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덕업일치’ 류은석 교수

  • 534호
  • 기사입력 2024.02.23
  • 취재 이다윤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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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실감미디어공학과 류은석 교수


우리 학교 대학원 실감미디어공학과는 실감형 메타버스 ICT 기술과 문화 영상 콘텐츠 양자를 선도하는 실감미디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2023년 설립한 첨단분야 신설 학과다. 5대 기반 기술인 영상처리, 그래픽스, 인공지능, 플랫폼, 인터랙션 기술과 5대 응용기술인 문화콘텐츠, 트랜스미디어, 디지털 휴먼 및 치료제, NFT, XR 스튜디오 기술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대학, 연구소, 전문 기업과의 국제 교류 및 산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글로벌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류은석 교수는 실감미디어공학과의 학과장 및 사업단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메타버스 융합대학원 국책과제를 수주하여 SW융합대학 내에 실감미디어공학과를 만들었다. 선도적인 연구와 전문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류은석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최근 진행한 연구와 그 성과는.


제가 이끄는 멀티미디어 컴퓨팅 시스템 연구실은 차세대 가상현실 비디오 압축 국제 표준 기술(MIV)을 연구하고 국제 표준화를 시도합니다. 최근에는 ISO/IEC 국제 표준 조직 MPEG에서 우리 연구실이 취득한 테스트 영상을 국제 표준 실험의 필수 조건에 포함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작년 초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본 연구원들이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실제 로봇을 이용한 실용적인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연구실도 당장의 논문이나 실적을 위한 연구보다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 결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여러 대의 이동형 로봇에 카메라를 달아서 공간 전체를 Volumetric Video로 압축하는 기술(3차원 공간 전체를 부호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로봇을 참 좋아했는데, 내 전공과 로봇이 융합된 연구를 하니 일이 즐겁습니다. 요샛말로 ‘덕업일치’를 이루는 연구인 것 같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Research Scientist로 있을 때 <Three-screen TV>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의 제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업무였습니다. 프로젝트 도중 수많은 난관을 마주해야 했고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 다양한 연구자들의 글을 살펴보고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구하던 중 프랑스의 한 연구자가 Open Source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연구원에게 도움을 받아 연구를 이어간 결과 나는 프로젝트에서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때 ‘나 개인은 부족함이 있어도 세상의 뛰어난 사람들과 협력한다면 못 이룰 일이 없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구 활동에서 개방된 기술 교류는 정말 중요합니다.



- 연구실을 소개해주세요. 연구실에서 사람을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연구실은 Greedy 하기보다는 재밌는 연구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즐거워야 하다 보니 연구원을 뽑을 때도 ‘이 사람이 컴퓨터를 사랑하는지, 기술에 대한 진리 탐구의 열정이 있는지, 인성이 좋은지’ 등을 살펴봅니다. 자기가 좋아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자로서 어려움이나 고민은.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대학원생들과 연구실을 꾸리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려면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합니다. 문제는 프로젝트를 따내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대학원생들을 관리하는 일이 업무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점입니다. 함께 연구할 대학원생들을 충분히 구하지 못했을 때, 존경하는 교수님이 최고대학을 그만두고 기업으로 옮기셨을 때 등 여러 인간적인 고충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연구보다 행정, 조직 환경이 연구자를 지치게 합니다. 현재 내가 속한 실감미디어공학과의 과제 지원 조직인 지능형 멀티미디어 연구센터를 계속 키워서 소속된 교수님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 self-motivated 상태를 유지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시간이 되면 OTT 서비스를 통해 IT기술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를 봅니다. <Ready Player One> 같은 영화를 보면 가상현실 기술 연구에 대한 열정이 한 달은 더 생기고 AlphaGo나 NASA의 달 탐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갑자기 Lab Meeting을 소집하는 열정이 깨어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좌절을 극복할 힘을 주는 가장 큰 축복은 사랑하는 아이들 호원이와 이안이를 포함한 나의 가족입니다.


- 연구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기술 자체를 좋아하는, 조금은 Geek스러운 연구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번 생에 다른 부분은 조금 내려놓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 기술에 집중하여 먼 훗날 인생의 마지막까지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이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를 회상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즐겨 했습니다. 엉뚱한 장난을 좋아해서 해킹도 해보다가 일이 터지기도 하고. 아무튼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당시 전기전자연구회라는 교내 동아리에서 CPU와 RAM, ROM을 래핑 선으로 납땜해서 이으며 밤을 새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창밖에 첫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다른 후배 녀석과 ‘우린 왜 이렇게 살지?’하며 뭉클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때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각종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술 습득만을 놓고 생각해 보면 대학의 의미가 작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동아리 활동과 취미생활 등 열정에 미쳐보는 시간만큼은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성균관대학교 자체는 다른 경쟁 대학들을 이기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글을 보고 노력할 성균관대학교 학생 개인은 최고의 대학 학생들의 평균보다 더 잘 될 수 있습니다. 정점에 설 그날까지 staying motiv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