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소리 성우 권희덕 동문

  • 220호
  • 기사입력 2011.01.12
  • 취재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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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영화배우 故 최진실 씨를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유명한 전자제품의 광고문구이다. 오늘 소개할 사람은 바로 이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권희덕 동문이다. 그녀는 5,000여 편의 TV·라디오 광고에 출연했으며, 애니·외화에서도 굵직한 역할을 맡아 연기한 실력 있는 성우이다. 여운이 남는 따뜻한 목소리에 따스한 마음마저 지닌 권 동문을 만나보았다.

권 동문은 성균관대학교 WAMP 3기 장학생이다. WAMP란 삼성병원과 연계된 우리 학교의 대학원 코스 중 하나인데, 건강을 바탕으로 하여 경제·사회의 흐름을 알아가는 최고 경영자 과정이다. 그녀는 2기 원우에게 장학생으로 추천을 받아 입학하게 되었다. 권 동문은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의 행사 때마다 축시를 낭송하곤 했으며, 종종 원우들에게 맞춤형 축시를 선사하기도 했다.

 권 동문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으며, 어린이 합창단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어린이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후로 방송은 권 동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한 후 그녀는 성우시험을 봤는데, 당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고 동아방송 성우로 데뷔했다. 그녀는 데뷔하면서부터 앞에서 소개했던 최진실 목소리를 연기하면서 유명해졌고, 당시 CF의 여자 목소리의 1/5은 그녀가 녹음할 정도로 인지도 높은 성우가 되었다. 이후 그녀는 「달려라 하니」하니의 새엄마 유지애,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공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맥 라이언, 「카사블랑카」 잉그리드 버그만 등 누가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역할을 연기했다.

현재 그녀는 소리사냥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소리사냥에서는 방송과 CM송 등을 제작·홍보·녹음한다. 소리사냥 사무실 곳곳에 있는 책장에는 각종 CD가 빼곡히 꽂혀 있었다. 이 수많은 CD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마음으로 듣는 소리성경’이다. 이것은 권 동문이 성경을 녹음하여 CD로 제작한 것인데, 특별히 이렇게 한 계기가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들이 중3 때 영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웨일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지요. 그런데 그때 아들이 벽에 부딪히게 된 거예요. 고등학교 때는 자신이 가장 똑똑한 줄 알았는데, 대학에 와보니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았던 거죠. 공부의 수준도 갑자기 높아졌고요. 그러다가 아들이 하느님을 접하게 되었고, 하느님을 믿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더라고요.” 그녀는 아들이 기뻐할 선물을 주고 싶어 자신도 아들과 함께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성경을 녹음했다. 이후 교회의 의뢰를 받아 신·구약 전체를 총 4번이나 녹음했고, 이 작업을 거쳐 총 100장의 CD가 탄생한 것이다. 권 동문의 목소리에는 사람들에게 여운을 안겨주는 따뜻한 파장이 있는데, 이것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았다.



 권 동문은 ‘특별한 꽃배달’이라는 일도 하고 있다. 특별한 꽃배달은 권 동문이 직접 좋은 시를 녹음해서 보내주는 회원제 사이트이다. 한 회원이 며느리 생일에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권 동문에게 의뢰를 해왔다. 내용인즉슨, 그 회원의 사연을 권 동문이 글로 써서 시와 함께 CD에 녹음하고, 이 CD와 꽃을 함께 며느리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이 CD는 그 며느리만을 위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니 아주 특별하고 감동적이다. 이 선물을 받은 며느리는 300%의 감동을 하였다며, 아주 기뻐했다고 한다. 이후로 그 회원을 비롯한 많은 회원이 권 동문을 통해 지인들에게 이 특별한 꽃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다른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인데, 권 동문의 글과 목소리로 사랑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제 목소리와 제 글로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랍니다.” 옆에서 취재하던 기자까지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가장 열정을 쏟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올해로 5년째 ‘시로 세상을 아름답게 디너쇼’라는 디너쇼를 개최하고 있다. 맑고 깨끗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를 접할 때 감동을 하게 된다. 자신을 돌아볼 만큼 성숙한 사람들은 그녀의 시낭송을 들으면 더욱이 감동하곤 하는데,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에게 시를 낭송해줄 때마다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한다. 이 디너쇼에서는 그녀의 감동적인 시낭송은 물론이고, 최고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진다. 올해에는 12월 중순에 열 계획인데, 조영남, 박상민, 전제덕, 추가열 등 아주 인지도 높은 가수들이 초청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이 디너쇼를 꾸준히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티켓 수익금으로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지인 중에는 장애인이 된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돈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것들을 단념한 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 동문은 장애인 목욕탕을 짓고 봉사활동을 하자고 다짐했다. 이렇게 해서 그녀가 시작한 것이 ‘장애인 이동목욕 버스’인데,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기자보고도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아이들을 씻겨주면 그날은 정말 행복할 거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또한 이번에 ‘시(時)세아’, 즉 시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시세아에서는 격월로 잡지를 발행하는데, 대중이 공통으로 느끼는 정서를 담은 여러 시를 담는다. 권 동문이 직접 도전, 희망, 사랑 등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선별해 책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시를 통해 감동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소망이 가득 들어간 잡지인 셈이다.

“불가능은 없어요. 안 되면 되게 하면 되잖아요.” 그녀는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거라고 단념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앞에 큰 벽이 있으면 옆으로 가면 된다. 조금씩 옆으로 가다 보면 점점 원하는 바에 가까워질 거라고, 100%를 못하겠으면 30%라도 하면 된다고 말이다. 또한, 권 동문은 항상 4시 반에 기상할 정도로 ‘성실함’을 추구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학우들에게 너무 큰 것만 바라보고 가다가 금방 포기해버리지 말고, 작은 일부터 조금씩 하라고 조언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면, 꿈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에게 취미생활은 무엇이냐고 묻자, 특별한 취미생활은 없고 요리를 즐긴다고 했다. “제가 성우가 안 됐다면, 아마 요리사가 되었을 거예요.” 그녀는 요리를 잘하고 즐겨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아는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권 동문 자신도 늘 남에게 베풀고, 여기서 행복을 얻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자신의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행복과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는 권 동문, 인터뷰 내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취재 ㅣ 성균웹진 곽민선 기자 (y2kkhy@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