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Saint Petersburg <br> State University

러시아 Saint Petersburg
State University

  • 336호
  • 기사입력 2015.11.27
  • 편집 김진호 기자
  • 조회수 11192

글 : 이정민 문과대학 러시아어문학과(11)


- 교환 학생

- 2014학년도 1학기

출국일 : 2014년 2월 7일
학기 시작일 : 2014년 2월 10일

2달
파견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국제처를 통해 발송한 뒤, 초청장을 받게 됩니다. 에이즈를 비롯한 건강검진을 받은 후 결과서를 들고 시청 주변에 있는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신청한 당일에 받을 수 있으며, 입국 1회 비자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도착한 뒤 멀티비자로 갱신해야합니다.

<기숙사>

비자 발급 전 서류를 제출할 때 기숙사 신청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수강신청>

러시아어 어학 코스만 듣는 경우는 수강신청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 2014년도 1학기

· Russian Speaking
· Russian Writing
· Russian Literature
· Russian Speaking
· Russian Grammar

하루에 3시간 씩 한 과목을 공부합니다. 강의 처음에는 자유주제로 각자 10분씩 이야기하고, 보통 텍스트나 듣기 파일 등을 이용해서 수업합니다.

출석, 과제, 성실도 등을 반영해서 선생님이 자의적으로 점수를 매기십니다.

처음에 레벨테스트를 거쳐 반을 배정받게 되는데, 만약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우면 언제든지 반을 바꿀 수 있습니다. 보통 동양인 학생들이 많은 반이 더 참여도가 높고 분위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만큼, 수업시간에 각자의 문화나 생활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학생 동아리가 있어서 자주 박물관이나 근교로 견학 갈 수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알아보면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러시아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Киев ? Мать России, Петербург ? Голова России, Москва ? Сердце России≫

러시아 문화의 각 도시를 아주 잘 표현한 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중 러시아의 '머리'에 해당하는 뻬쩨르부르크(Петербург)의 상트뻬쩨르부르크 국립대학(СпбГУ)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뻬쩨르부르크는 1703년 '유럽으로 향하는 창(Окно в Европу)'이라는 정확한 목적 아래 계획적으로 건설되었고 그 이후 약 200년간 수도로서 정치·학문·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20세기 초반에는 사회주의 혁명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이 도시에서는 설립 목적에 걸맞게 매우 '유럽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는데, 유럽과 비슷한 건축양식과 도시구조, 이국적인 날씨, 동시에 매우 러시아적인 모습 또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도시는 유럽인에게 그리고 러시아인에게도 아주 신비로운 도시로 여겨진다.

처음 뻬쩨르부르크에 살기 시작했을 때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단언컨대 날씨였다. 뻬쩨르부르크는 위도 약 60도에 있으며 연평균 기온은 약 5도, 눈이 덮여있는 날은 1년 중 130일, 해가 나는 날은 60일 정도이다. 게다가 여름에는 6월부터 7월까지 백야현상이 나타나 하루에 18시간 이상 낮이 계속되고, 겨울에는 그와 반대인 흑야로, 낮에도 어두침침한 하늘을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위도와 기후에서 500만 명 이상(2014년 기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도시는 뻬쩨르부르크밖에 없다고 한다. 올해 2월에 뻬쩨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너무나도 혹독했고 해는 오전 10시가 되어도 뜰 생각을 않했다. 도대체 5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여기 왜 살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반면, 뻬쩨르부르크 문학이 어떻게 해서 암울한 분위기와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는 특징을 지니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뻬쩨르부르크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도시이다. 물과 빛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도시 전체를 구석구석 흐르는 네바 강과 작은 운하들은 도시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네바 강 위의 다리들은 여름밤이 되면 열리는 도개교 형식으로 지어져 색다른 야경을 보여준다. 도시 곳곳에 문학가들의 이름을 딴 공원이 있고, 핀란드만과 유럽 최대의 크기인 라도가 호수를 접하고 있으며 뻬쩨르고프 성을 비롯한 다섯 개의 아름다운 궁전이 근교에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오랜 기간 러시아 문화의 중심지였던 결과로 유명한 극단과 발레단의 공연을 연중 내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에르미따쉬 박물관은 많은 양의 전시품뿐 만 아니라 궁전 자체의 아름다움도 영원히 기억에 남는 뻬쩨르부르크의 랜드마크이다.

