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되게 하라, 생명과학과 이재성 교수

  • 484호
  • 기사입력 2022.01.28
  • 취재 송명진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5030

생명체로 태어나, 생명체에 대해 고찰하는 것. 생명과학의 영역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신비롭다. 이번 호 인물포커스의 주인공은 바다 생물을 연구하는 생명 과학자, 이재성 교수다. 이재성 교수는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에서 분자환경생물학연구실을 이끌며 연구성과와 인재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광받는 연구자이자 존경받는 교수자인 그의 이야기에 포커스인(focus in) 해보자.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재성 입니다. 저는 1982년에 한양대학교 생물학과에서 처음 생명 공부를 시작해 1994년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7년여간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 포스트 닥터 과정을 거쳤고, 한국에 돌아와 한양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4년 3월,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에 둥지를 틀게 되어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고있습니다. 


 Q2. 2022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임명을 축하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어떤 곳인가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994년,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의 기반을 견고히 하기 위해 설립된 순수 민간단체입니다. 설립 이래로 국내 최우수 연구자들이 국가 과학기술 선진화와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 힘써왔고, 2005년부터는 기초연구진흥법에 따라 법정 기구로 변모하여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림원의 정회원 선출은 대략 25~30명 사이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이학부 생물학 분야의 정회원 선출은 저 한 명이었고, 성균관대학교 전체에서 따져 보아도 올해의 정회원 선출은 저 한 명뿐입니다. 덧붙이자면 현재 성균관대학교에 정회원 및 종신회원은 저를 포함하여 총 14명입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소개 바로 가기 https://kast.or.kr/kr/kast/ceo.php)


 Q3. 교수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교수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때는 역시 제자들이 원하는 직장에 자리를 잡을 때인 것 같아요. 공대와 달리 자연대 생명과학과는 그 특성상 석사학위만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 취업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의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박사학위 후 대학교수가 되거나, 정부출연연구소 및 국립연구소 등에 연구원으로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다른 학생들보다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죠. 저도 늘 그 오랜 여정에 지도교수로서 함께하기에 그 친구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얼마나 성장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생 시절 혹은 포닥 시절 밤낮없이 열심히 연구하여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모습을 볼 때, 제자들이 특히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 한 명을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학부시절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학생이 우리 연구실에 들어와 크게 성장했을 때 더 특별한 마음이 생기긴 합니다. 학생 한 명을 제자로 받아 학자로 만들기까지, 저도 엄청난 심혈을 기울이거든요. 오랜 시간 동안 학생과 직접 대화하며 본질적인 깨우침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에 속도가 조금 느렸던 학생들이 제 바램과 같이 큰 폭으로 성장해 국제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자신 있게 외국 학자들과 대화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답니다.  


 ▲ 우수논문상 수상자 중 제자 4명 이요섭, 김민섭, 변은진, 윤덕서


Q4. 성균웹진 독자들에게 교수님의 전문분야인, 분자환경생물학을 소개해주세요. 

분자환경생물학은 다양한 환경 스트레서들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 및 분석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해석하는 학문입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그동안 환경호르몬, 중금속, 온도, 염분도, 자외선, 미세플라스틱, 해양 산성화 등의 요인들이 물속에 사는 동물들 (윤충류, 요각류, 물벼룩, 어류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에 주력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앞서 설명한 각 요인들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후성유전체학(epigenetics)상에서 분석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분자환경생물학 연구 관련 사진


Q5. 분자환경생물학 연구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성과를 자랑해주세요

우리 연구실의 가장 큰 성과는 미세 및 나노플라스틱의 영향을 윤충류 및 요각류에서 본 것입니다. 이 생물들은 한 세대의 길이가 하루에서 14일 정도로 매우 짧아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플라스틱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미세 및 나노플라스틱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 동향이 물리화학적 특성 분석 및 생물 영향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로 치우쳐져 있는 데에 반해, 우리 연구실은 이 윤충류와 요각류의 장점을 잘 이용하여 분자기작 중심의 연구결과를 도출한 바 있습니다. 이에 플라스틱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논문에 우리 연구실의 연구결과를 즐겨 인용하고 있습니다.


Q6. 훌륭한 성과를 얻어 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여러가지 어려움은 있겠지만, 해병대 장교 출신 고등학교 체육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돌파합니다. “안되면 되게하라. 하면 된다.”


Q7. 아주 오랫동안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계신데요. 생명과학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어떤 생명체를 속속들이 살펴보는 게 제 일이에요. 벌써 매력적이지 않나요?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대상 생물이 있어야합니다. 그것이 세포이든 바이러스이든 본인이 원하는 대상을 정하게 되지요. 저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물속 생물을 선택했습니다. 지금껏 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지내왔고, 이들의 희생을 통해 결과를 얻어왔어요.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는 사랑을 주고받아 온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 때는 물고기로 실험을 해서 과연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까 걱정 했었는데요, 아직은 물속 생물을 통해 먹고 살고 있네요. 이제 생명과학 연구와 함께 물속 생물은 사랑을 지나 잘 익은 친구가 된 것 같습니다. 글쎄요 생명과학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사실 저는 이 일이 그냥 좋아요(웃음). 재미있잖아요.


Q8. 지금 가장 빨리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2002년 3월, 전임교수가 되었으니 이제 이 일을 한 지 21년째네요. 정년까지는 딱 7년이 남았습니다. 저는 정년까지 남은 7년 동안 해양산성화와 미세플라스틱의 노출에 따른 영향을 후성 유전체학적으로 분석하고 또 이들이 host-microbiome interaction에 미치는 영향을 보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Nature 및 Science급 논문들을 내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정년 후에는 책을 출판하고 싶기도 합니다. 


Q9. 마지막으로,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언과 응원의 한마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매우 우수한 학생들입니다. 2014년 3월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에 부임한 이래 여러 명의 제자들을 만났고, 사회로 진출시켰습니다. 그중에는 나름 깐깐한 우리 연구실의 박사졸업요건을 석박 통합 4년 만에 충족시키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누구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다.” 제가 수업시간 중에 자주 하는 말입니다. 꿈을 꾸고 정진한다면 이뤄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하는 그것도, 성균관대학교에서 충분히 이룰 수 있습니다. 제 발자취가 여러분의 과정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안되면 되게하라.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