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공학으로 세상을 선도하다’
– 공학교육혁신센터장 이준영 교수

  • 533호
  • 기사입력 2024.02.11
  • 취재 이준표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2074

“저는 항상 2%의 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왔습니다”


고분자란 높은 분자량을 지닌 소재로 대표적으로 플라스틱이 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란 흔히 알려진 고분자와 달리 강도, 유연성과 함께 도체의 성격을 지닌 분자체를 의미한다. 전기전도성 고분자가 상용화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공학교육 혁신센터장으로 재직 중인 이준영 교수는 전기전도성 고분자와 섬유 소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이에 대한 연구 성과로 2023년 상암고분자상,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선정, 그리고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공과대학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이준영 교수입니다. 저는 1992년 5월에 미국의 University of Massachusetts-Lowell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1998년 2월까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1998년 3월부터 현재까지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 재직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고분자학회 최고 학회상인 ‘상암고분자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소감을 전해주세요.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한국고분자학회에서 상암고분자상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상암고분자상이 너무나 과분한 상이지만,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우리 고분자학회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Q. 어떤 연구로 상암고분자상을 받게 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는 섬유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하는 과정에서는 비선형광학(Nonlinear Optics) 고분자 재료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KIST와 우리 성균관대에서는 주로 전기전도성 고분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전기전도성 고분자란 것이 궁금하실 것 같아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흔히 플라스틱이라고 얘기하는 일반적인 고분자는 경량이고, 적절한 강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원하는 형태로 자유로이 제조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환경오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용되는 유용한 소재이며, 이처럼 일반적인 고분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입니다. 그런데 만약 일반적인 고분자의 장점은 유지되면서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소재가 있다면 그 활용성은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에 1970년대 후반부터 전기전도성 고분자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 2000년에 Hideki Shirakawa, Alan Heeger, Alan MacDiarmid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된 중요한 소재입니다.


저는 이러한 전기전도성 고분자 및 섬유 소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의 합성, 박막제조 연구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 전자소자 등의 유연투명 전극소재로 활용하는 연구와 전자파차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텍스타일(섬유, 의류) 디바이스의 전극소재로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금속 수준의 전도성을 보유한 고전도성 섬유제조에 대한 연구도 수행했습니다.


Q. 연구자로서 현재 교수님의 연구 분야로 나아가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는 섬유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물리학과 화학이 융합된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제가 있던 미국의 연구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전공은 물리, 화학, 전기전자 등 정말로 다양한 분야였습니다. 섬유공학을 전공했던 저는 유학 초기에는 다른 분야의 용어를 이해하고, 이론을 공부하고, 실험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씩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는 학생이 됐고, 융합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학위 취득 후 한국에 돌아와 KIST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전기 전도성 고분자 역시 생소한 분야였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배우면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 분야의 연구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현재까지 저의 연구 분야가 되었습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연구자는 연구 분야와 관계없이 인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학 분야의 연구는 실제로 활용이 될 수 있는 수준의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연구실 수준의 연구 결과는 실제 활용할 때 필요한 성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이 발현되어야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를 수행하여 얻은 결과들은 항상 2% 정도 부족했던 것 같아, 어떻게 그 2%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치열하게 해왔었습니다. 제가 완벽하게 성공할 수 없을지라도, 더 우수한 후배 연구자들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 제 연구 결과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제 역할은 어느 정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최근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어떤 연구기관이고, 교수님은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한국공학한림원은 대학, 기업 및 연구소 등에서 기술 발전에 현저한 공을 세운 공학기술인을 발굴하여 우대하고, 공학기술과 관련된 학술연구와 지원사업을 통해 국가의 창조적인 공학 기술 개발과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정기토론회, 정책연구, 공학기술 진흥, 국제교류 및 한림원상 시상 등이 있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정회원, 일반회원, 원로회원, 외국회원, 명예회원 및 단체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회원은 300명으로 정해져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난 일반회원 중에서 정회원을 선정합니다. 저는 2018년에 일반회원으로 선정되었고, 2024년부터 정회원으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화학생물공학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인재양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산학협력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장실습학기제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가능 동반성장 현장실습 생태계 구축”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밖에도 공학교육혁신 상설협의체에 참여하여 공학교육혁신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인재양성위원회에서 우리나라 공학도를 양성하기 위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 국가경쟁력 강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Q. 지난 2023년 11월에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도 수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정년퇴임이 2년 반 남은 제 인생 느지막이 상암고분자상 수상,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선정과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 수상 등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겨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올해의 성균인상을 수상한 것이 가장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 혜택만 받아온 저에게 이렇게 큰 상을 수여해 주셔서 송구하기도 하면서 정말 기쁩니다. 제가 만약 다른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다면, 제가 우리 대학에서 이룬 작은 성과들이나마 이룰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저의 결론은 아니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성균관대학만의 DNA를 가진 우리 대학에는 우수한 동료 교수님, 직원 선생님, 연구원님 및 학생과 학교의 적절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큰 상을 수여해 주신 우리 성균인 분들께 모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Q. 공학교육혁신센터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2017년부터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오래 했죠. 공학교육혁신센터는 2005년에 설립되어 공학교육혁신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학교육인증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에서 지원하는 공학인재 양성 지원사업들을 수주하여 수행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공학 관련 전공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전공과 관계없이 인문사회캠퍼스 학생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학생들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연구원님들과 조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난감합니다. 여러 얘기를 하면 꼰대의 잔소리로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저도 제가 경험하거나 생각한 것만을 토대로 말씀을 드리는 정도이니 매우 주관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성균관대 학우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면, “무조건 담대히 도전하고 많은 것을 경험하라”입니다.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과 학점을 잘 받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와 같이 몸으로 익히는 비교과 경험을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규 수업 외의 경험들이 여러분들의 긴 인생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비교과 프로그램들은 단기간 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분이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제는 대학의 수업 시간에서 여러분의 미래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자기주도학습과 동료학습 및 AI 학습 등을 통해 빠르게 배워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것이 진정한 역량입니다. 프로젝트 주제와 수행 내용과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의 전공 학생들과 같이 하는 팀 프로젝트에 담대히 도전하고, 경험을 쌓으세요. 여러분께서는 자기주도 및 동료학습 역량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것이고,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성균관 대학이 추구하는 학생성공이 아닐까 생각하고, 학생성공은 인생성공을 위한 하나의 준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성공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우리 성균관대학교 모든 학생이 끊임없이 담대하게 도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여, 학생성공을 성취하고, 궁극적으로는 인생성공을 이루기를 무궁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