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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ampus 2023 마약에 대하여

  • 522호
  • 기사입력 2023.09.07
  • 취재 김민진, 김아인, 이다윤, 이준표, 한별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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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과 30일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경영관 소극장에서 마약을 주제로 ExCampus 강연이 열렸다. 본 강연에는 총 6명의 강연자가 참여하여 각각의 분야에서 마약의 특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법무법인 진실 소속 임정민 변호사와 장춘곤 약학과 교수, 전홍진 의학과 교수, 김태일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이기영 의학과 교수, 김민우 심리학과 교수가 연사로 참여해 강연을 펼쳤다.


마약의 정의를 살펴보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중추신경 작용을 높이거나 억제하는 물질 중에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이 있는 약물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마약이란 단어의 사용 빈도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마약 관련 사건, 범죄, 피해 등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마약은 일종의 뇌질환이며 현재 우리 사회는 마약 치료를 위한 적절한 구제책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마약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들을 단순히 처벌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가, 마약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론 어떤 것이 있는가, 이번 ExCampus 강연을 통해 ‘마약’이 대체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임정민 변호사는 ‘마약 중독자의 처벌과 재활’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녀는 법무법인 진실에서 마약 관련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마약 중독자와 그 가족들에게 법률적, 그리고 정신적 도움을 제공하여 이들의 재활 및 삶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정민 변호사]


강연은 마약의 정의를 되짚어 보며 마약이 어떤 것인지 밝히며 시작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가 지칭하는 마약류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마약범죄의 종류를 분류했다. 대부분 마약 중독자들은 호기심이나 친구 또는 지인들의 권유와 유혹 때문에 처음 마약을 접한다. 마약 범죄 현황을 소개하며 현재 우리나라 마약 사범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점점 더 마약에 손을 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마약 처벌은 크게 기소유예, 벌금형, 징역형, 선고유예와 집행유예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단순한 투약자나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단약의지가 강하고 재범 가능성이 경미한 경우에 한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있으며 재범의 경우나 마약 중독에서 스스로 벗어날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치료감호 혹은 실형이 선고된다. 처벌만큼 치료와 재활에 힘을 써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지 않고 처벌만 하게 된다면 이들이 구금 생활 후 출소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을 치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약물치료 법원을 예로 들며 이 법원은 판결 선고뿐만 아니라 약물 중독자의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마약 중독자들이 완전히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치료 감호, 보호 관찰 등의 제도가 있으나 이러한 약물치료 법원만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에 이 같은 형태의 법원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궁극적으로 마약 중독자가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들을 변호하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전홍진 의학과 교수]


전홍진 의학과 교수는 ‘마약 중독이 뇌와 정신건강에 주는 영향’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마약이란 미량으로도 강력한 진통 작용과 마취 작용을 지니며, 계속 사용하면 습관성과 중독성, 탐닉성을 유발하는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전홍진 교수는 이날 펜타닐과 마약성 식욕억제제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펜타닐은 극심한 통증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으로 모르핀과 유사하지만 이보다 50~100배 더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라고 전하면서 “펜타닐은 뇌의 중변연계 도파민 경로와 중피질계 도파민 경로를 통해 쾌락을 유발하는 도파민을 분비시킨다”고 설명했다.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은 근육과 뼈의 통증, 불면증, 제어할 수 없는 다리의 움직임 등 심각한 금단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홍진 교수는 마약성 식욕억제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마약성 식욕억제제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을 증가시켜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며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소개했다. “하지만 마약성 식욕억제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환경 현상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관계사고(IOR)와 우울증을 발생시키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며 강연을 마쳤다.


