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끝내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장르’
SBS 신정은 기자의 이야기

  • 520호
  • 기사입력 2023.07.27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4219


세상이 어떤 형태로 변하든, 뉴스는 살아남는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다양한 숏폼 형태의 미디어가 우후죽순 등장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뉴스는 숨 쉬고 있다. 틱톡이라는 새로운 뉴스 전달 매체를 구축하고 ‘뉴스테이너‘로 활동하며 뉴스에 숨을 불어넣고 있는 SBS 기자, 신정은 동문(신문방송 13)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7년 차 SBS 기자

신정은입니다.”

 


학창 시절 이야기부터 해볼게요신정은 기자님은 재학 중 어떤 학생이었나요?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공부에 뜻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학업보다 다른 활동들에 우선순위를 맞췄습니다. 사회과학대 학생회 활동, 다양한 학회나 동아리 활동들을 대학 생활의 중점에 뒀습니다. 저는 덜 공부하는 대신,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활동들을 항상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학생회 활동을 할 땐 각박한 일상 속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하자는 취지로 오페라 가수 폴 포츠를 초청해 공연 기획한 적도 있습니다. 폴 포츠 내한 당시, 직접 편지를 써서 공항에서 전달하며 초대의 뜻을 전했죠. 수개 월 동안 물밑작업을 벌인 끝에 그가 다시 한국을 찾아 새천년홀에서 무료 공연을 펼쳐주었어요. 아무도 실현될 거라고 믿지 않았지만, 오히려 학생 신분이라 해낼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방송연구반, 하이클럽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대학시절을 채워나갔습니다.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나요?

사실 거의 1년 반 정도는 목발을 짚으며 통학을 했었어요. 무려 수선관까지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성균관대 축제는 서강대, 서울대 등 다른 S 대학과 함께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죠.  그런데 저희 세대부터 축제 분위기가 바뀌어서 지금처럼 다양한 아티스트들로 풍성하게 꾸며졌습니다. 축제 때 일일호프를 열고 바쁘게 돌아다니다 그만 다리를 삐끗했는데, 쉬기는커녕 다음날 ‘다이나믹 듀오‘ 공연을 즐기다 더 크게 다쳤어요. 그만큼 재미있게 대학 생활을 했습니다.



언제부터 기자라는 진로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학창시절부터 시작된건가요?

꼭 그런 건 아니었어요. 막연하게 미디어나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광고 회사나 다양한 사기업 인턴으로 지원하기도 했었죠. 그러다 SBS 신입 공채 전형에 지원했습니다. SBS에선 기자로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역할이 다양할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죠. 평소 관심을 가졌던 디지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실제로 7년 여 동안 정말 다채로웠어요. 사건사고나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서 취재하거나 관심 이슈에 대한 기획 기사를 쓰는 것도 무척 뜻 깊은 일이었고요. 디지털 부서에선 콘텐츠 유통과 전략을 구상했었고, 틱톡 등 새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기도 했었어요. 선거방송이나 남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프로젝트에 합류하기도 했었죠. 요즘은 주중엔 시사토론 프로그램 연출을 하며 주말엔 앵커로서 아침 뉴스를 진행하고 있죠. 대학시절 여러 활동을 하며 저만의 경험을 쌓았던 것처럼, 지금도 신정은 기자만의 특별한 경험을 쌓으려 하고 있어요.


▲틱톡 ’정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신정은 기자



“제 모토는 쉽고 친절하고 유익한 뉴스입니다.”



신정은 기자님이라고 하면 사실 뉴스테이너‘로서의 모습을 빼놓을 수 없죠틱톡에서 정은 기자’라는 부캐로 활동하시면서 다양한 뉴스를 새로운 형태로 전달하고 계십니다. 뉴스라는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로 틱톡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틱톡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이며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예정입니다. 이용자 수, 이용 시간, 다운로드 수 등의 정량적 수치로 봐도 틱톡은 압도적이죠.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한편으로는 막막할 수 있는데, 오히려 기자가 설 수 있는 무대가 하나 더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죠. 가수가 노래할 무대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듯이, 기자도 마찬가지거든요. 취재한 기사를 전달하며 독자와 소통할 플랫폼이 등장했다면 이를 마다하거나 피할 이유는 없죠.



틱톡이라는 매체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죠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틱톡에선 ‘청소년’들을 마주한다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기성 언론사들이 주로 소통하거나  겨냥하는 독자층과 완전히 달랐던 거죠. 두 번째로 형식적인 도전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뉴스 영상은 왜 가로 형태일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TV 때문이죠. 그동안 TV를 통해 뉴스를 보는 게 만연했던 터라 모든 제작 방식이 이에 맞춰졌던 거죠. 하지만 스마트폰 위주의 콘텐츠 소비 습관 변화로 틱톡 등 세로 형식을 취급하는 플랫폼이 급부상했고요.  처음 틱톡에 뉴스를 공급할 땐 콘텐츠를 재가공하며 일을 두 번 해야하는 어려움도 있었죠.


그럼에도 틱톡에 뉴스 채널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이 급격하게 변할 때였죠. SNS를 통해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특히 교육 공백 상태에 놓였던 청소년들을 혼란스럽게 했고요. 누군가 나서서 팩트체크를 하는 게 필요했어요. 틱톡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데에 여러 도전을 극복해야 했지만, 플랫폼의 급성장과 코로나-19 관련 정보 수요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틱톡의 독자는 청소년 중에서도 초등학생이죠아무래도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뉴스를 내보내면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지상파 방송 뉴스나 신문 등 기성 언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죠. 언론 매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적은 탓에 기대도, 편견도 없었어요. 저도 매체명을 앞세우기보다 ‘쉽고 친절하고 유익한 뉴스‘를 좌우명으로 삼았어요. 뉴스에서 으레 사용하는 용어들을 최대한 풀어서 쉽게 설명하고, 뉴스 자체에 대한 호감을 높이기 위해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했습니다. 너무 자극적이거나 소모적인 아이템에 편승하지 않고 초등학생들이 관심 있으면서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익한 아이템을 선정했어요.



