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 Tampere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 528호
  • 기사입력 2023.11.28
  • 편집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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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정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정치외교학과 (19)


※ 2023년 1월 1일 출국, 1월 3일 학기 시작, 5월 5일 학기 종료



◈ 비자 신청 절차

핀란드 교환학생 비자(거주허가증)는 온라인 E-service로 신청하고 핀란드대사관에 메일을 보내 인터뷰 날짜, 시간을 약속하고 정한 시간에 맞춰 방문하시면 됩니다. 서류로는 여권, 잔고증명서, 파견교 invitation letter, 증명사진(보정 절대 X, 광화문 코닥칼라에서 보통 찍습니다), 보험 가입 증명서 등이 필요합니다. 저는 거주허가증을 조금 늦게 신청해서 핀란드 가기 전까지 거주허가증을 수령하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게 핀란드에 가기 전에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12/1 대사관 메일 – 12/13 인터뷰 – 12/22 거주허가증 도착) 거주허가증이 핀란드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으로 보내지는 시스템이라 보통 2~3주가 걸린다고 하니 invitation letter를 받자마자 거주허가증을 빠르게 만드세요. 거주허가증이 없어도 핀란드 입국은 가능하다고 들었으나 핀란드 입국심사가 매우 까다로운 편이라 무조건 거주허가증을 들고 가는 게 심적으로 편하실 거예요. 인터뷰할 때는 영어를 잘 못하셔도 충분히 인터뷰할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이라 크게 물어보는 것 없이 서류 확인만 하시고 스몰토크를 주로 했습니다.

* 거주허가증을 받으면 ‘HENKILOTUNNUS’(자기 생일로 시작하는 번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이게 주민번호 같은 거예요. 없으면 오리엔테이션 주간에 나와서 발급해 주는데 그때 가서 신청하면 됩니다. 만약 이때 신청 못 하면 직접 찾아가서 발급해야 합니다. (필수)




◈ 출국 전 준비 사항

1. TAMKO 가입

TAMKO는 TAMK의 학생클럽 같은 건데 교통 할인만으로도 가입비만큼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invitation letter를 받으면 튜터가 배정돼서 연락이 오는데 그때 가입 링크를 보내줍니다. 그 링크 클릭해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됩니다. TAMKO 학생증을 받으면 TAMK 내 식당에서 0.1유로 추가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VR 등 기차 할인 혜택(국제학생증 안 됨), 각종 식당 및 카페에서 학생 할인 혜택, 타 대학 식당에서도 학생 할인 혜택(원래 8유로, 학생 2.95유로)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물학생증이 나오는 데 2주 정도 걸리니 미리 해두고 핀란드 가자마자 받으세요.


2. Survival Kit 신청

서바이벌 키트에는 각종 주방도구들과 침구류가 포함되어 있는데 교환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TAMKO에서 지원해 줍니다. 나중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미리 신청해 두고 도착했을 때 튜터한테 바로 받으세요.


3. 튜터 연락처 알아놓기

저는 핀란드 입국 전까지 튜터랑 메일로 소통했습니다. 핀란드 가면 바로바로 소통해야 하는데 메일로 하기엔 번거로움이 있어서 가기 직전에 튜터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받아 도착하자마자 DM으로 연락했습니다. 핀란드와 탐페레에 처음 갔는데 튜터와 연락이 안 되면 멘붕이라 미리 번호를 알아둬서 왓츠앱으로 연락하거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보세요.



◈ 기숙사

때가 되면 교환학생 전용 furnished room(가구 구비된 방)을 신청할 수 있게 열립니다. 신청은 굉장히 쉬운 편입니다. 끝에 요청 사항이 있는데 거기에 본인이 원하는 기숙사를 쓰면 원하는 기숙사에 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기숙사를 빨리 배정해 주므로 최대한 빠르게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모르고 Lapinkaari에 신청서를 넣은 줄 알았는데 통합 신청서였고 따로 요청사항을 기재하지 않아서 Rauhaniemi 기숙사에 배정됐습니다.


