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상무 미키 김이 말하는<br>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

구글 상무 미키 김이 말하는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

  • 332호
  • 기사입력 2015.09.21
  • 편집 송예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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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교내 600주년 기념관 6층 첨단강의실에서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라는 주제로 현 구글 사업제휴 상무인 미키 김(김현유)이 강연을 펼쳤다.

이 강연은 우리 학교 경영대학원 IMBA 24대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 ‘IMBA 콜로키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난 학기부터 기존에 있었던 특별 강연을 리뉴얼하여 만든 것이다. ‘콜로키움’은 라틴어로서 ‘모여서 말하기, 대화하기’라는 어원에서 나와 ‘공공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뜻한다. IMBA 콜로키움은 한 학기 당 2회 정도 열리며 지난 1학기에는 3월 28일 표창원 소장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과 4월 25일 진중권 교수의 ‘디지털의 문화’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렸다.

미키 김은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인 구글 양쪽에서 근무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두 기업의 장단점을 비교해가며 강의를 진행했다.

1. 실리콘밸리

강의는 실리콘밸리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되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부터 산 호세까지 만 지역 남부를 이르는 말이다. 현지에서는 ‘(San Francisco) Bay Area’라고도 부른다. 원래는 반도체 산업이 유명하여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실리콘밸리에는 UC 버클리 등 유명 대학의 공대가 인접해 있어 인력 공급이 원활했기 때문에 온갖 첨단기술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 현재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미국 IT 회사의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 있다. 미키 김은 이 지역,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혁신을 만들게 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설명했다.

2.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로움

‘페이스 타임(Face Time)’은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해서 총 몇 시간동안 회사에 얼굴을 비추었는지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페이스 타임이 중요하다. 출근시간은 꼭 지켜야 하며 퇴근시간은 상사의 눈치를 봐야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다르다. 미키 김은 구글을 예로 들었다. 구글은 페이스 타임에 관심이 없다. 부하 직원이 컨퍼런스를 갔다 오든, 해외 출장을 다녀오든 상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미키 김은 이러한 기업문화의 차이가 동서양 사이의 근본적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동양은 조직 문화가 발달해 있고, 서양은 개인 문화가 발달해 있다. 동양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하지만, 서양은 개인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주도하여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모든 서양의 기업이 이런 특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특성이 두드러진다.

동양은 조직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한 부분을 담당하는 조직원이 필요할 때 그 자리에 바로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동양에선 페이스 타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서양, 그 중에서도 특히 구글은 개인마다 맡고 있는 각자만의 프로젝트가 있다. 구글의 사람들은 개인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동양보다 페이스 타임의 중요성이 덜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일을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을 하든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글은 모든 사원들의 일정을 열람할 수 있다. 구글의 사람들은 서로의 일정을 확인하고 빈 시간에 미팅 약속을 잡는다. 이러한 기업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본인이 언제 어디에 나타나면 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업 문화는 사람들이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게 한다. 실리콘밸리에선 사람들이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 등 일과는 관련 없는 것들 대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미키 김은 이러한 시공간적 자유를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강점으로 꼽았다.

3. 냉정한 성과평가

구글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라는 제도가 있다. OKR은 한 분기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 팀, 그리고 회사 전체가 모두 적어 내야 한다. 이렇게 기록된 OKR은 서로가 서로의 것을 볼 수 있다. 애플도 이와 유사하게 ‘DRI(Direct Responsible Individual)’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DRI는 어떤 프로젝트에 책임이 있는 개인의 이름을 프로젝트 명 옆에 기재하는 제도이다. DRI는 구글의 OKR과 근본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구글은 개인 단위로 책임 지지만, 애플은 프로젝트 단위로 책임을 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글에선 한 분기가 끝나면 OKR의 항목에서 본인이 목표의 얼마만큼을 달성했는지 빨간 불, 노란 불, 파란 불로 알려준다. 목표한 바의 30% 이하 달성은 빨간 불로 ‘기대 이하’, 30%에서 70% 달성은 ‘기대 만족’, 70% 이상은 ‘기대 이상’을 의미한다. 이 등급들은 추후 승진에 있어서 평가 기준이 된다. 한국에선 연차를 기준으로 승진한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더 높은 계급으로 승진하게 된다. 반면 구글엔 연차라는 개념이 없다. 구글에선 같은 프로젝트를 한 동료들이 서로를 평가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잘 했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이 세 가지를 평가하며, 이것은 당사자가 볼 수 있게 피드백(feedback)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피드백과 위에서 언급한 OKR의 등급으로 연봉, 보너스, 주식, 승진 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

