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우진 PD

  • 419호
  • 기사입력 2019.05.10
  • 취재 김채원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 조회수 13358

포방터시장 돈까스, 청파동 수제버거, 해미읍성 돼지찌개!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이 다녀간 식당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기줄로 가득하다. 기존의 맛집 탐방 프로그램과는 달리 다양한 골목식당들의 속사정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솔루션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까지 담아낸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가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고 상권 살리기라는 사회의 선한 영향력을 가져오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따뜻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정우진 PD(영어영문 01)와의 만남을 담아 보았다.


♠ 나에게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이란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골목식당 프로그램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이번 제31회 한국 PD대상에서 TV예능 작품상의 수상 소감을 묻자 그는 자신의 공보다 프로그램에 힘쓴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입을 열었다.


“사실 이 상은 제가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고 백종원 대표님의 뛰어난 멘토로서의 자질과 김성주씨의 진행능력, 조보아, 정인선씨의 공감능력 그리고 여러 스태프들의 노력을 대신해서 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생각하는 진짜 주인공이신 방송에 출연한 여러 식당 사장님들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기획 의도이기도 한데, 이를 위해 다들 노력하고 또 그 점을 좋게 봐주셔서 수상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취지로 이 프로그램이 처음 만들어졌는지 기획배경에 대해 묻자 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이 제 입봉작이었는데, 그것은 망한 편이었죠(웃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푸드트럭은 주로 소풍이나 여행을 갔을 때 많이 이용되지만 실생활에는 맞닿아 있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실생활에 좀 더 와닿는 소재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백종원 대표님의 아이디어로 식당을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 했습니다. 식당은 우리가 매일 먹으러 가는 것인 만큼 관찰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통해 음식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러면서 프로그램이 어떤 상권을 살리는데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겠다 싶어서 이를 기획의도로 삼게 되었죠. 하지만, 실제 장사하는 식당의 모습을 담는 것이다 보니 백대표님은 아름다운 그림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씀했어요. 우리 예능은 다른 예능처럼 포장하기 보다는 식당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게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한 진실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에 애정과 정성을 쏟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다른 예능과 달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다 보니 나름의 고충이 있었지만 이 역시 우리 프로그램의 차별화된 장점이라고 승화시키는 그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 PD의 꿈과 계속된 도전


프로그램 이야기를 할 때 반짝이는 그의 눈빛을 보며 어떻게 PD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PD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고한 믿음보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좋아서, 계속해서 도전하게 되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저는 영문학과를 나왔어요. 하지만 토익 800점을 넘어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영어 공부,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학사경고도 두 번씩 받고 10학기라는 꽤 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과와 학점을 위한 공부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PD가 되고 싶었던 뚜렷한 계기는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영화와 책을 되게 좋아해서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영화를 하루에 세 편 씩 보고, 1940년대의 옛날 영화도 보면서 제가 관심있는 분야의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했던 것 같아요.  학교 졸업을 할 때 즈음 드라마 PD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PD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소수의 인원만 뽑는 PD 시험에 몇번의 탈락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도전했다.


“시험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SBS, MBC 최종시험에 떨어지고, PD는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 하던 중 tvN 공채 PD 시험에 붙게 됐어요. 그렇게 2011년 1월부터 CJ E&M에서 교양, 드라마, 예능 PD생활을 하다 2015년도에 경력직 SBS 예능PD로 입사하게 되었죠.”


♠ 내가 관심있는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내가 PD로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과 대중이 원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저는 내가 관심있고 잘 할 수 있는 것과 대중이 궁금한 것을 선택하게 될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는 직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PD는 사람들이 볼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 이를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연예인 관찰 예능인 ‘미운우리새끼’와 ‘나혼자산다’가 대중들이 궁금하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가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융합해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중예술인 특성상 대중적인 관심, 즉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나 방향성이 바뀌기도 하는 만큼 대중성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답니다.”

대중의 반응을 통해 먹고 살아가는 직업인 만큼 그와 관련된 장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PD생활을 통해 힘들었던 점이나 뿌듯했던 점 모두 사람들의 관심과 관련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제가 밖에 나가서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 옆에서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이야기 할 때 제일 신기하고 뿌듯해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제 직업이나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게 감사하죠. 힘들었던 점은 올해 초에 저희 프로그램을 향한 오해들이었던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이에 관한 고충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역시 인기의 반증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해의 소지를 사지 않게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 PD와 이야기를 쓰는 사람


우리 학교에도 방송관련 꿈을 가진 후배들이 많다. 이런 후배들을 위해 그동안 PD를 준비하며 겪었던 경험담과 아낌없는 격려를 전했다. PD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며 후회하지 않을 20대를 보내라는 그의 조언에서 후배들의 꿈을 응원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PD가 제한적인 소수인원을 뽑다 보니 방송 PD가 무조건 될 거야 라는 생각은 좀 위험할 수 있어요. 저는 방송 PD가 될 거야 라는 생각보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야 라는 생각과 다짐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예능 PD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드라마 PD도 꿈꿨던 결국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인데, 이는 방송 피디 뿐만 아니라 작가, 광고제작자, 게임회사에서 스토리를 짜는 사람 등 모두가 스토리텔링이라는 하나의 영역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꼭 방송 PD가 안되더라도 계속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 사람들은 소설가나 감독 등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만드는 직업군은 굉장히 다양해서 그런 쪽으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써보고, 영화도 만들어본다면 이런 경험들이 쌓여 이와 연관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인생을 논하는게 이상할진 모르지만, 단기전의 달리기가 아닌 장기전의 마라톤이니 중간에 원하는 트랙이 당장 주어지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마지막에는 결승점에 도달할 것입니다. 저 역시도 대학생활 때 제가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영역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그 분야에 가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20대 때 가장 중요하고 이게 인생에서 굉장히 큰 자양분 역할을 합니다. 학생들이 PD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준비만 하는 것이 능사이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로 체득화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PD로서의 목표를 물으니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따뜻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금 하는 골목식당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래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 골목식당 성균관대학교 편


골목식당 프로그램은 그동안 여러 대학가를 찾아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 성균관대학교에도 골목식당이 찾아오면 좋겠다는 많은 학우들의 기대가 있었는데 혹시 방문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저희가 성대 근처를 두번이나 답사했습니다. 쪽문과 정문 앞쪽을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고 있어서 거의 포기 했는데요. 아마 겨울방학에 추진하거나 자연과학캠퍼스를 답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 후배들에게 한 마디


“우리 학교 되게 좋은 학교입니다. 여러분은 너무나도 좋은 나이죠.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20대 때 후회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시험이나 여러 난관들을 이거 아니면 끝이다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제 인생관이 ‘하루하루는 되게 즐겁고 열심히 살되, 인생은 되는 대로다’ 인데요. 인생은 운이 작용하는 영역도 크고 열심히 해서 모두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즐겁게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 꾸준히 성실하게 기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D의 꿈을 가진 후배들은 목표가 시험합격이 아닌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을 목표로 하고 나아간다면 방송이나 기타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인생의 목표를 단순히 시험 합격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해 청춘을 보내기보다는 장기전인 마라톤과 같이 결승점에 놓일 무언가를 생각하며 그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