Rauhaniemi는 2인 1실이며 아파트 구조라 현관, 부엌, 화장실을 룸메랑 쉐어하고 각자 방은 따로 씁니다. 방과 화장실, 부엌이 넓으며 조용하고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라우하니에미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걸로 알고 있어 이 기숙사가 없어지거나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좌: 기숙사 앞 호수 / 우: 기숙사 주방에서 보던 뷰



◈ 수강 신청

학교 웹사이트에서 커리큘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기 전에 Learning Agreement를 써서 제출하는데, 수강 신청할 때 그때 썼던 과목 상관없이 마음대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수강 신청은 OT 기간에 자세히 설명해 주고, OT 끝나고 컴퓨터실에서 같이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강신청과 관련해서 과목 세부 내용, 수업계획서 등은 수강 신청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거 참고해서 학점 예정조서 작성했습니다.



◈ 수업 진행 방식

- Basics of Finnish

기초 핀란드어 수업입니다. 핀란드어뿐만 아니라 핀란드 문화, 역사 등도 함께 배웁니다. 주로 교수님이 다양한 교재와 자료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해 나가십니다. 단어나 이야기 등은 교수님이 먼저 발음하시면 따라 하는 방식으로도 수업이 진행되고, 조원들과 함께 게임하거나 팀 과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Finnish Cuisine and Customs

핀란드 문화, 특히 요리 문화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간단한 이론 수업이 끝나면 그 주에 할당된 테마에 맞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조에 한 명씩 핀란드 학생 튜터가 배정되어 조를 담당해 요리를 총괄하고 발표 준비를 도와줍니다. 중간에 스웨덴, 노르딕 요리 전문가와 화상으로 요리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는 주, 다같이 피크닉 음식을 들고 호수로 피크닉 가는 주가 있었습니다.


- Emerging Media 분야 수업

TAMK 본 캠퍼스가 아닌 Mediapolis 캠퍼스에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제가 살던 Rauhaniemi에서 대략 4~5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출석은 매우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수업은 교수님의 수업 진행 + 매주 해당 내용에 대해 간단한 발표 준비 및 발표로 이뤄졌습니다. 30분 정도 팀원들과 함께 발표를 준비하고 PPT를 만들어 바로 발표하는 식이었습니다. Emerging Media Technology 수업은 Blender, Mozilla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배운 내용을 가지고 직접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활동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모든 전공 수업을 포기하고 교양 수업 위주로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사회과학대학 분야에서의 미디어를 배우는 느낌이라면, TAMK는 Media&Arts 학부에 속해 있듯 예술대학 분야의 미디어를 주로 다루고 배웁니다. Emerging Media Trends  수업이 그나마 가장 가까운 느낌이고, 다른 수업들은 실습 위주의 미디어 수업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이나 관련 내용을 배우는 융합대학의 컬처테크놀로지전공의 학생분들께 더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과학 및 이론 위주의 수업이 더 잘 맞는다고 느껴 학기 중간에 전부 수강 포기를 했습니다. (수업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태여도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면 언제든 수강 포기가 가능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습 위주의 수업은 교수님이 현직에서 일하고 계신 만큼 훨씬 더 트렌디하고 풍부한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가 극내향인인 편이라 수업 방식과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유지만 저는 그러한 수업 방식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서 수강을 포기하는 큰 이유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해본 것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 좌: 학교 신입생 환영 이벤트 / 우: Finnish Cuisine 수업



◈ 문화 및 여가 활동

1. TAMKO

필수는 아니나 TAMKO 카드를 받으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꼭 가입하시기를 바랍니다. 우선 식당, 카페, 마트 등에서 다양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키포인트는 VR 기차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학생요금과 일반요금이 꽤 차이가 나므로 몇 번 안 타도 할인받는 게 TAMKO 가입비보다 훨씬 이득입니다. VR은 무조건 TAMKO 카드(VR 로고가 있어야 함)가 있어야 할인됩니다. 그리고 TAMKO 건물도 갈 수 있는데 주방도 있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2. ESN FINT

