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에 관하여,
무용학과 김나이 교수
- 449호
- 기사입력 2020.08.15
- 취재 이지은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 조회수 7618
자동차 안에서 용무를 볼 수 있는 ‘드라이브인’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거세지면서 공연계에서도 ‘드라이브인’ 바람이 불고 있다. 관객은 타인과의 접촉 없이 자동차 안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알맞은 방법이다. 때로는 경적을 울리고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면서 공연자들에게 호응하며 즐길 수 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지난 7월 문화예술계 최초로 드라이브인 방식의 공연을 진행한 무용학과 김나이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Q. 간단한 소개
현재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현대무용)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한 지는 이제 1년 되어가고, 이전에는 홍콩공연예술대학교에서 3년간 재직하였다.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현대무용교육 및 지도, 안무, 창의성, 교사교육이다. 박사학위를 시작하기 전에는 미국 뉴욕에서 현역 무용수로 지냈으며, 살아있는 전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Mikhail Baryshnikov) 무용단에서 유일한 아시아인 무용수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Q.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 최초로 드라이브 인 방식을 차용하여 현대무용 공연을 진행한 것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다. 이런 형태의 공연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을 것 같은데, 일반 공연에 비해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보편적인 형태의 극장 공연과 새로운 형식의 드라이브인 공연은 모두 머릿속에서만 상상하던 것을 실현하기 위한 창작 작업이다. 따라서 창작상의 어려움은 동일하게 존재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제일 걱정되었던 부분은 무용수들의 건강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으나, 마스크를 쓰고 더위 속에서 연습과 공연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날씨 걱정도 많이 했으나, 다행히 비로 인해 취소된 연습은 없었다. 하루의 공연이 취소되었지만 그 다음주로 연기하면서 공연을 한 회 더 추가하였고, 그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안겨준 것 같다.
Q.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공연계에서는 온라인으로 공연을 생중계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손쉬운’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
라이브 공연의 가치는 관객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작품은 완성되기 때문이다. 지금 현시점(코로나19)에서 온라인 공연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형식이 결코 ‘뉴노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어려움 속에서도 관객과의 소통이 가능한 공연 형식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드라이브인 공연을 기획하였다.
Q. 이전에도 ‘장화홍련 리비지티드’,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등 한국 문학을 재해석한 공연을 진행했는데, 이번 공연을 포함하여 이상의 오감도를 두 차례나 다룬 것이 눈에 띄었다. 혹시 이상의 작품을 계속해서 다룬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솔직히 이번 공연은 계획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모두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문화예술은 더욱 많은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생긴 우울감을 어떻게 떨쳐 버릴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번뜩 드라이브인 공연 형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주차장 중 600주년 기념관과 중앙학술정보관 사이 주차장에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주차장 끝에 있는 주택들로 인해 골목길과 유사한 배경이 될 것 같았고, 자연스럽게 이전 공연에서 다룬 이상의 오감도 <시제 1호>가 떠올랐다. 현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불안과 공포가 이상의 오감도 <시제 1호> 속 불안과 공포와 겹친다는 생각도 들어 드라이브인 공연의 주제로 선정했다.
Q. “희망의 불꽃을 잡아보려는 인간의 노력을 극장이 아닌 아이들이 질주할 수 있는 골목길에서 장소특정형 공연으로 구현해보고 싶었다” 는 기획 의도를 보았다. 그렇다면 (극장이 아닌) 골목길을 배경으로 공연을 진행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적인 장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장소특정형 공연의 특성은 공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환경적, 지리적 배경 등 공간이 지니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상의 오감도<시제1호> 속 불안과 공포의 감정들은 아해들이 달리는 곳이 골목길 안이어서 더 부각된다고 해석했다. 누구나 골목길에서 무서웠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골목길이란 장소가 갖고 있는 감정을 활용하고 싶었다. 이전에 같은 주제로 공연했을 때는 극장 안에 골목길을 무대 세트로 만들었었다. 이번 공연은 골목길 같은 주차장에서 공연을 했으므로, 사실 실제 골목길에서 구현해보고 싶은 희망을 아직 완전히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Q. 올 한 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궁금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기적으로 공연을 계획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문화예술의 뉴노멀에 대해 지속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실행하면서 또 다른 형식의 공연이 떠오른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Q.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며 예술의 영역에도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더는 예술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종종 나오고는 한다. 이러한 시대에 무용이(또는 예술이) 인간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기술이 예술에도 유입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예술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을 통해서 인간의 표현성이 확장된 것이지, 기술이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술은 지속적으로 우리가 인간임을 일깨워주고 알려준다. 예술의 가치는 인간의 내면을 채워주는 것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나를 알고 사회를 알게 해주는 ‘앎’이다. 이를 통해 공감, 배려, 이해심을 높여주고 의미 있는 삶으로 안내해주는 가치를 갖고 있다. 그래서 4차혁명산업시대에 오히려 이런 예술 가치가 그 진가를 더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 : ‘장호’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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