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주어진 더 나은 선택지,
김태완 교수와 AI 경영 윤리 이야기

  • 528호
  • 기사입력 2023.11.28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2362

생각을 생각하고, 존재의 존재성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철학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김태완 교수는 우리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기업윤리를 가르치고 있으며, 최근 국제학술대회에서 ‘삼성이 철학가를 고용하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기업 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운 인물이다. 그는 토론하고 질문하는 철학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기업 윤리, AI 윤리란 투자하며 더 나은 길로 세상을 이끄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경영 윤리에 대한 투자가 세상에 더 나은 방향으로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업윤리, 그리고 AI 윤리에 대한 김태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 철학과 00학번 김태완이라고 합니다. 2012년부터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 대학의 경영대학에서 기업윤리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상당수의 경영대학에 윤리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있습니다. 제가 박사 학위를 했던 펜실베니아 대학의 경영대학에는 10명 넘는 윤리학 전공 철학자 교수님들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MBA의 필수 과목인 기업윤리를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끔 윤리 이론 세미나를 경영대학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Q. 지난 10월 이건희 선대 회장 3주기 추모 국제학술대회에서 삼성의 윤리 경영에 대해 언급하신 바가 있는데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기업의 윤리란 어떤 것을 지키는 건가요?

기업 윤리란, 짧게 말하자면 어떠한 기업 활동을 하더라도 대다수의 윤리 이론이 이야기하는 바에 따라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면 윤리적인 잘못이죠. 어떤 조건을 충족한 차별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상당한 이론적 논의가 있습니다. 기업 윤리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재무나 회계를 제대로 하기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듯이 윤리 이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하는 거죠.


▲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 [사진출처 : 헤럴드경제]


Q. 삼성의 윤리 경영에 대해 첨언하신 부분이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삼성이 CSR 활동을 이어가면서 윤리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인 윤리 규칙들이 아주 중요합니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요란한 빈 수레가 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윤리적으로 좋은 활동을 한다고 선전하는 기업일수록 빈 수레일 가능성이 높아요. 가을에 벼가 알곡이 가득 차면 알아서 고개를 숙이듯이, 진정으로 책임 있는 윤리적 기업은 요란하지 않고 겸손합니다. 둘째는 밖으로는 도네이션을 많이 하는데 회사 안으로는 비윤리적 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내부적으로 윤리 문제가 많았던 기업들 대부분이 기업의 외부적 사회적 공헌을 많이 했습니다. 셋째로 인공지능 윤리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Q. AI 윤리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은데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AI 윤리의 골자, 기본은 무엇인가요?

인공지능 윤리의 골자는 인공지능과 윤리 이론을 둘 다 이해하는 사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씩 잘하는 사람은 있지만 둘 다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팀을 만들어서 절반은 인공지능 전문가, 절반은 윤리 이론과 정치철학 전문가들이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공정한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어진 기업 상황에 윤리 이론적으로 가장 타당한 공정 이론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자체는 다들 많이 만들지만,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힘들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Q. 기업 컨설팅을 하실 때, AI 윤리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공지능 윤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윤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기업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런데 윤리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고 어떻게 윤리적으로 될 수 있는가만 묻습니다. 윤리 이론은 쉬운 학문이 아닙니다. 세상의 기업들이 윤리를 위해 회계나 재무팀에 지원하는 돈과 시간을 똑같이 들이면 세상은 완벽해지지는 않아도 더 나아질 거예요. 또 윤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배워야 합니다. 갑자기 회계사가 될 수 없듯이, 기본 수업부터 다 듣고, 시험도 치고, 경험도 쌓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윤리 이론과 정치철학 전공자들을 윤리 팀원으로 많이 고용해야 합니다. 애플이 스탠포드대학교의 정치철학 교수 조슈아 코헨을 스카웃 한 것처럼요.


▲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김태완 교수 


Q. 현재 우리 성균관대도 AI 윤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Chat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학생/교수자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죠.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성균관대가 더 나은 AI 윤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미 교수님들께서 많은 논의를 하셨을 거로생각합니다. 다양한 전공 교수님들께서 모여서 토의하시고, 윤리와 정치 철학 전공 교수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리라 봅니다. 다만 추가로, 현실적으로 윤리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누군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들이나 자산가들이 과감하게 성균관대 철학과 연구자들을 위해 그리고 대학 전체 교육을 위해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Q. 현재도 AI 윤리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소명, 연구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거창한 연구 소명이나 목표는 없습니다. 꾸준하게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현재 관심 있는 주제 중 하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좋아요 숫자를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입니다. 또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데이터인데,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 유저들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습니다. 사실 제 연구의 근본적인 관심은 인공지능이 윤리 추론을 정말 할 수 있는가에 있기도 합니다.


Q.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이 궁금한데요, 재학 당시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그냥 보통 학생이었습니다. 중앙도서관에 자리 차지하기 위해서 애쓰고, 도둑놈이 저의 전자 영어사전을 훔쳐 가기도 했고. 점심때 쪽문으로 나가서 밥 먹고 그러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경영대 지하에 있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가끔씩 먹는 교수 식당 점심 식사를 조금 비싸도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날 때는 뒷문으로 나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삼청동에 있는 식당에 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철학과를 사랑했습니다. 철학 수업이 좋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수업들이 좋았고, 가끔 교수님들에게 저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해도 토론으로 받아들이는 풍토가 좋았습니다. 공부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학부 때 이미 대학원생분들과 친했습니다. 과사무실을 집처럼 생각했었고요. 요즘 비투비 이창섭의 유튜브 채널 전과자를 보면 학생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Q. 재학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러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쪽문으로 내려가면 있는 벌교 추어탕이 기억납니다. 비싸서 자주 먹지 못했지만,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했던 활동 중에는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1년 교환학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가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년 후 돌아올 때까지 영어가 너무 힘들고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수확도 있었어요. 처음으로 기업윤리라는 과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와서 한 교수님 연구실에 갔는데 이미 영미권 기업윤리 책들을 가지고 계셨고, 좋은 주제라고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Q. 교수님에게 ‘철학’, 그리고 ‘윤리’란 어떤 의미인가요?

철학이라는 것은 워낙 큰 분야라서 제가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크게 보아서 영미 철학 계통에서 규범 윤리 그리고 응용 윤리 중에 기업윤리를 전공했습니다. 제가 1+1=3이라고 한다고 답이 3이 아닌 것처럼, 철학과 윤리는 상당 부분 참과 거짓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명제들의 집합입니다. 조금 더 캐주얼하게 윤리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제가 주로 사용하는 말은, “Ethical is the new black”입니다. 신라면도 블랙 라벨이 비싸듯이 옷 브랜드도 블랙 라벨이 있습니다. 사회는 점점 더 윤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기업이 있다고 봅시다. 한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습니다. 그러면 그 기업은 블랙라벨이 붙은 기업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졸업하기 전에 철학 수업을 꼭 들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철학자의 강의를 듣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도 추천합니다. 성균관대 철학과에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연구를 발표하시는 유능한 철학자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전공을 하더라도, 철학을 배운다면 자신의 기존 전공에 대한 이해를 두 배로 더할 수 있습니다. 가령 경제학의 철학이나 물리 철학, 심리 철학은 기존 전공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발전된 학문입니다. 또 추천하는 것은 꼭 논리학 수업을 들으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비형식 논리, 형식 논리, 양상 논리, 등등 모두 재미있고,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든지 큰 자산이 될 철학적 지식입니다. 참과 거짓이 차이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논리학은 시대를 대비하는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