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다 <br> 양희준 교수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다
양희준 교수

  • 330호
  • 기사입력 2015.08.28
  • 취재 최혜지 기자
  • 편집 유정수 기자
  • 조회수 10213

양희준 교수는 물리학과를 전공하였고 현재는 우리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이번 달 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온도에 따라 반도체에서 도체로 변하는 신소재를 이용해 전력손실이 적고 속도가 매우 빠른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자제품의 전력손실을 줄이고 속도를 늘리며, 이외에도 웨어러블 기기나 그래핀 등의 발전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삼성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시절 경험에 있다. 대부분경우처럼 박사과정 직후 박사 후 과정을 갖는 대신 삼성에 입사한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와 삼성에서의 좋은 연구기회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2차원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는 그가 신소재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그래핀 붐이 일었고 삼성에서도 그래핀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어요. 문제는 통용되고 있던 실리콘은 반도체인데 그래핀은 반도체가 아니었다는 거에요. 그런데도 그래핀이라는 소재가 갖는 특성이 매우 좋다 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죠. 하지만 반도체가 아니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응용의 범위가 작았고 더 이상의 연구를 진전할 수 없는 한계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2차원 물질 중에 반도체 물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해서 찾은 물질이 이번 달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MoTe2(다이텔레륨 몰리브데늄)이라는 물질입니다.”

“제 연구 분야가 순수 물리고 원자 같은 것을 연구하는 나노 물리이다 보니 비전문가들에게 이 일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워요. 그래서 이 연구에 대해 비전문가들에게 잘 설명할 방법을 고민했고 배터리의 예를 사용하여 설명합니다. 휴대전화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고 중요한 것이죠. 배터리를 연구하는 사람은 그냥 ‘배터리를 연구한다.’라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반면에 저희가 연구하는 것은 전기 자체를 적게 사용해도 오래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죠.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보면 열이 나는 것은 전기 에너지가 동작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열에너지로 소모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전기의 2/3 정도는 열에너지로 나가고 있고 실제 1/3 정도만 정말 동작을 위해 쓰이고 있어요. 전류가 흐르고 있고 저항이 있으면 언제나 열이 나죠. 반면에 저항을 줄이면 소자 동작 속도도 빨라지고 열이 조금 나게 되는 겁니다. 배터리 자체를 연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소자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일환인 거겠죠.”

“보통 여러 전자제품에 쓰이는 반도체는 실리콘 소자예요. 반도체와 도체를 결합한 형태로 사용하는데 도체와 반도체 사이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두 물체가 서로 다른 물질이기 때문에 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이번 연구를 통해 한 물질 안에 도체와 반도체가 모두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고 반도체와 도체 간의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줄여 작동 속도를 50배 정도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거죠.”

“보통은 전자제품을 비롯한 여러 제품을 만들 때 반도체와 도체를 붙여서 소자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연구한 것은 MoTe2라는 물질의 한쪽을 레이저를 쏘여 처리해서 그 부분을 도체로 바꾼 거 에요. 이 세상의 모든 물체는 도체 아니면 반도체로 나뉘는데, 이 물질은 같은 물질인데 한쪽은 도체 다른 쪽은 반도체인 성질을 갖게 된 거죠. 걱정되었던 점은 MoTe2에도 도체와 반도체 간의 경계가 있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같은 물질 내이기 때문에 저항이 크지 않았어요. 이로써 전기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죠.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모양대로 도체와 반도체를 한 물질 안에 나열하는 ‘패터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이를 통해 획기적으로 저항을 줄이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 휴대전화의 예로는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 2차원 반도체 후보군 중에 실리콘 대신 MoTe2를 고른 이유는 실리콘과 밴드갭이 비슷하면서 머리카락의 1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0.8 나노 크기로 작기 때문입니다. 보통 2D 반도체로 실리콘을 선택하는 데 MoTe2는 실리콘보다 불순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지만 밴드갭이 1 볼트로 작아요. 작은 크기이다 보니 그래핀처럼 어느 정도 휘어지고 늘어나고 투명해 질 수 있다는 성질을 갖고 있어요.”

양희준 교수가 단기간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성대 내부의 활발한 공동연구, 특히 IBS와의 효율적인 공동 연구 덕이었다. 기초과학연구원 IBS는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정부의 프로젝트로 10년간 과학자들을 지원한다. 현재 우리 학교에 두 곳을 유치시켰으며 이영희 교수가 나노구조 물리연구단장으로 있다. “보통은 교수가 각자의 실험실을 관리하고 있지만, 함께 뜻을 모아 시너지를 내보자는 목적으로 새로 지은 N센터에 여러 교수와 장비를 모아 함께 연구하고 있어요. 저 같은 신진 연구자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이번 연구가 스타트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IBS나 이영희 교수님이나 협력하는 분위기이다 보니까 신진 인력도 좋은 연구를 바로 할 수 있었죠.”

“이 연구를 보면 참 좋은 것이 모두 성대 연구진들이 했다는 거 에요. 공동연구가 이렇게 잘 되는 경우가 드문데 협력 연구하는 새로운 연구모델을 성공한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합성, 광학은 이 연구에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저는 잘 몰랐던 부분인데 합성 팀과 광학적 분석을 하는 팀과 의사소통도 많이 하고 서로 배우면서 긴밀하게 같이 연구하다 보니까 더 좋은 성과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연구자들이 연구할 때 시료 혹은 샘플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외부에서 시료를 받아오지만, 외부에서 시료를 받아 사용하는 경우 그 물질의 내력이나 어떤 의도로 합성되었는지 등을 알 수가 없어요. 반면 이 연구소에 많은 합성 연구실들이 갖춰져 있어 이곳에서 제작한 시료를 사용할 수 있었어요. 실험 전체가 저희 과와 IBS 연구진 그리고 성대에서 모두 이뤄졌기 때문에 좋았어요.”

“다양한 응용이 있겠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모든 반도체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요. 반도체 시장은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이죠. 반도체 물질은 USB, 키, 하드디스크, 플래시 메모리, SSD, CPU 등에 사용됩니다. 사실 물리학은 공학과 달라 직접 상품화까지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원리를 보는 거 에요. 물리학자들은 근본 원리를 보고 이를 응용하여 상품화하는 것이 공학자들인 거죠. 예를 들면 전기를 끊고 킬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원리를 물리학자들이 발견한다면, 트랜지스터를 컴퓨터의 신호로 바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공학자들의 역할인 겁니다. 물리학자의 일이 뜬금없고 포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더 파급력이 큰 것이죠. 활용 범위를 설명해보자면 모든 반도체 분야라고 할 수 있겠죠.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연구 전후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후속연구라던가 관련 연구는 굉장히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후속 연구는 제가 만든 소자가 아주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수십 인치 크기의 웨이퍼로 만드는 작업을 해서 실제 응용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또한, 이 2차원 물질을 3차원으로는 보지 못했던 여러 물리 현상들을 알아보려는 것을 같이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