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VS 스타트업
: PL(President’s list) 두 번째 이야기

  • 532호
  • 기사입력 2024.02.02
  • 취재 윤지민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164

많은 학우들이 취업의 문턱에서 갈림길 앞에 마주 서게 된다.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대기업에 취업할지, 비전이 가득한 스타트업에 취직할지는 수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곤 한다. 이번 기사는 취업을 앞두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학우들을 위한 PL 학우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같은 고민을 먼저 거친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이현우 학우 : 저는 대기업을 선택했어요


Q1.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7학번으로 전자전기공학부를 전공한 이현우입니다. 현재 반도체 분야 설계 직무로 입사하여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Q2.PL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졸업 후에도 커뮤니티가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우들을 연결하고 서로를 끌어주는 원동력 이 되고 있습니다.


Q3. PL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PL에 선정되기 전에 이미 진로를 결정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PL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는 자극점은 많아요. 더 큰 관점에서 앞으로의 인생 진로는 충분히 바뀔 수 있고 PL은 거기에 스며들어 고민을 할 계기와 의지가 된다는 점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Q4. 대기업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대기업의 장점은 확실한 시스템 안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신입 사원을 채용하면, 해당 직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반을 닦아 나갈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보통 자기 파트 내에서만 업무를 수행해서 커리어를 쌓기에도 수월합니다. 파트 내에서 관련된 업무를 경험하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기 좋습니다. 혹여 자신의 업무가 맞지 않아도 부서 간 이동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산업 최전선에서 업무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영역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용 안정성과 급여 측면에서도 대기업은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존속 위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기업은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운영해서 경기 변동이나 경영 환경의 변화에도 비교적 견고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급여도 대기업은 평균적으로 스타트업 보다 높은 편입니다. 여러 복지 체계와 수당 역시 철저하게 계산되어 지급되서 실질적인 소득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Q5. 대기업의 단점은 뭘까요.

대기업은 업무 프로세스가 정형화되어 주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맡은 영역 내에서 업무를 개선하고 수행할 순 있지만, 연관된 부서가 굉장히 많고 이들은 다른 입장일 수 있기에 이를 조율해야 합니다. 신규 입사 시 원하는 부서에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은 신규 입사자의 희망 부서를 반영하는 곳도 있지만, 회사의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임의 배정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일로 시작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Q6. 대기업은 어떤 사람에게 잘 맞을까요.

안정적인 시스템 아래 기반을 쌓아 나가고자 한다면 대기업 시작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산업이 고도화된 분야라면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산업의 큰 흐름에서 성장할 기반이 필요 할 때 대기업이 맞을 것 같습니다.


Q7. 만약 다시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대기업과 스타트업 중 무엇을 선택하실 것 같나요?

대기업을 선택하겠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아직 스타트업에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신입은 업무를 주도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기간이 굉장히 길어서 저는 대학원 혹은 대기업을 고민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당장 일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고, 다음에 전문성을 갖추면 언제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로 돌아가도 대기업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는 반도체 업계를 준비한 학부생이라는 한정적인 입장에서 개인적 선택입니다. 주변 다른 분야에선 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자 스타트업으로 취업을 한 사례도, 창업을 한 사례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과 산업, 목표를 잘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8. 장기적으로 봤을 때 둘 중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대기업으로 시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다양한 선택을 하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은 한 분야를 주도하는 기업이라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많습니다. 대기업에서의 경력과 인맥은 향후 다른 영역으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9. 취업 준비로 인해 많이 고민하고 있을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균인들의 취업 준비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고남욱 학우 : 저는 스타트업이 맞습니다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 ‘그분’ 고남욱 (경영학, 소프트웨어, 앙트레프레너연계전공 19)입니다. AI 기반 음원 어시스턴트 보이스 매치 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명상, 유학 동양학, 사회학 수업을 들으며 학교생활을 즐겼습니다. 이렇게 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CES 행사 다녀온 것부터 잠깐 말씀드리면, 한국 대기업, 스타트업들이 대단하더라고요. 시간이 되시면 각 회사의 아이템이 왜 서비스가 되었고, 경쟁사는 무엇이며 왜 잘 되는지. 혹은 왜 안 되는지 분석을 해보고 한 번 가보세요.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Q2. 간단한 PL소개 부탁드립니다. 혹시 학우님에게 PL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PL은 President’s list의 줄임말로, 한 학과당 한 명씩, 매년 수상이 이뤄지는 상입니다. 성균인 대다수가 그렇지만, 치열하게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주로 프레지던트 리스트로 선발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PL을 네 번 만에 붙었는데, 눈물 나더라고요. 사회에서 성과도 냈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학교생활에 애착을 갖고, 성균공동체에 기여할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면서 성찰하는 것에 집중했던 기억도 납니다.


