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현장토크 - 초실감 <br>영상기술은 왜 인문학을 원하나

생생한 현장토크 - 초실감
영상기술은 왜 인문학을 원하나

  • 359호
  • 기사입력 2016.11.11
  • 편집 최재영 기자
  • 조회수 6108


11월 7일 11시부터 1시까지 다산경제관 32210에서 글로컬문화콘텐츠 연계전공이 주관하는 “문화산업전문가와 함께하는 생생한 현장토크”의 첫 번째 강연이 펼쳐졌다. 강연 주제는 “초실감 영상기술은 왜 인문학을 원하나”로, 강연은 4th Creative Party 심상종 기획본부장의 강의와 진행자와의 대화 및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져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영상산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다수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강연은 초실감 영상의 의미와 한국 영상산업의 발전 방향 및 인문학과의 관련성 등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심상종 본부장은 강연 중간 중간에 내용과 관련된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었다.

■ 초실감 영상(Special Venue Film)이란?

“특수영상이라고도 불리는 초실감 영상은 단순한 영상물 상영과 관람에서 나아가 관객들이 화면 속 내용을 직접 체험하게 하거나 체험한 것 같은 효과를 주는 영상 콘텐츠의 종류를 말합니다. 이는 2010년도 이후 디지털 2.0 시대로 들어서면서 등장해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데요. 디지털 장비와 기술을 가지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지면서 주목 받게 되었습니다.”

▶ 실감형 콘텐츠와 실감 콘텐츠

실감형 콘텐츠는 별도의 장치를 이용해 관객이 어떤 행위나 공간을 직접 체험한 것 같은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 체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감에는 한계가 있다고 심상종 기획본부장은 말한다. 영상 콘텐츠의 가장 발전된 단계는 실감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실감 콘텐츠는 실감형 콘텐츠와는 다르게 수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제작자와 수용자는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을 수 있기도 하다. 일례로,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파크는 소설을 실제 공간에 구현한 유일한 사례이다.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소설 속 장면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 하는 일과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심상종 본부장이 속한 4th Creative Party가 하는 일은 영상 콘텐츠 기획 및 개발로, 국내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CG(컴퓨터 그래픽)를 기반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개발하고, 영상 콘텐츠를 테마 파크나 전시회 등 실제 공간에 구현함으로써 초실감 영상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 심상종 본부장은 그들이 만든 CG가 사용된 영화 속 장면들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었고, 이는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처음에는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는데 영화감독이 되려면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어요. 이렇게 해서는 승부가 안 날 것 같았죠.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라면서 미국을 다녀오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래서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갔다가 서사와 포맷의 종류가 완전히 무너지는 콘텐츠를 직접 보게 되었어요. 향후에는 이런 것들이 주목을 받을 것 같았어요. 게다가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툴은 컴퓨터를 이용한 것들이었는데, 당시의 영화감독들은 컴퓨터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 이거다!”하고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죠.”

■ 영화의 역사

그는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부터 최초의 유성영화, 최초의 삼색영화와 CG를 이용한 영화에까지 이르는 영화의 역사를 보여주며 초실감 영상이 주목 받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890년대에 영화가 처음 개발된 후로 1950년대까지는 다면영화, 입체영화 등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졌는데요. 특히 1940년대 이전에는 극장마다 상영하는 영화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저렴한 영화만을 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극장 객석 점유율은 평균 80%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1940년대에 TV가 등장하면서 극장 시장은 몰락했습니다. 사람들은 극장에 가지 않아도 TV를 통해 집에서 편하게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영화계는 TV가 가질 수 없는 매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자들이 오래된 포맷의 영화를 다시 들고 나와서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는 입체영화가 다량 생산되기도 했었죠. 하지만 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대규모의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없었습니다. 이에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4대 메이저 배급사를 중심으로 영화 시장을 규격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카메라, 필름과 스크린 모형 등을 모두 통일하여 여러 극장에서 모든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영화의 전 세계적인 배급망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포맷은 이러한 극장형 영화와 기존의 대형영화, 다면영화 등을 포함하는 체험형 영화로 분리된 채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디지털 2.0 시대의 도래 이후 영상 제작과 표현 방식이 디지털로 통일되면서 영화의 포맷 또한 합쳐졌고, 기존의 다면영화 형식을 따르는 삼면 스크린과 4D극장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초실감 영상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이는 새로 만들어진 기술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다시 디지털로 리포맷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부활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 개발의 현주소

