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독어독문학과 원어연극 '사천의 선인'

2015 독어독문학과 원어연극 '사천의 선인'

  • 332호
  • 기사입력 2015.09.30
  • 편집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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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우리 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건학 617주년 기념 원어연극을 진행했다. 이번 공연은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인 ‘사천의 선인’을 각색해 만든 연극이다. ‘사천의 선인’은 중국 사천을 배경으로 인간에게 내재된 선악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희곡으로, 인간은 과연 선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연극은 9월 18일 오후 7시와 9월 19일 오후 2시, 7시 3번에 걸쳐 우리학교 경영관 지하1층 원형극장에서 상연되었다. 이번 연극은 원작의 각색부터 무대 준비와 연기까지 연극에 필요한 모든 과정들을 학생들이 직접 준비 한 것에 의의가 있다. 연극을 준비하는 동안 원어연극을 경험한 재학생 및 졸업생 선배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연극을 연습하는 후배들을 방문해 연기에 대한 지도를 해주고,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등 성공적인 연극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






원어연극을 기획한 독어독문학과 학생회장 이희윤 학우(독문 13)를 만나 인터뷰 했다.

Q : 원어연극을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A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많지만... 우선 생각나는 건 마지막 공연의 커튼콜 때였어요. 배우들과 스텝들이 순서대로 나와서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데, 지난 100일 동안 고생했던 날들이 정말 영화같이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저도 2013년도에는 배우로 원어연극무대에 섰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연출 누나가 “무대 위에서 배우들 정말 예뻤다. 빛이 났다.”라고 말했던 게 100퍼센트 와 닿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무대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 보니까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습니다. 특히, 극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셴테가 Hilfe!(도와주세요)를 울면서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이 눈물을 글썽이는 거예요. 처음과 두 번째 공연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동안 혼냈던 것들이 미안해질만큼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 보여준 모든 배우들이 기특했어요. 이번 공연 팜플렛에 제가 쓴 인사말이 ‘100일 웃고 울면서 준비한 연극의 무대에 올랐을 때 잊지 못할 벅차오름이 있고, 제가 경험했던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거였는데, 그 소원을 이룬 것 같아서 정말 뿌듯합니다.
또 하나는 연극이 끝난 후 뒤풀이였어요. 보통 이런 연극을 준비하다 보면 기획, 연출, 배우, 그리고 스텝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있기 마련이에요. 프로 연극인들, 연극을 쓴 브레히트도 그런 갈등 때문에 상연을 그만두기도 했는데, 전문가도 아닌 저희는 어떻겠어요. 실제로 2013년도 연극에서 깊어졌던 감정의 골로 인해서 연극이 끝나고 과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연극의 기획으로서 저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연극을 계기로 더욱 돈독해지길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그렇게 뒤풀이 장소에서 술을 마시며 가슴에 담아뒀던 말들을 차례대로 말했어요. ‘그 때 그래서 미안해’, ‘고마워’ 얘기를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애틋하더라구요. 또 몸이 안 좋아서 먼저 간 친구들에게 ‘정말 수고 많았어. 까칠하게 말한 거 미안하다.’ 카톡을 보내는데,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랬던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조금 나면서 ‘이제 정말 끝났구나’ 그제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Q : 원어연극을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요?

A : 아무래도 배우들에게 쓴소리를 해야만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죠.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팠던 건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강의실에서 연습을 할 때였어요. 무대에 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연기가 생각보다 더딘 거예요. 전반적으로 지루한 감도 있고. 무대 위에서는 잘 할 거라고 굳게 믿어도 막상 공연 날이 다가오니까 너무 불안했어요. 연출 입장에선 십여개의 장면을 모두 살리고 싶은 마음이잖아요. 또 배우들을 생각하면 여태껏 고생했는데 그냥 ‘그럭저럭 보통이었다.’ 라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아쉬울 것 같고. 그래서 그날 쓴소리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부디 마음에 아직까지 담아두는 배우가 없으면 좋겠어요. 있다면.. 미안하다!!


Q : 공연 중 헤프닝은 없었나요?

A : 마지막 연극의 중반부분이 한창이었는데 빔프로젝터로 띄우는 자막이 갑자기 뜨지 않더라구요. 저를 포함한 스텝들은 한마디로 멘붕이었는데, 다행히도 빨리 원인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었어요. 알고 보니, 관객 한 분이 지나가다가 프로젝터 케이블을 건드려서 프로젝터 전원이 꺼졌더라구요.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죠. 배우들은 연기하느라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웃음) 그래서 일단 조명을 완전히 끄고 관객들한테 공지를 했어요. 다행히도 관객분들께서 박수로 화답하셨고 배우들도 센스있게 느닷없는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던 것 같아요. 다음 연극 때는 꼭 귀띔해줘야 할 것 같네요!




   

취재, 편집: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