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광복70주년 기념전

박물관 광복70주년 기념전

  • 329호
  • 기사입력 2015.08.28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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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릭아트 (trick art)- 나도 안중근 의사

우리 학교 박물관(관장 이준식)은 오는 28일(금)부터 '잃어버린 시간, 식민지의 삶'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70주년을 맞은 광복의 의미를 기리면서 36년간의 혹독한 일제강점기를 견뎌낸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을 되새겨보는 뜻으로 기획되었다. 기존의 광복70주년 행사들이 주로 해방 이후의 시간에만 주목했다면 이번 전시는 해방이 있기까지 한반도에서의 시간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나도 안중근 의사' '해방의 환희 속으로' 등 트릭아트를 통한 체험 기회 제공

박물관은 전시를 통해 식민지의 암울한 상황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볼거리와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전시의 시작과 끝 부분에 트릭아트를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시 전반부의 트릭아트는 달리는 철마(鐵馬)를 우리 민중이 막아서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철마 앞에는 이토 히로부미 입체 상을 세워 관람객이 그를 저격하는 컨셉을 만들었다. 관람객은 현장에 있는 권총으로 안중근 의사가 되어 이토를 저격하는 연출을 할 수 있다. 실물에 쓰인 권총은 안중근 의사가 저격에 사용했던 것을 고증을 거쳐 완벽히 재현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실제로 안중근 의사가 된 듯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시 후반부에는 태극기를 들고 앞으로 진격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트릭아트를 배치해 관람객이 해방과 자유의 기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시각차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완용의 행서 칠언시와 일본에서 발행된 안중근 의사 엽서다. 이완용은 세로로 일곱 자씩 길게 늘여뜨려 적은 행서 칠언시에 '평생 동안 배운 바 무슨 일을 위해서였나 平生所學爲何事 후세에 사람 있어 이 마음 알아주리라 後世有人知此心'라 쓰며 자신의 행적을 알아주지 않는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뻔뻔함을 보였다. 안중근 의사 거사 이후 일본에서 발행된 엽서에는 안중근 의사를 흉한兇漢으로 저격에 사용한 권총을 흉기凶器로 적었다.

우리의 시간을 잃어버린, 아팠던 36년 식민지의 삶

전시 테마에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도 굵직하게 다루고 있다. 조선 관광에 관한 팸플릿과 조선을 여성으로 형상화한 일제의 시각매체들에서 냉혹한 제국의 시선과 마주칠 수 있다. 일제 신천경찰서장 신년회 기념사진에는 조선인 기생을 희롱하는 일본 순사들과 경직된 표정으로 서 있는 일본 여성의 모습이 한데 찍혀있다. 이외에도 조선인을 고문할 때 사용한 못 박힌 봉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만큼 잔혹한 외형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전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를 잊지 않고 우리가 잃어버렸던 시간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데 의의가 있다. 관람객들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잃어버린 시간, 식민지의 삶'展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시대의 삶의 편린들을 엮어보며 광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본 전시는 8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진행되며, 공휴일을 제외한 주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가능하다. 20인 이하 사전 신청시 전문 학예사의 상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안내) 02-76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