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이은주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341호
  • 기사입력 2016.02.12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0652

뇌과학은 유망한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학문이다. 올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과학기술·ICT 분야에서도 뇌는 핵심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기업도 뇌파, 뇌세포와 같은 분야에 R&D를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뇌과학은 건강, 의료뿐만 아니라 과학, 문화, 교육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서울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우리 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은주 교수에 의해 관련 융합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뇌·생체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보자.


저는 2008년에 성균관대학교에 처음 왔어요. 그때 처음 온 교수 중 뇌과학을 하시는 서민아 교수님을 만나 융합연구를 시작했어요. 제가 하는 연구의 키워드는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 neuron+marketing으로 두뇌활동을 마케팅에 접목한 것)이에요.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심리적인 프로세스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심리적인 정신활동에는 생체적인 부분도 수반되고 있어요. 보이지 않을 뿐 감정, 생각, 의식과 같은 모든 것이 생물학적 프로세스와 연관 있죠. 일반적으로 생체정보라 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생체 정보를 의미해요. 이 정보들은 혈류를 통해 온몸의 생체활동과 함께 연결되어 있어요. 이를 감정과 결합하는 것이 연구 내용입니다. 지금은 뇌와 생체 정보를 신원인식·신용평가에 활용하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죠. 그렇기에 신원인식은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현재까지는 지문, 지정맥, 홍채 정보를 토대로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어요. 그럼 다음 단계가 있겠죠? 신원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이를 정신상태와 결합해서 탐구하고 싶어요. "이 사람이 A이구나."라는 간단한 구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특정 정신적인 상태까지 볼 수 있게끔 생체 정보의 가능성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상호작용을 할 때 눈을 보죠. 제가 벌학 박사과정을 준비할 때 어드바이저가 "You have fire in your eyes."라고 말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사람의 에너지는 어디로든 분출이 됩니다. 때론 우리는 연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감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이러한 에너지와 감각이 무엇인지 몰라요. 지금까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객관화한 사람이 없거든요. 저는 이러한 생체 데이터를 더 객관화할 생각입니다. 생체 데이터는 기관활동, 호흡활동 등 많은 요소로 구성된 정보 덩어리에요. 정형화되지 않은 이 정보들을 어떤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모든 경제 활동의 기반은 신용입니다. 신용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봐야 해요. 이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돈을 빌렸을 때 갚을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신용평가를 할 때 개개인의 자기 제어력을 알 수 있다면 유용하겠죠. 지금까지의 신용평가는 잔고, 담보 등을 정형적인 정보를 기준으로 이뤄졌어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내적 능력입니다. 나중에 건강정보까지 이용하면 더욱 확실하겠죠. 다만 이러한 정보는 깊은 수준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허용 가능하고 선택해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고민들 모두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죠. 연구는 늘 어려워요. 모든 과정이 어렵습니다. 특히 융합 논문을 평가해줄 심사위원마저 충분치 않아요. 연구자만의 방법론과 접근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고 분야별 관점도 다르거든요. 인간 문제는 너무 복잡한데 자연과학에서는 이를 쉽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의해요.

그런데 인간이 겪는 문제는 복잡하고 심층적이에요. 융합 연구의 결과를 다루기에 논문은 프로세스가 길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생기면 좋겠죠. 사회에 적용하거나 창업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요. 논문으로 정제해 나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려요. 발견 초기에 빨리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선행 연구자가 없기 때문에 혼자 공부해서 해결해야 하고 결론을 도출한 후에 과연 이게 맞는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계속 공부해야 하죠. 현대사회는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어요. 문제를 하나의 지식으로 풀기 어려운 사회에요. 아까 말했듯이 "내가 누구인가?"와 같은 난관들 말이죠. 이를 위해 데이터들을 보고 또 봐야 합니다. 뒤섞인 데이터들은 굉장한 노이즈이고 어떤 경우에는 아무것도 안 보여요. 그럼 며칠 동안 관찰을 계속합니다.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까."를 생각하면서요. 그곳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았을 때는 정말 기뻐요. 발견했을 때 "세상에서 이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죠. 어쩌면 제가 세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일 수도 있죠. 아무도 모르지만 이런 일을 통해 학자로서 희열을 느끼기도 해요.

지금 학생들이 말하듯이 저도 신입생 때는 몰랐어요. 이것도 해보고 동아리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죠. 2학년 때는 컴퓨터를 좋아해서 여름학기에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그러다 3학년 때 공부가 좋아서 학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동안 학문을 위한 학문도 많이 하고 스스로 재밌어서 했던 연구도 많아요. 앞으로는 사회에 필요한 연구를 하는 것이 꿈이에요. 제 자식들을 볼 때면 무한한 걱정과 책임감이 들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어떨까,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해주는 연구를 해야겠죠. 만약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이 도움이 안 된다면 새로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풀고자 하는 과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죠. 정해진 커리큘럼에 의존하지 않고 이러한 태도를 보인다면 가치가 있는 연구가 탄생할 거예요. 기술이든 경제적 가치든 향상되겠죠.

융합은 방법입니다. 연구의 목적이 훨씬 더 중요해요. 혼자 힘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를 공유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해결하는 방식을 융합이라 부르는 거죠. 실제로는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어떻게 풀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요. 융합만 하고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면 이 또한 문제겠죠. 지금은 대다수가 융합 자체를 즐겁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융합을 왜 하고 이를 통해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에 대한 질문이 핵심이에요. 융합은 단지 도구이고 궁극적으로 인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조금 더 도전해야 해요. 우리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에 더욱 도전해야 해요. 연구, 특히 융합학문에 가장 필요한 자세는 끈기입니다. 과정도 어렵고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무엇보다도 연구하겠다는 스스로 의지를 굳게 가져야 해요. 끈기와 인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어렵지만 융합학문에도 많이 도전하길 바랍니다.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내가 누구인가."의 대답과 관련된 문제로는 고전으로 유명한 리어왕 (King Lear)을 권합니다. 최근 바이오 트렌드나 바이오 관련 커리어를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Biomimetics, Bioinspiration, 혹은 Biometics의 키워드와 관련된 책을 읽기를 권하며, 최근에 나온 흥미로운 국내서적으로는 인체에 남는 삶의 흔적으로서 '뼈가 들려준 이야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