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송하연 교수

  • 530호
  • 기사입력 2023.12.22
  • 취재 이다윤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3264

그야말로 초개인화의 시대다.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 구현에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이 과정에서 기술 소외 계층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누구나 쉽고 꾸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꿈꾸는 인물이 있다. 이번 호 인물포커스에서는 우리대학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송하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의 송하연입니다. 저는 인간이 컴퓨터, 인공지능, 스마트폰과 같은 기계를 사용할 때의 심리적 효과를 연구해요. 특히 어떻게 기술을 디자인해야 사람들이 더 편하고 쉽게 기계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현재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HCI 분야에는 어떠한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대학생 시절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원 수업에서 인간과 로봇의 인터랙션을 바탕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HCI 분야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기계와의 인터랙션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학적 특성들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대학원에서 뉴미디어를 사용하여 건강과 의료 분야에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연구를 하며 앞으로도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운동 게임 실험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중재 연구를 재밌게 했습니다. 교수가 된 이후에는 공학 대학과 의과대학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밀워키 저소득층 임산부를 위한 모바일 닥터 개발, 금연 게임 개발, 치매 예방게임 개발 등을 하면서 실제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내가 하는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느끼는 보람이 좋아서요.


| HCI 연구에는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술이 인류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의 범위가 계속 확장되고 있어서 기계를 잘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인류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을 더욱 넓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HCI 연구가 교육이나 건강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더 잘 디자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사람들이 더 잘 배울 수 있고 더 건강해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앱이라도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는 앱을 디자인해야 그 기계가 인간에게 주고자 하는 이익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HCI이고 바로 이것이 HCI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Teacher-student Relationship in Online Classes: A role of Teacher Self-Disclosure> 논문의 2023 Distinguished Article Award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어떠한 연구를 진행하셨나요?

이 논문은 제가 온라인 수업을 할 때 학생을 교육하는 선생님으로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면 수업을 하다가 온라인 수업을 처음 하려니 대면 수업과 온라인 차이점을 자꾸 비교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이 더 잘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거든요. 저의 첫 직장인 University of Wisconsin-Milwaukee의 교수님들께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하시는지 팁을 여쭤봤었는데 교수님마다 생각하시는 게 전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한 교수님은 자기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궁금해서 실험을 해봤다고 알려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수업 관련 연구에 대한 영감을 얻었어요.


이 논문은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형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잘 구축하여 교육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 부분에서는 온라인 수업에서 선생님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 공개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와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혔습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구조방정식의 다 집단 분석을 통해 전체 메커니즘을 global level로 비교하고 각 변수 간의 관계를 local level로 비교하였습니다.



|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얻어 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교수님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생 시절 어떤 학생이 자신의 오피스 책상에 ‘졸업 논문의 가장 큰 적은 나에 대한 의심이다’라는 글귀를 써놓은 걸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이 글이 꽤 마음에 와닿았어요. 나에 대한 의심은 비단 졸업 논문에만 큰 적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누구나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일은 어려워 보이고 다른 사람은 다 똑똑한데 나만 바보 같고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못 할 것 같고. 그런데 그때 나의 가장 큰 적은 나의 부족한 능력이 아니라 ‘내가 부족한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 바로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이라는 거죠. 아무리 힘들어도 나 자신을 의심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기만 하면 어쨌든 가장 큰 적은 물리친 셈이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요즘 학생 중에서도 “저는 자존감이 낮아요, 제가 정말 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라고 고민하는 학생이 있으면 저는 이 이야기를 해줘요. 너의 가장 큰 적은 너를 의심하는 마음이라고. 힘들수록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나를 깊이 믿어주는 일이라고요.


연구는 내가 궁금했던 주제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꽤 흥미롭고 다이나믹한 일이에요. 함께 일하는 연구자들과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재밌고요. 연구는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분명히 재미 있는 일이에요. 저는 연구의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생들이 연구 주제를 정할 때도 ‘네가 생각했을 때 너무 재밌고, 궁금하고, 가슴이 뛸 정도로 열정이 가는 일을 찾아보라’고 해요. 이렇게 연구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게 그렇게까지 지난하지는 않아요. 본인이 재미를 느끼니까요.  



|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항상 나의 옆에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만을 위한 인공지능 건강 도우미를 디자인해서 사람들이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을 잘 챙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기술을 연구하고 디자인할 때 기술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고려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기술 소외 문제가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현재 노인을 위한 UI/UX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우리의 뇌가 얼마나 놀라운 가능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떤 사람이 3개월 동안 저글링 연습을 했더니 해당 활동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실제로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뇌가 스스로 변화하는 성질을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고 해요. 이 연구가 발표된 뒤, 학자들이 노인을 대상으로도 같은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노인의 뇌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뇌도 자기 구조를 바꿔가며 여러분을 도와줍니다. 여러분의 가능성에 대한 가장 큰 적은 여러분 자신에 대한 의심이에요. 나 자신을 믿고 내 마음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우면서 내 생각을 조심하세요. 생각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마음 먹고 꾸준히 하다 보면 뇌도 나를 도와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