족들과 나머지 반,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이별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 공통적인 특징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우리가 살고 있던 삶의 방식대로가 아니라, 그간 하고 싶었던 것을 절실하게 하면서 생을 마감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한한 삶에 대한 자각은, 망각했었던 혹은 착각했었던 나의 ‘귀한 것’을 다시금 자각하게 한다.


# 가장 귀한 것에 뜻 두기


인류의 문명을 바꿔놓은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도중,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17세 이후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할까?’ 그리고 여러 날 동안 그 답이 ‘아니오’라는 것으로 이어질 때, 나는 어떤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내가 내 삶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모든 자부심, 모든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그런 거의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을 남기게 된다.”


For the past 33 years, I have looked in the mirror every morning and asked myself: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And whenever the answer has been “No” for too many days in a row, I know I need to change something. …… Remembering that I'll be dead soon is the most important tool I've ever encountered to help me make the big choices in life. Because almost everything — all external expectations, all pride, all fear of embarrassment or failure - these things just fall away in the face of death, leaving only what is truly important.


오천원짜리 지폐에 새겨져 있는 율곡은 16세 때 인생의 큰 역경을 겪는다. 스승이자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가 홀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인생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진 그는 삼년상을 마친 이후, 머리를 깎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불경공부에 몰두했다. 꼬박 1년 동안 죽음이란 무엇이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뜻한 바가 있어 산을 내려와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오죽헌에 돌아온 후 제일 처음 한 일은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인 ‘자경문’을 지은 것이다. 모두 11조목으로 이뤄져 있는데 첫 문장이 뜻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째, 입지立志

뜻을 크게 가지고 성인을 본받되,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하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소제욕심掃除慾心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을 버리고 욕심을 버려라.


열한 번째, 용공지효用功之效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서두르지도 않고 늦추지도 않아야 한다.


‘입지’는 뜻을 세우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나머지 단추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잘못 꿰맨 단추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주변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꿈을 찾겠다고 단추를 다시 꿰매는 것도 자기답게 살지 않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감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편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에 절실히 물을 필요가 있다.


맹자는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귀한 것이 있지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人人有貴於己者 弗思耳. - 『孟子』 「告子(上)」


‘人人’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칭하거나, 모든 사람을 범칭 하여 ‘사람마다’를 의미하기도 한다. ‘貴’는 귀하다의 뜻이다. ‘於’는 방향을 가리키는 어조사로 ‘~에게’의 의미이다. ‘者’는 대명사로 동사구 뒤에 놓여 ‘~인 것’의 의미이다. ‘弗’은 동사의 의미를 부정하는 부정사로 ‘不’과 같은 의미 혹은 목적어를 수반하지 않은 동사를 부정할 때 사용하여 ‘不~之’와 같은 의미로 보기도 한다. 여기서의 목적어는 자기에게 있는 귀한 것을 지칭한다. ‘耳’는 의미를 단정하는 문말 조사로 ‘~할 뿐이다’의 의미이다.


사람들은 모두 귀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만, 경제적인 풍요로움[富]과 사회적인 높은 지위[貴]가 자신을 귀하게 한다고 착각하고, 남이 나에게 그것을 주면 귀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좋아한다. 맹자는 진晉나라에서 경卿의 자리에 있던 조맹趙孟이 귀하게 했을 지라도, 그가 언제 건 다시 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이 나를 귀하게 해 준 것은 영광으로 여길 만한 것이 아니다. 죽음을 앞둔 순간, 하고 싶은 ‘소욕所欲’과 바라는 ‘소망所望’은 육체적 욕구나 물질적 욕망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면의 선한 양심을 드러내며 각자 처한 위치에서 자기답게 살았을 때, 비로소 가치롭고 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 자신의 길을 찾는 방법


유한한 삶에 대한 자각은 자신이 가장 가치롭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으로 이끈다. 이제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 절실히 물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물론 자기다움을 모르거나 찾아도 찾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우선적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해야 할 것이나, 현실적인 도움이 미미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며 성공 경험을 쌓는 시도가 요구된다.


한 방송(SBS 모닝와이드)에서 13살 요요 천재 박준상 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준상 군의 보물 1호는 책가방이 아니라, 요요 가방이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요요부터 찾는 준상 군은 밥을 먹을 때도, 양치를 할 때도 쉬지 않고 연습하여, 2017년 요요 전국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꾸준히 노력하며 성장하는 준상 군은 요요 선수 겸 아티스트가 되어서 세계 일주를 하며 요요를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사회적 잣대로 보면, 영어수학 공부가 아닌 요요 연습은 무용한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좋아하는 동아리에 빠져 풍물 연수나 서예 연습에 몰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의 과정과 성공경험은, 훗날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갈 때 큰 힘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길을 찾고 있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길을 찾는 쉬운 방법으로는 전문가나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 하고 싶은 것에 관심 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의외로 효과적인라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때론 잘못된 것일 지라도,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이므로 나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지만, 하고 싶은 것은 나이므로,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면, 점차 참다운 자기다움을 자각하여 자유롭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편안해 하는 길이 정해졌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남도 하고 싶은 것인지, 내가 편안해 하는 길이 남도 편안해 하는 길인지 체크해야 한다. 본심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감정은 타자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감정이다. 그리고는 유한한 삶에 대한 착각과 망각을 하지 않고,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도록 주저 말고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한 삶은 과정 자체가 목적이고 의미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