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시간의 법칙,
예능 PD 장혁재(신문방송 90)동문

  • 526호
  • 기사입력 2023.10.27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4289

장혁재 PD는 우리 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SBS에서 PD로 일하고, 현재는 '스튜디오 가온'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의 필모는  ‘X맨’, '패밀리가 떴다'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오랜 시간 PD로 일하는 장혁재 PD에게 콘텐츠란 어떤 의미일까. 장혁재 PD는 콘텐츠는 정신적 만족을 가져다주고, 절대로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성균웹진이 만나본 장혁재 PD는 멀티태스커 그 자체였다. 10,000시간의 법칙처럼, 예능 PD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콘텐츠의 디테일한 기획부터 편집까지 이르는 모든 일들을 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직업이었다.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 뒤에서 웃고, 웃음을 가져다주는 장혁재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혁재입니다. 현재 스튜디오 가온에서 예능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6년에서 2015년까지 SBS에서 PD로 일하면서 '호기심 천국',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 여러분들이 아실만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했습니다. 지금 제가 대표로 있는 스튜디오 가온은 런닝맨의 조효진 PD를 포함한 다른 후배들과 함께 만든 회사입니다. 제 동생인 장태유 감독도 같이 합류하면서 예능과 드라마를 망라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OTT 서비스에서 방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현재는 ‘더존’ 시즌 3 촬영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필모가 굉장히 화려하신 것으로 유명한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엑스맨’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SBS를 나와서 기획한 프로그램 중에서는 ‘범인은 바로 너’ 그리고 '더존'이라는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회사는 버라이어티를 잘 만들던 PD들이 싱크탱크처럼 모여 만들어져서 우리가 가장 잘하고 원하는 콘텐츠들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존’ 이라는 프로그램도 OTT에서 방영되는 첫 번째 오리지널 예능인데, 정통 예능 스타일이에요. 많이 웃을 수 있는 리얼 버라이티 성 예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SBS에서 퇴사하시고 기획한 프로그램들만의 특징이 있나요?

SBS에서 재미있게 일했어요. 퇴사하고 나서는 '원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OTT 플랫폼이 부상하고 나서부터는 다양한 채널들과 협업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OTT가 더 트렌드인 세상에서, 그 트렌드에 발맞춰서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어요. 저희도 OTT가 뜰 거로 예상하고 퇴사한 건 아니지만, 원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와서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또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해서 트렌드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XR이라고 불리는 VR(가상 현실)을 활용해서 네이버와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제작 예정인 프로그램도 많아요. ‘찐친’을 가려내는 예능과 더존 시즌3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Q. 요즘은 경력직 PD들도 소위 방송 3사라고 하는 레거시 미디어 채널에서 많이 퇴사하시는 것 같아요. OTT 플랫폼에 비해 레거시 미디어 채널에는 제약이 조금 있나요?

그렇죠.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방송국에서 일을 잘하거나, 프로그램을 잘 했던 PD들이 회사를 옮기거나 독립적으로 일 하는 추세입니다. 이적을 해서 자기가 잘하는 것들을 더 크게 만들 기회를 갖거나, OTT 플랫폼에서 전문화된 장르를 만드는 게 새로운 트렌드인 것 같아요. 방송국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약을 받다 보니, PD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소재나 수위 등의 한계가 있어요. 반면 OTT 플랫폼에서 방영되는 콘텐츠들은 좀 더 직설적이에요.


예능이라는 장르의 콘텐츠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코미디, 다큐 등 전 영역을 다 망라하는 것이 예능의 장르입니다. 더불어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상 세계(XR) 등의 요소를 담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하는 예능 PD들 입장에서는 이적을 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해보는 게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사실 뭐든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재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언제나 고민하고 있어요.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유머라고 농담 식으로도 말합니다(웃음). 예능이 너무 어렵거나 다가가기 힘든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거죠. 트렌드는 돌고 돈다지만, 지금의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소재가 예능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트렌드를 어떻게 캐치해서 콘텐츠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재미를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리얼하고, 진짜 같아야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도 마찬가지예요. 연기자들이 적당히, 꾸며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짜로 연기하는 게 리얼 버라이어티 쇼거든요. 요즘 뜨는 유튜버들, 인플루언서들, 그리고 기존 탑 MC들까지. 거부감 없이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 마케팅 수단이자 예능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튜디오 가온의 프로그램 ‘더존'


