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의 타인의 성취에 대한 반응
연구를 하며 내가 배운 것
- 519호
- 기사입력 2023.07.13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5509
글 : 정성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얼마 전에 한 대학원생과 함께 SNS에서의 소통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SNS에서는 지인이나 타인이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는 메시지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대학생들이 그런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 연구를 위해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는 가공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만들어서 우리 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해당 포스팅에 대한 반응을 설문을 통해 측정해 보았다. 맨 먼저 어떤 청년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보여주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남자 또는 여자)에 대한 소개인데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 무작위로 나누어주었다. 하나는 그 청년이 우리 학교 출신으로 최근에 졸업했다는 내용이고, 또 하나는 그 청년이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했다는 내용이었다. 프로필 다음으로 그 청년이 자신이 최근 구글 본사에 입사했음을 알리는 포스팅을 보여주었다. 구글 본사 앞에서 사원증을 목에 걸고 찍은 사진(포토샵 제작)과 함께 “구글 본사 첫 출근!!!! 이제 나도 드디어 구글러!!! 성대 (또는 하버드대) 입학해서 1학년 때 구글에서 오신 분 강연 듣고 저기서 진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 지금 구글 본사 직원이 되었다니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라는 글이었다.
이런 포스팅을 1학년에게 보여주고 그 성취담에 고무되는지(예, 나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또는 타인의 성취를 질시하게 되는지 (예, 그래 너는 좋겠다) 등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이 페이스북 주인이 우리 학교 출신 선배인지 또는 다른 학교 (하버드 대학교) 출신인지에 따라 다른지를 알고 싶었다. 기존 연구에 바탕을 둔 우리의 가설은 페이스북 주인이 성취한 목표 (구글 본사 입사)를 만일 1학년생인 참여자가 자신도 할 수 있겠다(즉, 성취 가능한 목표)고 생각하면, 그 포스팅에 고무받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하거나 질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청년이 우리 학교 출신이면 참여자와의 높은 유사성으로 인해 목표 성취 가능성을 더 크게 느끼고 (같은 성대인데, 나도 할 수 있겠네), 그런 결과로 그 포스팅에 고무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결과를 분석하면서 먼저, 우리 학교 1학년생들의 자신감에 조금 놀랐다. 설문의 초기에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가정할 때, 앞으로 구글 본사에 입사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는데 “거의 없다” 또는 “낮은 편”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20.3%였고, “어느 정도 있다” 또는 “높은 편”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절대다수로 79.7%였다. 아마 4학년이었으면 다르게 답했을 것이다. 아직 냉엄한 취업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 때문인지, 1학년들은 그 성공담에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앞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 취업과 장래를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는 동기고취 반응을 묻는 문항에 87.8%가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였다.
우리의 가설과는 달리 페이스북 주인이 성대 출신/하버드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목표 성취 가능성을 크게 다르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한 대로 목표 성취 가능성을 더 높게 지각한 학생들은 타인의 성취 이야기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더 고무되었다. “나도 할 수 있지”라고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열어 둔 학생은 타인의 성취 이야기를 접하고 “너는 좋겠다”라고 질시하거나 “나와 무슨 상관?” 식으로 반응하지 않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라고 답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 글을 읽은 학생 중 실제로 그런 성취를 이룬 이들이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들에게 그 글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힘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뜻밖의 결과를 발견하였는데 그건 낙관적 성향의 효과였다. 우리는 “나는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내게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는 편이다” 등의 문항들을 이용해서 개인들의 낙관성 성향을 측정하였는데, 낙관적인 학생일수록 자신의 목표 성취 가능성을 높게 보고 또한 타인의 성취 이야기에 훨씬 긍정적으로 고무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살아가며 타인의 성공 또는 성취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어릴 때 접했던 위인전도 그런 성취 이야기이다. 요즈음은 SNS를 통해 친구나 지인의 성취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접하며, 빈정 상할 때도 있고 또 그런 이유로 SNS 등을 회피하게도 된다. 그러나 타인의 성취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정보나 교훈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단,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미래를 활짝 열어두었을 때 그럴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번 연구에서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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