Q3. PL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됐나요?

그럼요. 입학하기 전에도 느꼈지만, PL로 다가서는 과정에서 지금 세대의 고민, 문제 해결 방향, 가야 할 길에 대해 더 명확하게 깨닫게 됐습니다.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지금의 길도 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있다고 진로를 하나만 정해서 가는 시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잘하는 명확한 개인기는 갖고 있되 추가로 잘할 수 있는 기술을 추가로 장착하는 분들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그 기술의 기본기는 책을 읽고, 쓰며 말하기를 통한 지식에서 지혜의 전환까지 다가설 때 성장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 글쓰기와 말하기 수업을 저는 계절학기까지 활용. 다 들었습니다. 꼭 다 들어보세요. 과정이 힘드시겠지만, 우리 학교 의사소통 수업이 체계적입니다. 고객 중심 기획의 기본은 글과 말에서 비롯됩니다.


Q4.스타트업에서 언급하는 도전은 과연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이 도전을 내세우는데 그 도전이 쉽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 해결 측면에서 도전이란 기존 가설을 인터뷰, 행동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검증의 순간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일례로 저는 학교 다니며 두 번의 창업을 진행했고, 운이 좋게 두 번 다 수익화에 성공했습니다. 첫 번째 진행하는 아이템은 청년 타깃 중심의 재능 거래 서비스였는데, 스케일업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클래스101, 숨고, 크몽 등이 치고 나갈 때,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했습니다. 시장의 리더로 지속 가능한 전략 구축에는 실패한 셈입니다.


두 번째 창업은 첫 번째 창업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한 번의 수정을 거쳐 지금에 도달했습니다. 끊임없는 고객 검증을 지금도 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 국내 VC 중심으로 본격적인 투자 유치 를 준비 중입니다. 현재 상태로도 운영은 할 수 있지만,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시장에 침투하기 위함입니다.


Q5.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요?

아시다시피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스타트업은 불안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스타트업에서 주어지는 도전 과제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안정감은 도전만큼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의 고액 연봉, 복지를 통해 자산을 확장하고 자기 계발을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그 안정감이 어느새 시스템 안에서 생존의 도전으로 바뀌는 것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같이 학교 다녔던 어린 친구들이 대기업에 다니며 다른 부업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대기업을 한 번 다녀봤다, 이런 친구들이 요즘은 더 빠르게 다른 도전의 방법도 함께 찾는 것 같습니다.


Q6. 자기 주도적인 인재가 스타트업에 더 적합할까요?

