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초격차, 그리고 글로벌융합학부

  • 414호
  • 기사입력 2019.03.01
  • 편집 연윤서 기자

글 :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김장현 교수


국내 한 대기업의 전직 CEO가 쓴 <초격차>라는 책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영리추구 기업의 조직 원리를 대학이나 공공기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아예 저 만큼 앞서감으로써 추격자의 추격의지를 꺾고 오직 자신만을 경쟁자로 삼는 초격차의 길은, 하루가 달리 세계 랭킹이 상승하고 있는 우리 성균관대가 참고할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스카이캐슬’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이미 그 틀을 넘어선 열망이 있지 않은가?


하루하루 학업과 동아리활동과 친교활동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까지 세계 랭킹을 의식하며 학교생활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건 학교가 바라는 바도 아니라고 믿는다. 오히려,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의 질을 고민하시고 오직 청춘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 마음껏 고민할 자유, 마음껏 방황할 자유를 누리시라. 한국의 교육열과 공공 교육시스템은 훌륭한 인재를 배출해 왔고, 2차대전 이후 유일하게 중진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사례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모두가 단일 점수로 평가받고 모두가 하나의 잣대로 낙인찍히는 고통의 시스템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단선적 평가 시스템은 전체의 평균적 수준을 상향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개인의 만족과 웰빙, 그리고 조직의 건전한 지속가능성에는 정지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단선적 시스템으로는 못 버틴다.

신임 신동렬 총장은 <글로벌융합학부>를 출범시키면서 문과생들도 인공지능(AI)을 공부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전통적으로 인문학이 강한 성균관대에서 인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다시 복수전공으로 인공지능(AI)을 공부할 수 있도록 복수전공의 문호도 대폭 확대했다. 인문학과 인공지능을 겸비한 인재가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바꿔낼지를 생각해 보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글로벌융합학부는 데이터사이언스융합, 컬처앤테크놀로지, 그리고 인포매틱스(AI중심)의 세 전공을 제공한다. 학부에 소속된 학생들은 제1전공이든 복수전공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과목들을 듣고 자기만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졸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범적으로 절대평가를 도입해서 학생들이 옆자리 학생과 경쟁자라는 의식에 빠져 학업활동의 초점이나 흥미를 잃지 않도록 배려했다. 과목별 수용한도가 있기에 정원은 정해져 있지만, 최대한 희망하는 학생들을 수용해서 학생들의 흥미가 신바람으로 이어지도록 최대한 보살필 계획이다. 교과 뿐만 아니라 비교과 활동의 기회도 폭넓게 제공하려 노력할 것이다.


세계 유수대학의 융복합 프로그램을 벤치마킹만 하던 대학은 과거의 성균관대다. 이제 학생들의 피드백을 중시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비록 덜컹거리는 자갈길이라 할지라도, 비록 산을 올라보니 다른 산이어서 멀리 돌아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성균관대라는 어깨 위에 올라서서 학교 담장 안이 아닌 바다 건너 세계 전체를 보기 바란다. 초격차는 학생과 교수와 교직원의 마음속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