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ampus 특강:
생물의 진화는 재현될 수 있을까?

  • 447호
  • 기사입력 2020.07.06
  • 취재 이채림, 박기성 기자
  • 편집 김유진 기자
  • 조회수 5924

ExCampus 특강이 7.1(수)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경영관 지하 소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특강은 본교 생명과학과와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의 윤환수 교수가 연사를 맡아 진행되었다. 이번 ExCampus 특강의 주제는 ‘생물의 진화는 재현될 수 있을까?’ 였다. 윤환수 교수는 먼저 2011년에 탐사선이 촬영한 화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동물과 식물이 없을 뿐 우리가 ‘사막’ 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2020년에 보낼 탐사선의 목적은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생물은 지구와 같이 진화할 수 있을까? 윤환수 교수는 화성은 일교차가 매우 커서 불가능할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에 미생물을 보내면 생명이 자랄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윤환수 교수는 영화 ‘마션’의 한 장면을 설명했다. 맷 데이먼이 화성에서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을 통해, 우리는 동물이 식물을 먹음으로써 생존하는, 즉 동물과 식물이 각각 소비자와 생산자로 작용하는 아주 간단한 생태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생산자인 식물의 진화는 재현될 수 있을까?




>> 세포 내 공생가설에 대해    

 육상식물이 출현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4억년 전이라고 한다. 지구의 역사를 1시간으로 치면 약 6분 전에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이전의 54분 동안은 지구는 화성과 같은 상태였을 것이다. 이후 다양한 광합성 진핵 생물들에 의한 세포내 공생을 통해 식물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모두 엽록체가 존재하는데 이는 남세균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종속영양생물인 동물과 독립영양생물인 광합성 조류의 공생은 영구적 엽록체가 아닌 일시적이다. 그래서 세포 내 공생가설이라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이 가설을 정리하자면, 남세균을 먹으려는 동물성 진핵 생물이 섭식활동을 거쳐 유전자 핵으로 이동하여 최초의 식물인 광합성 진핵 생물이 출현하고 2개 막 구조 엽록체가 탄생한다. 이후 이차 내공생을 거쳐 3~4개의 막구조 엽록체, 삼차 내공생을 거쳐 역시 3~4개의 막구조 엽록체가 탄생한다고 한다. 그 증거로 은편모조류 핵소체, 흔히 플랑크톤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 세포 내 공생은 언제 일어났을까?

세포 내 공생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분자시계’라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분자시계의 원리는 진화적으로 가까운 그룹은 최근에 분기된 것으로 보고, 멀리 떨어져 있는 그룹은 오래전에 분기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계통수를 만들고 그 위에 화석 데이터를 시간의 이정표와 같이 놓아서 분기 시점을 분석하면 세포내공생이 언제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분자시계로 분석한 결과 1차 내공생은 약 16억년 전, 홍조류 기원의 2차 내공생은 약 13억년 전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16억년 전에 한번의 1차 내공생을 통해서 홍조류, 녹조류, 해조류로 분기가 되었고, 그 후에 2, 3차 내공생이 일어났다.



>> 폴리넬라 (Paulinella chromatophora)

윤환수 교수는 ‘식물의 진화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재현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폴리넬라(Paulinella chromatophora)’라는 흥미로운 동물성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폴리넬라는 남조 박테리아를 획득한 후 시네코쿠스속(Synecoccus)에서 세포내공생과정을 거친 후 엽록체로 변화하는 진화과정을 거친다. 요컨대, 동물성 폴리넬라는 식물성 폴리넬라로 전환된다. 따라서 세포내공생이라는 것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동물성 세포에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식물성 세포로 변화하는 중요한 진화적 이벤트에 해당한다. 이러한 폴리넬라의 특성은 전체 식물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모델로 사용될 수 있다.



>> 타행성에서의 식물의 진화 재현

윤환수 교수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의 식물의 진화가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 이유로 지구를 포함한 모든 행성의 기원이 ‘빅뱅’으로 같다는 점을 들어, 굉장히 많은 행성들의 구성요소 또한 비슷할 것이라고 보았다. 즉, 지구를 비롯한 다른 행성들은 생물을 만드는 구성요소가 비슷하기 때문에 식물을 만드는 구성요소 또한 비슷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화성에서 감자를 길렀던 것과 같이 타 행성에서 식물의 진화 재현은 가능할 것이다.



>> 아래는 강연 중 했던 Q&A를 옮겨놓았다.

Q 1) 미토콘드리아도 세포 내 공생설로 알고 있는데, 만약에 엄청난 진화가 일어난다면 엽록체도 미토콘드리아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A 1)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세균의 한 종류인데,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원래는 원핵생물이었던 것이 진핵생물로 바뀌었다는 가설이 많다. 35억년 전 원핵생물들이 만들어졌고, 이후 남세균이 광합성을 통해 물을 분해하고, 그 안의 에너지를 활성화하는 광합성 시스템이 받아들여졌다. 그전까지는 화성과 비슷한 환경이던 지구는 이 남세균의 등장으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졌는데, 이후 산소가 많아졌을 때 미토콘드리아처럼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세균이 고세균에 일차 내공생을 통해 들어가서 원핵생물이 진핵생물이 되었다는 가설이 최근에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진핵생물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Q 2)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앞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 즉 팬데믹이 어떻게 될까요?

A 2)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실 것으로 예상이 된다. 진화학적 시각으로 보면 굉장히 슬퍼할 일이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면 면역체계들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인류는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백신이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잠재적 보균자가 약 40퍼센트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은 유전자 내 잠재적인 내성이 있는 이들로, 그런 이들이 살아남아 인류를 이룰 것이다. 


Q 3) 타임즈 지의 ‘2045년에는 인간이 죽지 않을 것이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진화학적 입장에서 인간이 100세 이상 사는 것이 생태계의 항상성을 망치는 것은 아닌가요? 즉, 생존에 대한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요?

A 3) 기술의 발전으로 더 오래 사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지만 지구 생태학적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험하다. 우리가 먹고 살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자원은 반대로 감소한다. 두 증가세와 감소세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원의 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전쟁의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즉,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어벤져스에 ‘타노스’ 라는 캐릭터가 있다. 진화학자 입장에서는 타노스가 핑거스냅으로 지구의 절반을 없앤 것처럼 인구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질병의 문제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