자기 주도적이면 대기업에도 적합하지 않을까요.(웃음) 스타트업은 내가 매뉴얼이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규모있는 스타트업 근무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을 버리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내가 매뉴얼이기에 일부 대기업의 잘못된 방식,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 하는 것을 걷어내는 것이 숙제일 때도 있겠습니다. 진심으로 내가 직접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창업이라면, 퇴근 시간, 휴일에도 일에 업무 매뉴얼과 결과물을 동시에 도출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스타트업은 대개 Bottom-Up 방식이라 철저하게 고객이 어떤 경로, 행위, 기호로 우리의 가설과 시스템에 접근하고, 재구매까지 이를 수 있는지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주변과의 경쟁에서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 내가 나를 매뉴얼 없는 상태에서 미친 성장에 끈질기게 목숨 걸 수 있는 분들이 스타트업 내 생존, 혹은 창업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Q7. 어떤 사람에게 대기업/스타트업이 잘 맞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기술만 있는 분들, 기술에 취해 있는 분들 중심으로 창업하는 것, 이 부분이 위험한 것 같습니다. 물론 기술은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투자사, 빅테크 기업들을 만나면서 다시 느낀 부분은 고객 수요 기반 가치, 철학, 방향이 우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드를 구현해서 무언가를 만들더라도 시장 수요, 사회의 어떤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진정성, 방향성이 있어야 기술이 서비스 설계 방향, 고객과 만나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인드 기반으로 골리앗을 이겨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스타트업은 아주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입니다. 여담으로 최근 문과는 힘들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공학을 이해하고 있으면 매우 유리한 부분은 있습니다. 공학을 이해한 상태에서 고객 기반 철학, 기획력이 있는 인재는 시대와 상관없이 귀하다고 여겨집니다.


Q8.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은가요? 지금 스타트업의 삶이 행복하신가요?

예전보다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기업에만 있었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간혹 합니다. 대기업 스카웃 제안도 있었고 누구나 아는 큰 회사의 임원들께 입사 제안을 받았을 때 며칠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컨설팅 펌, 대기업 출신 선배들을 자문으로 활용해서 스타트업 특성에만 매몰될 수 있는 부분을 인지하며 보완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제가 정말 몰입하고 싶은 것에 마음껏 몰입하고, 제 시간을 쪼개고 스스로 통제하면서 일 하는 이 스타트업에서 하루가 벅찰 때도 있지만, 아직은 행복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Q9. 대기업과 스타트업, 혹은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질문이 있다면요?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에 대한 질문은 결국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으냐와 동일한 질문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처럼 인생의 타임라인을 그려보셨으면 합니다. 그 계획이라는 것이 학점을 잘 받고, 학회를 하고 이런 계획보다 내가 무엇을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안에서의 계획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솔직해져야 하고,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자체 인생 답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입사와 별개로 창업은 무조건 필요해진 시대라는 생각은 합니다. 이 창업이 그룹으로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나를 성장시키고 자급자족을 할 수 있다면 규모가 작더라도 괜찮다고 여겨집니다.


Q10. 취업 준비로 인해 많이 고민하고 있을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근 대학을 그만두고 일을 해야 하는 것에 관해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얻게 되는 경험, 멤버십은 소중합니다. 학회를 무조건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간혹 있는데, 저는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내 공지를 통한 창업지원단, 캠퍼스타운사업단, 앙트레프레너 연계전공 팀플 중심의 교과, 비교과에 참여하시고 적절하게 삶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창업 경험은 스펙으로만 쓰지 마시고, 창업 기술을 통해 내 삶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지를 인지해 보셨으면 합니다. 어떻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바꿔야 하는지 만져보셨으면 합니다.


너무 조급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경쟁이라는 트랙도 내 머릿속에 있는 허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빨리 졸업하는 것보다 우리 학교에 있는 좋은 시스템을 모두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팀플의 기본은 이쁘고, 그럴싸한 디자인의 기획안이 아니라 실제 사회에서 가치 있게 융통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여러 개의 아이템으로 여러 실험을 할 수도 있지만, 1~2개의 아이템으로 진심으로 계속 수정하며, 세상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해 보세요. 그런 고민이 쌓이고, 진심이 세상에 닿으면 그때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그 모습은 더욱 성숙하고 진솔한 삶의 나침반 위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진설명 : 이현우 학우와 고남욱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