뻬쩨르부르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백야인데, 백야 기간에는 거의 매일 축제가 열리고, 따뜻한 햇볕을 만끽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로 도시 전체가 북적거린다. 뻬쩨르부르크는 뿌쉬낀, 도스또옙스끼, 고골 등의 문학가들이 활동했던 무대이기도 했다. 푸쉬킨의 시 「예브게니 오네긴」에서 예브게니가 주먹을 휘두르며 울부짖던 '청동기마상'이 도시 한 가운데 서있고 도스또옙스끼의 소설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코프가 마침내 참회하게 되는 장소인 센나야 광장을 확인할 수 있다. 고골이「뻬쩨르부르크 이야기」에서 뻬쩨르부르크의 중심 도로인 넵스키 대로를 표현한 문장은 살펴 볼 만 하다.

그러나 가장 기묘한 것은 네프스끼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오, 이 네프스끼 거리를 믿지 마라!
나는 그 거리를 지날 때 외투로 항상 몸을 꼭 감싸고,
도중에서 마주치는 대상들에게 일체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 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많은 문학가가 이 인공적인 도시를 비난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뻬쩨르부르크에서의 생활로 돌아오자면, 나는 이 도시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공부했던 상트뻬쩨르부르크 국립대학교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로 그만큼 오랫동안 러시아의 명문대학교로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연방의 대통령인 블라지미르 푸틴을 배출한 대학교로 유명하다. 나는 외국인을 위한 러시아 어학 코스를 수강했는데, 잘 짜인 프로그램 아래 매우 열정적이고 유능한 선생님들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1주일에 15시간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같이 수업을 듣는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파티를 하거나 여행을 다니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러시아인 학생들과 친해져서 러시아어 실력도 자연스럽게 향상했다. 그 외에도 그곳에는 러시아어를 전공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아 함께 정보를 공유하거나 친목을 도모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뻬쩨르부르크에서 가장 최신식의 기숙사에서 쾌적하게 생활하며(비록 한국에 비하면 아주 쾌적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공부를 위해 좋은 환경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후일 뻬쩨르부르크에서 공부하거나 여행하게 될 독자들을 위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뻬쩨르부르크는 러시아 내에서도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므로 쇼핑은 물론 외식조차 힘들다. 하지만 그 대신 싼 가격에 좋은 음식재료를 구하기는 쉽다. 앞서 언급했듯이 도시 주변에 아름다운 궁전들과 강, 호수가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중 하나여서 소매치기와 범죄의 위험이 있지만 뻬쩨르부르크 시민들은 러시아의 어느 도시보다도 개방적이며 친절하고 상냥하다. 물론, 그래도 여기는 러시아임을 고려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의 교환학생 생활이었지만 실제로 뻬쩨르부르크에 체류했던 시간은 다섯 달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아쉬움도 남는다. 일단은 더 놀지 못한 게 아쉽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놀아야만 했다. 책상에 앉아서 러시아어 단어를 외우는 시간에 더 많은 러시아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러시아어로 된 책을 읽기보다는 러시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러시아 뉴스와 쇼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언어와 문화는 열심히 놀 때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러시아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던 것이다. 러시아에 있을 때 끔찍하다고 생각했던 보르쉬(Борщ, 러시아식 수프)와 메밀밥(Гречка)이 그립다.

지금까지 상트뻬쩨르부르크라는 도시에 대한 소개와 나의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간단히 써보았다. 나름대로 많은 정보를 담고자 노력했지만 몇 줄의 글로 설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나는 뻬쩨르부르크에서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했고 그로 인해 배우고 느낀 점도 많았다. 물론 어렵고 힘든 적응기간을 견뎌야 했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도시가 아닌 아름다운 이 도시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기회였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만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이 추억을 평생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