틱톡으로 뉴스를 전달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북상했을 때였어요. 경남 지역을 빠르게 관통하며 많은 피해를 냈었죠. 당시 현장에서 태풍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특보 방송을 생중계로 전했는데, 틈이 날 때마다 숏폼 영상을 제작해 틱톡에 공급했어요. 태풍이 한반도를 지난 후엔 지역별 피해 상황을 취재하며 1~2시간 간격으로 영상을 올렸고요. 촬영도 거칠고 편집도 최소한이었지만 많은 독자들이 호응했죠. 하루 꼬박 취재한 내용을 독자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저녁엔 방송을 통해 르포 기사로 전달하니 독자와 제대로 호흡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19 청소년 백신 접종이 화두로 떠올랐 때 저도 당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Q&A 라이브 방송을 틱톡에서 진행 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백신 접종과 관련해 최대한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춰보겠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죠. 실시간 댓글로 받은 첫 질문은 ‘백신을 맞으려면 얼마를 내야 하요?‘ 였던 거죠. 백신 종류나 신청 방법을 쉽게 설명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질문을 받고 꽤나 충격을 받았어요. 공급자적 시각에서 뉴스와 실제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뉴스는 출발점부터 달랐던 거죠. 갈 길이 한참 멀었다며 반성을 했어요.



현재는 틱톡 활동을 잠시 쉬고 계시는데요다시 틱톡 정은 기자‘로 컴백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말을 하면 지켜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긴 하네요. 시즌 2를 고민하고 있긴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을 위한 디지털 안전 관련 이슈를 틱톡으로 전달하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노는 곳은 이제 바깥의 놀이터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죠. 동네 작은 놀이터만해도 수많은 안전 기준을 지키도록 하는데 소셜미디어는 과연 안전하게 관리, 유지되고 있는가 점검이 필요해요. 왜곡되거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아이들도 위험에 버젓이 노출됐습니다. 지금까지는 뉴스를 틱톡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면 때로는 틱톡을 뉴스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새 플랫폼들의 부상 속 기자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어요.




“뉴스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이제 기자님이 생각하는 뉴스에 대해 질문해 볼게요최근 유튜브나 각종 SNS에서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주로 소비하면서 자연히 ‘뉴스는 딱딱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아무래도 딱딱한 아이템이다 보니 영상 접근성도 떨어질 것 같습니다신정은 기자님이 생각하는 뉴스의 딱딱함‘을 극복할 방법이 있나요?

플랫폼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가 다르다는 이야기부터 하고 싶어요. 쉽게 말해서 우리가 여행을 가더라도 인스타그램의 게시물로 올릴 사진과 스토리로 올리는 사진은 각각 다르죠.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배경 사진은 훨씬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별하고요. 쉽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각 플랫폼과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이용자들의 행태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뉴스 콘텐츠도 플랫폼별 맞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틱톡이나 쇼츠, 릴스 등 플랫폼에선 짧지만 핵심을 짚어주는 콘텐츠와 달리 유튜브에서는 충분한 맥락을 담은 긴 콘텐츠가 소구력을 지니 듯이요. 뉴스가 딱딱하다는 편견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 딱딱한 내용의 뉴스라도 통할 수 있는 플랫폼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는 거죠. 보도 내용의 성격이나 내용, 관심 독자층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에 공급하며 활용하는 게 필요해요.


 

외려 제가 뉴스를 딱딱하게 생각했네요그런데도 뉴스를 제대로 접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운 사실인데요앞으로 뉴스가 살아남을 길이 있을까요.

있어요. 사람들이 TV를 틀고 앉아 뉴스를 시청하는 게 아닐 뿐이지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뉴스는 숨 쉬듯 뿜어져 나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외교 현안이자 과학적 검증의 대상이면서도 어업 종사자들에겐 일촉즉발의 생계 문제이자 일반 시민들에겐 저녁 메뉴로 회가 괜찮을지 토론하는 일상 속 대화 소재이기도 하죠. 채은 기자님이 말한 것만큼 뉴스의 미래가 막 어둡지는 않아요. 뉴스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콘텐츠입니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과 플랫폼 전략, 보도 내용이 어우러질 때 뉴스가 살아남을 수 있고요.



누구보다 뉴스에 진심인 신정은 기자님은 무엇으로 움직이시는지 궁금합니다신정은 기자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가만히 못 있는 게 제 체질인 것 같긴 해요. 무엇이든 단순하게 생각하는 습관도 오히려 절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이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냐”는 질문도 여러 번 받았는데 그때마다 “그냥요. 그냥 생각 없이 해요.”라고 답을 해요. 복잡한 계산 없이 묵묵히 이것저것 하는 게 나름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자를 꿈꾸는 성균관대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론계에 먼저 뛰어든 선배로서 같이 일할 동료와 후배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업계 사정이 예전과 다르다며 기자직을 비추천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절대 동의하지 않아요. 업계가 천지개벽하듯 변화하고 있는 덕분에 오히려 기자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아졌고 다양한 일들에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게 됐죠. 오랫동안 언론고시를 준비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만 부각돼 방황할 수 있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기자 일을 하고 있어요. 대학도, 전공도, MBTI도 다양합니다. 기자라는 업의 특성상 자신만의 경험과 개성은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