“사실 영상이든 뭐든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에 관해서는 기술에 대한 지원만 많고, 콘텐츠 개발 지원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에요. 사실 감독님들도 원하는 장면에 대해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려 프레임화해서 저희에게 전달해주시거든요. 하지만 미국은 약간 달라요. 영화계 거장들이 장르 구분 없이 작품 활동을 많이 해요. 공백 기간에 조소전이나 미술전, 연극 등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남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거죠. 즉, 미국은 이야기 자체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우리나라도 2, 3년 내로 많이 달라지고 있긴 한데, 아직은 콘텐츠 면에서 발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현재 영상 산업과 콘텐츠 면에서의 우리나라의 경쟁력

“자본주의에서 인구수는 매우 중요해요. 인구수에 따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들의 수와 유형도 달라지니까요.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서 아무래도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한계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영상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연예산업의 성공요인을 본받아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의 연예산업, 즉 케이팝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그들이 사전에 치밀한 분석이나 조사를 하기보다는 “하면 된다”라는 접근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데에 있어요. 연예산업에 대한 지원사업은 최근에야 많아진 편이어서, 그들은 큰 지원도 없이 서사나 패러다임을 창조해서 시장을 스스로 개척한 것이죠. 직접 뛰는 노하우로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나에게 멋진 건 다른 사람에게도 멋질 것이다”라는 어찌 보면 굉장히 막연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마인드가 케이팝의 성공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영상 산업에서는 이런 면들이 약간은 부족해요. 영상 만들 때 따지고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특히 제가 종사하고 있는 초실감 영상 분야는 극장의 형태와 프로젝터의 종류, 감독님들의 주문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아요. 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이야기, 콘텐츠를 가장 중요시하려고 노력해요.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냥 해 보는 거죠. 저도 처음 해보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영상 산업에서도 이렇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감 있고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이 많아진다면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초실감 영상이나 실감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들 중에는 어떤 전공자가 많은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기계를 많이 다루니까 인문학도들보다는 기계공학과 등 이과 전공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A. 저희 산업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두 가지 분야가 있어요. 소프트웨어 쪽에서 기획을 하면 하드웨어가 움직이는 거예요. 문과 전공자들이 이과 전공자들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겠죠. 표현의 툴이 영상이다 보니 영상과 관련 있는 전공자들이 많은 편이에요. 연극영화학이나 시각디자인학, 신문방송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인문학도, 사회학도들이 많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종사하는 분야에는 문과 전공자들이 많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실감 콘텐츠는 규모가 크다 보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매우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보니 그쪽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기회도 적을 것 같은데요. 미국 쪽에서는 얼마나 발전이 되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지금까지 만들어진 실감 콘텐츠들은 거의 다 미국이 한 것이라고 봐도 될 만큼 미국은 실감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대단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회도 부족하고, 수용자들도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우리나라는 검증된 사례만 받아들이려 하는 경향이 있어서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획을 잘 못 받아들여요. 그래도 최근에는 엑스포나 테마 파크, 대형 이벤트 등 다양한 곳에서 실감 콘텐츠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긴 해요. 또, 우리나라에서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지원사업이 정말 부족한 편이에요. 그건 아마도 단기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텐데요. 이런 점에 있어서 교육기관에서 인문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힘은 무궁무진하니까요. 인문학적 마인드와 영상기술의 이해를 갖춘 인재들이 많이 배출된다면, 실감 콘텐츠가 더 발전할 것이고 주어지는 기회도 더 많아질 거라고 확신해요.


초실감 영상과 인문학이 왜 결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번 강연은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이를 통해 영상 산업에 다양한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어떤 분야에서든 인문학적 상상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재고해볼 수 있었다. 강연 주제에 걸맞게 인문학이라는 학문 분야와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우리학교 코어사업단이 주최하고 글로컬문화콘텐츠 연계전공이 주관하는 문화산업 현장토크는 이번 달 14일과 21일에도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문화산업에 흥미가 있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생생한 정보들을 얻어가길 바란다.



취재:22기 정혜인, 편집:22기 최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