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검은 사제들’ 장재현(영상 05)감독

  • 529호
  • 기사입력 2023.12.15
  • 취재 윤지민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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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속에서도 궁금증을 피어나게 하는 영화감독이 있다. 그가 겪은 각양각색의 경험과 노력은 작품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대학 영상학과 05학번 장재현 동문‘검은 사제들’로 영화감독으로서의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전작에 이어 2019년에 개봉한 ‘사바하’는 다시 한번 한국 영화 오컬트 장르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돌아오는 2월엔 유년 시절의 기묘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차기작 ‘파묘’가 개봉할 예정이다.  


그만의 경험과 취향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장재현 감독의 작품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자.


Q.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꾸셨나요?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매우 좋아하긴 했지만,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원래는 00학번으로 입학할 나이에요. 조금 늦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죠. 재수하러 서울에 올라왔다가 길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적이 있어요. 그때 촬영 현장을 직접 보고, 영화인이 되고 싶다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날 촬영 현장을 직접 봄으로서 제가 좋아하기만 하던 영화를 현실적인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영화인이 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다 보니,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바로 입대하게 되었고, 군대에서 입시 준비를 해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Q. 우리대학에 재학 중이던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영상학도 장재현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00학번의 나이지만 05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남들보다 5년이나 뒤처졌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동기들은 대학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인데, 제 또래인 선배들은 벌써 단편 영화를 찍기도 하고 영화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언제나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신입생이지만 선배들이랑 더욱 같이 다니려 하고, 빨리 목표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별로 놀지도 않았죠.


Q. 그러면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시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계신가요?

네, 조금이라도 놀 걸 후회가 되네요. 막상 영화감독이 되어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보다는 연애하거나 학교 사람들과 놀기도 하고, 추억도 쌓으며 영화 외적인 경험을 하는 것들이 훨씬 도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 다니며 영화 외적인 일들을 적게 해본 게 후회되더라고요.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하고, 다른 학과 수업도 들어볼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영상학과였지만 디자인학과나 국문학과 수업을 들어보거나,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들을 사귀어 보기도 하고 열심히 놀며 여러 경험을 해보려 노력할 것 같아요.


Q. 첫 데뷔작을 찍으시기까지, 겪으신 어려움이 궁금합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대부분 사람들은 상업영화의 연출부에 참여하며 천천히 경력을 쌓아갑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제 주변에 상업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학도 늦게 들어가다 보니 연출부에 들어가기엔 나이도 많은 편이라 겁이 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영상학과를 졸업한 뒤, 상업영화 연출부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려 했었어요. 2년 정도 혼자 노력하다 보니 저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 모든 것을 하려다 보니 정말 힘들었죠. 결국 상업영화 연출부의 조감독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조감독 생활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감독님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결혼을 조금 빨리 한 편입니다. 학교에 다니던 중 결혼했거든요. 아이는 없었지만, 일찍이 가정을 꾸리게 되어 아내로부터 얻은 응원과 지지가 제가 영화감독이 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1년간 해외의 NGO 단체에 취업해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 유학을 갈 기회가 있었지만,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어떤 경험이 더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되더군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워서 얻는 것보다 직접적인 경험을 쌓으며 배우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유학을 포기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며 배우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NGO 단체에 계셨던 경험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나미비아라는 나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했어요. 동양인이 하나도 없던 지역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생판 모르는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학교에서 교감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니 처음에는 참 막막했습니다. 정말 척박한 지역이었거든요. 그러나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고,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Q. 감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경험과 취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느 직종이든 상관없이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말하며 자기만의 특별한 취향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보다는 흔히 오타쿠라고 불리는, 자기가 꽂혀있는 것들이 있는 사람들이 창작물을 만들어낼 때 더욱 유리한 것 같습니다. 입맛도 호불호가 강한 그런 사람들이요.



