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도전을 두려워하지마라 <br> 원만희 교수

지적도전을 두려워하지마라
원만희 교수

  • 368호
  • 기사입력 2017.03.28
  • 취재 윤정은 기자
  • 편집 정재원 기자
  • 조회수 7955

생애 첫 수강신청 때문에 우왕좌왕했던 새내기들이 3월 중반이 되자 안정을 찾은것 같다. 자신이 신청한 과목의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수업 듣는 모습이 학교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새내기들의 시간표에는 대부분 의사소통 영역 과목이 있다. 의사소통 영역은 1학년 TO가 가장 많고 졸업 전 이수해야하는 과목이다. 의사소통 영역에 포함된 과목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학술적 글쓰기’는 매년 인기있는 과목이다. 재학생들도 좋은 수업이라고 평가하는 ‘학술적 글쓰기’. 이렇게 인기 있는 과목을 담당하는 원만희 교수를 만나보기로 했다.

원만희 교수는 1959년 출생이며 1978년 이후 계속 명륜동에 거주했다. 1978년은 원만희 교수가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한 해다. 그는 입학 후 줄곧 학교가 있는 명륜동에 머물렀다. 원만희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학창시절 심야 방송 라디오에서 흥미롭게 들었던 철학 강의와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서적이 그가 철학과를 선택하게 했다. 그가 철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시기는 제대 후다. 제대 후 매일 도서관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철학의 묘미를 깨달았다. 난해한 철학저서를 계속 읽으며 글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고 한다. 철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철학과 일반대학원에 진학했다. 일반대학원에 진학한 후 1994년에 현대 미국언어철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철학과 교양과목 강사로 활동하다 2005년부터 학술적 글쓰기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자리에 올랐다. 2005년 이후로 대학에서는 학술적 글쓰기를, 대학원에서는 논문작성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입니다. 사고가 분명하고 깊고 풍부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이때 사고를 분명하고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철학이 수행합니다. 왜냐하면 철학은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지요. ‘왜?’라는 의문을 품고 한 주제를 파고들다 보면 주제가 점점 분명하게 자신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본질을 찾는 과정에서 사고가 확장되고 사고의 과정을 명료화할 수 있습니다. 확장된 사고는 글 쓰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덧붙이자면, 어떤 것의 분명함과 확실성을 찾아내는 과정인 철학이 글쓰기 안에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글쓰기는 어떤 것을 알게 되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식과 의미를 생성합니다. 조금 어려운 말로 언어와 세계가 의미를 통해 맺는 관계를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떤 글을 쓰기 위해 전문가의 자료를 읽지요. 그 다음 우리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의견을 생성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막연한 생각이 선명해지고 명료해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Learn To Write 보다는 Write To Learn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씀으로서 명료하게 생각하는 습관, 깊이 있게 생각하는 습관,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습관 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런 습관을 통해 얻는 정신적 변화가 글쓰기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술적 글쓰기라는 과목에 대해 학생들이 겁을 많이 먹습니다. 글쓰기라는 것도 무서운데 앞에 ‘학술적’이라는 용어까지 붙다니 말이지요. 그러나 학술적 글쓰기는 고도의 학술적 기교와 지식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와서 하는 학문적 행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학교에 와서 교수들의 강의를 듣고, 교수에게 질문하고 수업과제를 하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것이 학문적 활동이자 글쓰기의 기초인 읽고 쓰는 행위입니다. 간단하게 대학에서 하는 학문적 목적을 가진 글쓰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학술적 글쓰기의 핵심은 ‘논리’입니다. 학문적 지식은 보편타당해야 합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적절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주장과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논리입니다. 이러한 논리로 이루어진 글이 학술적 글쓰기입니다.”