이처럼 구글은 철저히 능력과 성과에만 기준을 두고 사람을 평가한다. ‘기대 만족’을 계속 받았다면 승진할 수 없다. 계속 ‘기대 만족’을 받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요구하는 수준의 능력만을 가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승진을 위해서는 몇 분기 연속 ‘기대 이상’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구글에서 승진은 굉장히 어렵다.

그렇다면 ‘기대 이하’는 어떨까. 연속 세 번 ‘기대 이하’를 받은 사람은 유예기간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도 ‘기대 만족’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새로운 직장을 알아볼 수 있는 3개월의 시간을 준다. 구글이 이와 같은 방침을 고수하는 이유는 ‘더 힘들어질 나중을 위해서’이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냉정한 성과평가 문화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잘 완수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크고 주변 환경이 업무에 최적화 되어 있는 만큼, 그 배후에 깔린 평가는 냉정하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빨리 배제된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4. 알리는 문화

구글에서의 일은 고되다. 그 고된 일을 끝냈을 때 팀의 리더는 모든 팀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이메일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어떠한 의미에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이것을 알립니다.’ 팀이 성공적으로 마친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알리는’ 이메일은 답장과 전달을 반복하며 받는 사람이 추가되기도 한다. 회사 내 여러 사람들이 한 팀의 성공적인 업무 완료를 축하해주는 것이다. 구글은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팀원들은 성취감을 얻고 회사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5. 강력한 매니저와 열린 매니지먼트

한국의 기업은 주로 매니저가 매니지먼트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매니지먼트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매니저는 빠르고 정확한 보고를 올린다. 실리콘밸리 또한 이와 비슷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선 매니저가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 한국과는 반대로 매니지먼트가 매니저들이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 매니지먼트는 연륜과 경험, 지식이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프로젝트의 매니저보다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아래에서 위로 단계별 보고를 거친 후, 위에서 아래로 명령이 내려오는 상명하달 식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때 중간 과정에서 손실되는 디테일들은 엄청난 손실이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직통보고 방식을 통해 이러한 디테일들의 손실을 막는다. 프로젝트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제일 윗사람에게 자신의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사람들에게 강한 주인의식을 심어주어 업무 효율을 높인다.

구글에선 매 주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다. 타운홀 미팅은 그 주를 정리하면서, 그 주에 잘했던 점과 부족했던 점을 되돌아보고 사원들과 매니지먼트 사이에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자리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올라오는 질문들은 ‘현재 사안이 이러한데, 회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와 같은, 회사 입장에서 굉장히 민감한 질문들을 포함하고 있다. 매지니먼트는 이러한 질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성심성의껏 대답하면서 회사 전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6.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실리콘밸리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다. 인종, 성별, 나이, 그리고 성적 취향을 불문하고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실리콘밸리는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다양성에 대한 차별이 없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이 능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따라서 면접 자리에서도 이와 같은 개인적인 질문들은 금지된다. 왜냐하면 피면접자가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어리든 많든,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의 부사장 자리에 있던 메간 스미스를 통해 알 수 있다. 메간 스미스는 여성이며, 부인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현 백악관의 CTO(최고기술책임자)이다.

미키 김은 한국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흔히 쓰곤 하는 ‘짱깨’와 ‘흑형’같은 단어들은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존중에 얼마나 둔감한지에 대한 단적인 예시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러한 단어들은 해고 사유가 된다. 꼭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한국은 반성과 배움이 필요하다.

7. 네트워킹 문화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선 말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일단 말을 붙이고 본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술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은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속도로 같은 술을 마시는 반면, 미국은 서로 다른 술을 일어서서 돌아다니며 마신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미키 김은 이런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8. 모방이나 동경보다는 적용과 활용

마지막으로 미키 김은 구글 정경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고, 질의응답으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 구글에서 일하고 있는 미키 김의 이번 강연은 실리콘밸리의 장단점과 경험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정보들을 전달해주어, 실리콘밸리에 취업하길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취재, 편집: 21기 송예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