Q. 영화감독이 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감독님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보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이 저만의 강점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도시와는 동떨어진 시골에서 살았어요. 다들 상상하시는 곳보다 더 시골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웃음) 그 당시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장면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우리 집이 종교색이 짙은 집안인데, 그런 집안 분위기와 유년 시절 겪은 경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마을에서 100년이나 된 무덤을 파서 옮기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무속인이 찾아와서 굿을 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묘를 파고, 100년 된 관을 꺼내던 것을 볼 수 있었죠. 그때의 장면들은 10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기억나더라고요. 이번 신작도 그때의 기억을 담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독특한 환경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그 당시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를 쓰고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영화를 제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나 자신도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되면 창작자로서 만들고 싶은 영화와 관객으로서 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지 헷갈리거든요. 그래서 더욱 저는 관객으로서 이 영화가 보고 싶을지, 과연 이 영화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냥 제 취향에 맞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내가 관객이라면 재밌어할 것 같은 장면과 예고편만 보더라도 개봉 날 달려가서 볼 것 같은 영화를 만들려 합니다. 저 스스로를 끊임없이 감독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객관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Q. 새로운 영화를 기획하시는 과정이 궁금해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세상에 안 만들어진 영화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보고,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합니다. 사실 영감을 얻거나 소재를 얻는 특별한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 날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 업계 사람들은 그걸 그냥 이야기를 만난다고 표현해요. 이야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 순간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에 가만히 있으면 절대 만날 수가 없어요. 밖으로 나가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이야기와 나의 정서가 맞닥뜨려지며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즉,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많이 움직여야 하죠. 저 역시 항상 여러 창작물을 읽고,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곤 합니다. 그 시간이 꽤 고뇌의 시간이에요.



Q. 벌써 세 번째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계신데요, 전작들과 차별점을 만드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전작들을 만들어가며 느꼈던 단점들을 보완하려 계속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저의 데뷔작 ‘검은 사제들’은 캐릭터가 스토리보다 우위에 있어 서사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작품 ‘사바하’는 서사가 캐릭터들을 잡아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서사와 캐릭터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제일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신작 ‘파묘’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의 중간 느낌으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어요.


Q. 신작 ‘파묘’ 제작 비하인드를 살짝 들려줄 수 있으신가요?

돌아오는 2월에 개봉하는 ‘파묘’는 묘를 이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100년 된 관을 파서 꺼낼 때 봤던, 목관으로부터  느꼈던 아주 이상한 기분들이 있었어요. 뭔가 무섭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죠. ‘파묘’는 그 당시의 제가 느꼈던 묘하고도 음침한 생각들이 지금의 저를 계속 두드려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작 ‘사바하’가 끝난 뒤, 묘를 파내던 이야기를 좀 더 파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을 만나봤어요. 장의사, 풍수 지리사, 무속인, 그리고 장르 협회 사람들과 같이 소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만한 분들은 전부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같이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하며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갔죠. 2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Q. 이번 영화를 기획하시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번 시나리오를 쓸 때 코로나가 터졌어요. 그래서 직접 극장에 찾아가면서까지 보고 싶을 영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영화 푯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OTT의 활성화로 인해 꼭 극장에 방문해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적인 요소들과 오락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영화에 녹여냈습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오락성은 몰입도입니다. 이야기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인물과 이야기들을 만들었어요. 사운드와 화면을 통해 영화를 보자마자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었습니다. 사유하지 않고 보자마자, 듣자마자 느낄 수 있는 것들 말이죠.


Q. 앞으로 어떤 영화인이 되고 싶으신가요?

변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영화계에 종사하며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있겠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영화들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내적으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그런 감독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내면으로나 작품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나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흥행작들을 줄지어 만들어내는 것보다도, 이런 것들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영화인을 꿈꾸는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과,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실전에 도움이 될 만한 많은 경험은 학교 도서관엔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제일 안 좋은 것이 학교에서 과제만 하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인 듯합니다. 과제도 열심히 하되 학교 밖으로 나가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2월 말에, ‘파묘’라는 영화가 개봉할 예정인데요, 극장에서 찾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