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애정 어린<br> 관심, 홍경준 교수

사람을 위한 애정 어린
관심, 홍경준 교수

  • 357호
  • 기사입력 2016.10.10
  • 취재 오솔 기자
  • 편집 이지원 기자
  • 조회수 7325

해마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수를 위한 특별한 시상이 이뤄진다. SKKU Teaching Awards 이다. 교육발전 기여도, 교육방법 혁신성, 교육에 대한 열정 등을 기준으로 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킨 대표적인 교원을 선발한다. 올해 Teaching Awards에는 10명의 교수가 선정되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Teaching Awards 수상자인 사회복지학과의 홍경준 교수를 만나보았다.

저는 지금 학교에서 전공수업(사회복지개론, 고급사회보장정책연구)을 하고 있고 교양수업(현대사회와 복지)과 대학원 수업도 하고 있어요. 대학에 입학할 때 사회복지학과를 2지망으로 썼는데 가게 됐어요. 처음에는 “이 전공이 왜 필요할까?” 싶었는데 그때 좋은 조언을 주신 분이 있으세요. 그분께서 사회복지학이 의미 있는 학문이고 공부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죠. 그 말을 믿고 계속 공부하게 되었어요.

저는 비교사회정책을 전공했어요. 비교사회정책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무엇이 다른지 공부하는 분야죠. 무슨 특수성이 있는지, 다른 나라와 어떤 공통점을 공유하는지가 주요 관심사예요. 아쉽게도 한국의 복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낙후돼 있어요. 부족한 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쉽게 해결되지 않아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죠. 낮은 출산율, 학생들의 취업 걱정, 노인 빈곤처럼요. 이러한 문제들이 낙후된 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불안정한 복지 체계는 국민들의 근심이다. 실제로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미미한 지원 정책은 자녀 양육비 부담, 고용 불안 등으로 이어져 결국 저출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청년실업률은 9.3%이다. 지난해 8월과 비교했을 때 1.3%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불투명한 미래와 복지에 대한 불확신으로 청년들은 더욱 치열하게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복지 문제는 온 세계의 과제이다. 특히 증가하는 난민과 다문화 가정은 핵심 화두이다. 이에 관하여 홍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제가 공부한 비교사회분야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봐요.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난민, 다문화에 대해 생각하자면 낯선 사람을 향한 거부감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 대해 거부감을 갖죠. 공포같은 감정이요. 다문화 가족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해요. 그래도 한국은 아직 이민이나 다문화 가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라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에요. 난민, 다문화 가정 같은 문제가 제기되면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하게 되고 갈등을 겪죠.

근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의 핵심은 낯선 이에 대한 관심이에요. 전통사회에서는 아는 사람을 케어하면 그것으로 충분했어요. 노인을 잘 아는 사람이 누굴까요? 가족이죠. 가족이 노인을 잘 보살피면 해결됐어요. 반면 현대 사회는 이방인끼리의 연대가 핵심이죠. 국민연금을 예로 들어볼까요? 내가 보험료를 내지만 내가 모르는 낯선 이가 연금을 받아요. 이렇게 같은 사회 안에서도 이방인들의 연대가 이뤄져요. 이러한 현상의 기반은 관심이에요.

서로 다른 사람들을 두고 이방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도록 만든 개념이 국민이에요. 국민 사회의 연대가 탄생한 것이죠. 하지만 난민수용, 다문화 가정 등의 문제에서 국민의 범위를 넓게 보자는 의견도 있어요. 물론 이렇게 예전보다 개념이 포괄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이 문제라는 견해도 있죠. 이러한 의견충돌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과제들이 제기되는 실정이에요. 어차피 사람들은 낯선 것에 관해 본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적당한 범위 내에서 격리하는 것이 적당한 조치 아닌가, 왜 낯선 사람끼리 교류하게 하느냐 등 많은 의견들이 있죠. 이 문제의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이념,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등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과거에 낯선 사람들을 국민이라는 개념으로 묶어냈듯이 현대 우리 사회에도 그런 개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주민이나 다문화 가족들을 우리라는 테두리로 묶어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인류는 필요한 뭔가를 아직 개발하는 중이죠.

저는 낭만적으로 대학생활을 못해본 것 같아요. 나이트클럽을 한 번도 못 가봤네요. (웃음) 85학번이라서 데모를 많이 했어요. 학교는 매일 왔지만 거의 시위에 갔죠. 사실 두려움도 있었어요. “잡혀가면 어쩌지,” “기록이 남으면 좋지 않을 텐데”.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도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니 그런 생각 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제 수업에 외국인 학생이 많지는 않지만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인 학생들보다는 외국인 학생들이 찾아와서 물어보는 편이에요. “제가 한국말도 서툰데 어떻게 할까요,” “따로 팀 구성해주시면 안될까요.” 등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걱정을 털어놔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불편함을 한국인 학생들이 감수하고 소통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런 불편함을 느끼고 차이를 알아야죠. 이런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교육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약자이든, 난민이든, 외국인 학생이든 결국 서로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다. 당장은 어렵지만 둥근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중요해요. 자식들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대학교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을 보면 학생들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 안타깝기도 하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그래서 수업에 대한 태도나 자세도 원래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강의계획서도 상세하게 작성하고요. 교양 수업이라도 수업계획서가 3~4쪽이 될 때가 있어요. 수업 전에 술도 안 먹고요.(웃음) 가능하면 수업에 임할 때 내가 밝고 좋은 모습이기를 바라요. 교수가 연구하는 방법은 일찍부터 배우고 익혀요. 하지만 연구만큼 가르치는 것에 대해 배우지는 않아요. 요즘은 시스템이 좋아져서 교수법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가 있는데 제가 97년에 교수가 되었을 때는 없었어요. 내가 강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궁금했죠. 그래서 스스로 영상을 찍거나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기도 했어요. 발음이 명확한지 신경도 많이 썼죠.

강의를 계속 열심히 해왔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관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전에는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이 이런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할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요. 아무래도 전공 특성상 수업 시간에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나 빈곤 같은 꿀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대안이 있을지 고민하면서요.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수업이 가능할까?”를 고민해요. 학생들의 참여가 많은 편이죠. 특히 교양 수업은 다양한 전공의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훨씬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지더라고요. 예전에는 학생들 하나하나가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우리 학생들이 참 예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들이 수업을 계속하면서 달라지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책이나 선정위원으로서 책을 추천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일단 분야에 상관없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다독을 정독이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어요. 닥치는 대로 만화든 소설이든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경험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지만 책은 다른 사람의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통로니까요. 요즘은 경험 할 수 매체가 책에 한정되지 않아요. 시간이 될 때마다 책이 아니어도 좋으니 타인의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많이 가지면 좋겠어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힘내.” 이런 말도 하고 싶어요. 어쨌든 너희들의 선택이 잘된 선택이라는 격려를 보내주고 싶네요. 워낙 세상이 많이 변해서 ‘내 관점대로 사는 것이 젊은 친구들을 잘 살게 할 것이다.’라는 인식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선생의 입장에서, 앞선 세대를 살아온 입장에서 아이들이 하는 선택을 격려해주고 싶어요.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을 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알려주는 정도죠. 그 속에서 본인이 선택했다면 잘된 선택이라 지지하고 격려하고 혹 안될지라도 다시 백업하거나 도와줄 힘이 돼주고 싶어요.

홍경준 교수의 대답에는 학생들과 수업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녹아있었다.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수업에 대한 열정 덕분에 학생들이 무거운 주제일지라도 활발하게 토론하는 것 같았다. 홍경준 교수의 말처럼 학우들이 모두 힘내는 2학기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
부산일보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9250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