“학생들에게 가독성과 용이성을 위해 만들어진 짧은 교재 말고 긴 글을 읽게 하고 싶어요. 긴 글을 요약하고, 비판하고 논평하는 등의 활동을 하게하고 싶습니다. 긴 글은 짧은 글에 비해 깊고 풍부한 사고를 담고 있습니다. 긴 글은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오래 이어가도록 합니다. 오래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평소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그만큼 생각의 깊이가 깊어집니다. 긴 호흡의 생각은 더 나은 논리를 만들지요. 비록 학생들은 굉장히 싫어하겠지만 저는 학생들의 학문적 도약을 위해 길고 어려운 책을 읽게 하고 싶습니다. 저의 바람일 뿐이지만요.”

“글쓰기를 배우는 과목이니만큼 에세이를 쓰는 과제가 목적이지요. 요약, 논평은 학생들이 부담 없어하는 과제이기는 하지만 결국 남의 글을 가지고 하는 활동입니다. 이와 다르게 자신만의 논리를 펼치는 에세이는 일단 긴 글이고 남을 지적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요약해야 하며 자신의 주장에 대해 타인의 시각으로 논평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에세이 하나를 완성하는 데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신적 산고를 겪습니다. 정신적 산고를 통해 학생들은 보다 학문적으로 성장하게 되지요. 따라서 어떤 과제보다 에세이를 완성하는 과제를 중요시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글쓰기를 혐오하지 않도록 글쓰기 수업을 계획합니다. 제 강의의 목적은 글쓰기가 학생들에게 습관이 되는 것이에요. 여기서,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읽기와 쓰기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글을 쉽게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글쓰기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도록 저는 토막난 글로 학생들을 유혹하지요. 학생들은 짧은 글을 부담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학생들의 편의와 흥미를 위해 가독성이 높고 쉬운 글을 학생들에게 읽히려고 합니다. 잘 읽히는 텍스트를 학생들이 읽다보면 글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완화된다고 생각해요. 제 욕심같아서는 어렵고 긴 책을 읽히고 싶어요. 그러나 학생들이 글을 편하게 여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수업을 계획합니다.

원만희 교수는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원만희 교수는 매체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찾아내는 것이 주가 된다. 구체적으로, 특정 매체를 씀으로써 매체의 사용자의 의식과 사고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두 번째로, 글쓰기교육 방법론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효과적인 글쓰기교육을 연구한다. 학생들이 글을 더 편하게 쓰게 하기 위해서 단계별 글쓰기 과정을 매뉴얼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어떤 글쓰기를 하면 학생의 사고가 점차 확장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세 번째로, 실증적 연구를 하고 있다. ’학술적 글쓰기 과목에서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이 다른 과목에서도 좋은 학점을 받을까?‘라는 주제에 대해 연구한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클리닉을 관리하고 있다. 글쓰기 클리닉은 중앙학술정보관과 삼성학술정보관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글쓰기 클리닉은 학생들의 글을 교정하고 다듬어주는 작업을 한다. 글쓰기 클리닉에서 튜터들은 전공보고서 작성 등과 같은 글을 지도한다. 실제로 1년에 2,000명 이상이 다녀가는 클리닉이다. 원만희 교수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 혹은 글을 쓰다가 어려움에 봉착한 학생들이 글쓰기 클리닉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작은 목표가 있다면 훗날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학교에서 글을 잘 읽고 쓰는 방법을 배워서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요.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서 현재 글쓰기교육 방법론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답니다. 학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많이 배워가고 사회에서 생활하면서도 도움을 받는다면 글쓰기를 가르친 교수로서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지적인 도전을 감행해라! 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지적인 욕심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교수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어떤 문제에 깊이 파고들기도 하면서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고양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요즈음 사회가 녹록지 않아 학생들이 취직에 급급한 줄은 알지만 너무 학점 자체에만 매달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 어려운 책을 읽고 심오한 주제에 대해 파고들며 지적인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적인 상상력을 펼칠수록 여러분의 시야는 넓어질 것이고 여러분의 미래는 보다 풍요로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