Q. 본인의 어떤 성격이나 특성이 예능 PD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예능 PD 시험을 볼 때 100m 달리기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말을 농담삼아 해요. 그만큼 예능 PD가 되기 위해서는 순발력, 지구력, 그리고 끈기가 중요합니다. 편집하다 보면 일주일의 하루나 이틀밖에 집에 못 가는 날들도 많아요. 끝까지 편집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찾아내기 위해서 버티는 지구력이 중요하다는 거죠. 다음으로 중요한 건 새로움에 적응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버라이어티 첫 세대였어요. 제가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한 대표적인 PD 중 한 명이기도 해요. 멀티카메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예능에 적용해서 제작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순발력이랄까, 흡수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PD라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예능을 좋아해요. 잘 웃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게 예능 PD에 어울리는 제 특성이에요. 그리고 예능계 일을 지망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크리에이티브한 걸 좋아하잖아요. 새로운 걸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예능 PD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예능 PD가 미래가 밝은 직업이 아니라는 전망도 종종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PD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디어 생태계의 위기다, 플랫폼의 위기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 정도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소비되는 세상에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중요도가 떨어지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앞으로 그 중요도가 커지면 커졌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PD를 하려면 꼭 방송사에 들어가야 했다면, 요즘은 혼자 카메라 몇 대만 있어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유튜브를 통해 쉽게 소비할 수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는 것은 미래가 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D 일을 직접 경험해보면 힘들거에요. PD를 쓰리 멀티, 포 멀티 잡이라고들 합니다. 편집부터 시작해서 스탭들을 챙기고, 기획하는 모든 일들을 PD가 직접 담당하고 있거든요. PD가 되고 싶다면, 정말 이걸 원하는 게 맞는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확신이 들었을 때 입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스튜디오 가온이 원하는 예능 PD의 인재상도 비슷한 결이겠네요.

그렇죠. 저희는 면접 볼 때, 콘텐츠에 얼마나 관심 있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저희가 만든 예능 프로그램들을 다 봤는지. 매년 많은 친구들이 PD로 지원하는데, 저희가 실제로 뽑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 회사, 그리고 우리 회사의 콘텐츠에 관심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고 있고, 그 콘텐츠 제작에 젊음을 바칠 의지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주력합니다.


예능은 내가 혼자 보려고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에요. 어떤 플랫폼에서 방영하든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예능 PD의 업무입니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트렌디한 지, 왜 그런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그런 걸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PD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PD님 프로그램만이 가진 특징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예능은 재미 있어야 해요. 아무리 어떤 컨셉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컨셉보다 중요한건 재미예요. 그 재미를 어떤 식으로 구현하는지, 그 폼은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폼을 좀 다르게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그 폼 안에서 저희만의 다른 포인트를 찾으려고 해요. 그러면서 콘텐츠의 내용이 지금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트렌드에 적합한가, 시청자들이 좋아할 소재나 방향성을 담고 있는가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기획할 때 이런 것들을 신경쓰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을 하면서 아이디어의 구현, 그리고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모든 소품을 배치하고 이걸 디테일하게 어떻게 살릴지, 원하는 장면이 나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중요해요.


Q. SBS를 나오고 직접 제작사를 차리셨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는 일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SBS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똑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일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가온은 잘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일하는 회사이길 바라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희만의 독특한 능력을 발휘할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그런 제작사로 키우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쉽지 않은 점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콘텐츠 업계라는 정글 속에서 저희가 잘하는 것들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SBS에서 나오고 나서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방송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하다가, 정글 같은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입장이 된 거죠.


더불어 SBS를 나오고서는 레귤러제(매 주 방영)가 아닌 시즌제 예능을 제작하고 있어요. 레귤러제라는 부담이 없다 보니, 질적으로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생긴 것도 변화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Q. 스튜디오 가온만의 색깔이나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는 좀 ‘다른‘,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합니다. 완성도와 퀄리티가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콘텐츠의 국경이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드라마 제작도 하고 있습니다. 예능과 드라마를 함께 제작하는 제작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IP 권한을 보유한 제작사로서, 드라마적으로도 여러 가지 IP와 특이한 것들을 많이 하는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IP를 예능, 드라마 등으로 멀티유즈하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Q. PD가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남에게 재미 주는 것을 좋아해서, PD가 되신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솔직히 대학 때부터 남을 잘 웃기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예능 PD들이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소심한 사람도 많습니다. 오히려 남을 관찰하고, 재미있는 걸 보는 사람들이 PD가 되는 것 같아요. 재미를 잘 캐치하고, 콘텐츠 자체에 대한 지대하고 끝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때부터 PD가 되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그래서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한 거고요. 저는 제대하고 나서 방송 현장에서 엑스트라 생활, 그리고 FD 생활을 1년 정도 하면서 현장 경험을 했습니다. 현장 경험이 나중에 SBS에 지원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PD가 되고 나서 느낀 건, 실무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일을 해보고, 내가 진짜 이 일에 맞는지 확인하고 지원하면 훨씬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성균관대에서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Q. PD 장혁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 만족하는 성격이에요. 일단 목표가 있으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빨리 그걸 달성하는 걸 좋아합니다. 예능 PD들은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사람들이 좋아할 때, 가장 만족하고 또다시 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요. 그런 사람들의 좋은 반응이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예능 PD는 혼자 잘해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에요. 스태프들, 연기자들과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일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통하면서 만들어 낸 팀의 좋은 분위기도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Q. PD를 꿈꾸는 성균관대 재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예능 PD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니 선배로서 좋네요. 아무리 콘텐츠 업계가 레드오션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이 업계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정신적인 소비재가 콘텐츠라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몸을 던지며 정신적 만족을 얻는 사람들이 필요해요. 그런 걸 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더 즐거워지거든요. 이런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후배님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D는 인턴, 동아리 활동 등 실제적인 경험을 해 보고 이 일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이 직업은 '결과를 내겠다는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내 능력과 시간을 갈아 넣고 원하는 결과물을 냈을 때 고통이 느껴지지 않고 재미있어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  SBS PD때 제작한 '런닝맨' ,‘패밀리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