장춘곤 교수는 이번 ExCampus에서 ‘마약 중독(약물 의존)과 치료제 개발 연구’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의 주된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약의 특성, 중독의 원인 그리고 마약 치료제 개발에서 요구되는 조건들에 관한 것이었다. 장춘곤 교수는 마약 중독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마약의 정의에 대해 언급했다. 마약이란 전통적인 용어에 따르면 몽롱하고 마취되는 특성을 갖는 약물을 의미하나 현대적 의미에서는 중독증상을 불러일으키는 약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여 현재에는 보다 폭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실제적으로는 마약 중독이라는 용어보다는 약물 중독이나 약물 의존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다. 이러한 약물 중독의 특성으로는 정신적 & 신체적 의존성, 약물 사용량의 증가, 금단 증상 등이 있다. 약물 중독에는 단계가 존재하는데 중독의 첫 단계는 호기심이며 그 뒤에 내성이 생겨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정신적 의존성이 강해져 중독에 이른다고 한다. 이때, 환자가 자의로 약물을 중단해야겠다고 마음 먹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약물 중단 시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유발되며 이를 신체적 의존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부분 많은 환자들은 약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장춘곤 교수는 이러한 약물의 ‘재발성’을 강조한다. 이처럼 중독성과 재발성이 강한 약물은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야기한다. 약물에 중독될 경우 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생성되어 뇌에 리워드 패스웨이라는 부분에 활성이 생기게 되는데, 쉽게 말해 뇌에 각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중독 현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각 약물의 중독에 어떤 시그널 패스웨이가 관여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하며 뇌질환은 복합적인 특성이 있어서 단계별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춘곤 교수는 이러한 약물 의존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한정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사회적, 국가적 노력이 꼭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8월 30일 첫 강연은 화학공학 고분자공학부 김태일 교수가 맡았다. 김태일 교수는 “Biomimetics: Building a Superhero”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김태일 교수는 “주변 환경의 반응에서 특성을 변화시키는 소재에서 힌트를 얻어 신체의 바이오 시그널을 획득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험에 활용할 여러 센서를 발전시키고 센서들이 우리 몸에 시그널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융합 연구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기영 의과대학 교수]


이기영 의과대학 교수는 ‘동물 실험과 인간화 마우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은 메디컬 필드에서 동물 실험의 목적과 연구 윤리, 동물 실험의 과정 및 인간화 마우스의 개발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강연은 생명 현상에 관한 생체 내 기능 규명과 생의학 연구 및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 실험은 반드시 ‘3R’ 윤리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3R’은 ‘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를 뜻하는데, 각각 다른 것을 통해 규명할 수 있다면 대체할 것, 최소한의 수를 가지고 실험할 것,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것을 뜻한다. 이후 이러한 윤리 원칙을 지키며 동물 실험을 해온 과정에 관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최초 기록에 따르면 동물 실험을 진행한 사람은 ‘아벤 조아르’로, 생체 구조를 파악하고 사람에게 적응하기 위해서 인간 치료 이전 실험 수단으로 동물을 실험했다. 이러한 동물 실험의 반복을 통해서 여러 가지 질환 치료의 목적을 둔 실험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의과학자들의 ‘파인딩’을 시작으로,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제외되기도 하는 유전자 조작 동물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실험의 발전에서 헤마토 포에세스라는 과정을 통해 줄기세포로부터 면역 세포의 면역 반응에 관련된 수많은 면역 세포를 추출해냈고 면역 결핍 마우스에서 인간화 마우스를 만들어 냈다. 인간화 마우스는 빅데이터 산업 사회에 더욱 높은 활용도를 보여주는데, 개인 의료 차트와 유전자에 맞춰 진료가 가능한 개인 맞춤형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의 활성화를 도와준다고 전했다. 이기영 교수는 의과학이 끊임없는 생각과 시도로 발전한 것에 빗대어 학생들에게 ‘무언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만이 그 일을 실행할 수 있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김민우 심리학과 교수]


김민우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감정과 정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HumAN Lab(human affective neuron science lab/인간 정서 신경과학 연구실)이라는 이름의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HumAN Lab의 소개와 해당 연구실에서 진행한 두 가지 연구를 상세히 소개하며 인간의 뇌와 감정, 정서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전달했다. 첫 번째로 소개한 연구는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을 연결하는 신경회로의 강도와 불안의 관계를 측정한 연구로, 신경 정보들의 소통이 원활한 신경 다발을 정비가 잘 되어있는 고속도로로 비유해 신경회로가 강한 사람들은 불안이 적다는 결론을 전했다. 두 번째 연구는 영화를 이용해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고 등장인물이나 영화 분위기에 따라 뇌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파악하여 그 기저에 있는 신경과학적인 원리를 알아내는 연구로, 무궁무진하게 응용이 가능한 특징을 이용해 앞으로도 영화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민우 교수의 적절한 비유와 어렵지 않은 설명으로 강연에 참여한 이들은 큰 관심을 보이며 해당 강연에 참여했고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김민우 교수는 감정과 정서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를 진행할 것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