- 핀란드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중에 종종 ESN FINT 회원만 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저는 ESN FINT(FINT는 핀란드 지부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에 가입해서 스톡홀름 크루즈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ESN FINT 회원들만 할 수 있는 이벤트 중에 재밌는게 많습니다. ESN FINT 가입을 하면 실물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카드가 있으면 라이언에어 홈페이지에 등록해 학생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참여했던 이벤트

- Sled Slide : 자연 눈으로 만들어진 자연 썰매장에서 썰매타고 놀다가 내려와서 코코아, 소시지, 과자 등을 먹고 노는 이벤트입니다. 초반에 진행되는 행사라 친구 만들기 좋습니다. 썰매 타는 게 재밌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다같이 다리 잡고 단체로 줄줄이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 빵 만들기 : TAMKO에 모여서 핀란드 전통빵인 시나몬빵을 만드는 이벤트였습니다. 반죽과 재료들을 TAMKO 에서 준비해 주면 모양내고 계란물 바르고 토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인 친구들이랑 가서 했는데 꽤 재밌었고 빵도 갓 구워서 나온 빵을 바로 먹으니 맛있었습니다. 따땃한 느낌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 얼음낚시 : 라우하니에미 옆에 있는 호수에 가서 얼음에 구멍 뚫고 조그마한 물고기들을 낚시합니다. 저는 낚시에 흥미가 없어서 7유로 주고 친구들이랑 노래 틀고 눈밭에서 굴러다니다가 코코아랑 소시지 먹고 놀았습니다.




◈ 소감 및 총평

탐페레는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입니다. 숲속을 걸으면서 핀란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찰하고,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힐링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저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고 조용한 분위기와 풍경을 좋아해서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재밌는 경험을 쌓고 싶은 분들은 한번 더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핀란드는 치안이 좋은 편인데, 탐페레는 치안이 거의 한국만큼 좋습니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상관 없이 모두 영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고, 표정은 뚱해보이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하게 성의를 다해서 도와줍니다. 저만 알고 싶고 얼마나 좋은지 꽁꽁 숨기고 싶은 나라지만, 핀란드 추천합니다. 특히 1학기! 1월에 가면 매일 어둡고 눈만 하루종일 오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해가 오래 뜨고 날이 서서히 따뜻해집니다. 정말 힐링돼요. 


제 주변에 ‘교환학생도 기회다’라고 얘기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학교에 교환학생 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한 학기에 몇명 정도만 갈 수 있는 친구도 있었고, 교환학생을 갈 수 있어도 시간이 맞지 않아서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일단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잡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나가보면 학생 신분으로 타 국가에 거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알게 될 거예요. 특히 핀란드는 대표적인 학생 친화 국가라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 내내 황당한 일도 많았고 막바지에는 돈도 별로 없어서 말 그대로 ‘거지’ 여행을 했는데 당시엔 정말정말 힘들었던 것들이 시간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저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며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감정들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영어 회화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내향적이라 교환학생 초반에는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적응을 잘 못했습니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고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하지만 왜 핀란드를 선택했는지, 교환학생을 하면서 얻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한 이후로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한결 적응하기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가면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을 텐데, 남들이 어떻게 살든 크게 상관하지 말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언제든 유럽에 놀러 오라고 얘기해주는, 저와 비슷한 성향의 유럽 친구를 만날 수 있었고, 한국인 친구들과 제가 좋아할 만한 행사만 참여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외국인 친구들과도 어떻게든 손짓발짓을 써가면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을 전부 마친 지금,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환학생으로 갔다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환학생에서 제가 쌓았던 경험들과 추억들은 아마도 앞으로 제 인생을 살아가게 할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힘들 때면 교환학생 때 사진을 몇 번씩 들여다보곤 합니다. 교환학생 때의 기억들은 저에게 그런 의미가 되었습니다.


혹시 물어볼 게 있거나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하다면 ‘jhyeonkim@skku.edu’로 연락주시면 제가 아는 내에서 답변드릴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