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 예보를 꿈꾸다,
오수진 기상캐스터

  • 418호
  • 기사입력 2019.04.29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거창하진 않아도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많다. 날씨 예보가 그렇다. 자칫 지나쳐버린 날엔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몸을 떨기도 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당황하기도 한다. 예보를 통해 우산을 준비한 날의 소소한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듯 우리는 날씨 예보를 통해 다가오는 하루를 준비한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깝고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날씨. 날씨를 전달하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사람다운 따뜻한 예보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오수진 기상 캐스터(영어영문 05)와의 만남을 담아 보았다.


자연스러운 경험이 쌓여 기상 캐스터를 꿈꾸게 되다


기상 캐스터의 꿈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그녀는 대학 시절의 경험을 떠올렸다. 특별한 계기보다는 대학 시절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자연스럽게 기상 캐스터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실 남들 앞에 서고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했던 학생이었어요. 재즈 음악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다룰 줄 아는 악기는 목소리밖에 없더군요. 그렇게 보컬로 무대에 서게 됐어요. 무대에 서보니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서로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어요. ‘내 목소리만으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재미와 쾌감을 느꼈었죠. 그 이후로 진행 MC등을 맡게 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사람들이 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목소리로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아 방송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며 말문을 연 그녀지만 방송국에 발을 디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했는지 물어보자 털털하고 솔직한 그녀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방송직 준비를 하며 스피치 학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거 해서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보다는 ‘이 경험을 통해 면접 능력, 스피치라도 얻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뭐든 너무 힘을 주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욕심이 너무 앞서거나 너무 긴장해서 경직되어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니까. 그땐 조금 여유롭고 탄력적인 마음으로 임했었어요. 그런 마음가짐 덕분인지 운 좋게 방송국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대학에서의 공부가 ‘오수진만의 강점’이 되다


특별한 계기보다는 다양한 경험들이 이어져 그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것 같다. 전공과 다른길을 걷고 있는 그녀에게 성균관대학교에서 영어영문 중어중문을 공부한 경험을 묻자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영어를 좋아했어요. 외화 번역을 꿈꾸기도 해서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죠. 중어중문은 어렸을 때 중국에 산 경험이 아까워서 ‘이왕 하는 거, 학위도 바라보자!’는 마음으로 복수전공으로 택했어요. 순전히 제 흥미대로 시작한 공부였죠. 다양한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발견과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잘 안 써먹지만 면접 당시에 영어와 중국어로 기상 캐스팅을 하기도 했죠. 그게 면접에 강점으로 먹혔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제 강점으로 어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 장점, 특기가 대학에서 공부한 영어와 중국어라 그걸 써먹었는데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기상 캐스터란?


기상 캐스터의 역할을 묻자 그녀의 사명감과 목표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기상 캐스터’란 말그대로 날씨를 전하는 자리이지만, 그 자리에는 깊은 사명감이 녹아 있다. 단순히 날씨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알기 쉽도록 풀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다.


“매일 기상청에서 받은 예보를 받으면서 일을 시작합니다. 기상캐스터 개개인의 스타일대로 알려주고 싶은 정보들을 추리며 원고를 작성하고 예보 구성을 직접 짜죠. 그 후, 구성에 맞는 그래프를 직접 그리거나 의뢰를 맡깁니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눈에 봤을 때 날씨를 알아볼 수 있도록, 가독성 좋게 구성해야 해요. ‘임팩트 있게, 흐름에 맞춰서!’ 이런식으로요. 그렇게 그래픽과 예보 원고를 준비하고 외운 후 스탠바이를 하게 되죠.”


그러나 매일 준비한 대로 예보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처럼 예보 역시 시시각각 예민하고 탄력적으로 진행된다.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한 자리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날씨 예보가 뉴스 끝자락에 나오다 보니 뉴스의 영향을 많이 받죠. 할당된 분량 그 이상, 혹은 그 이하로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보가 생기거나 태풍이나 산불과 같은 날씨 속보가 올 때가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날씨 정보들을 그때 그때 파악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직접 원고를 쓰고 외우면서 정보 파악을 해두고 꼭 필요한 정보를 빠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죠. 단순히 날씨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익혀야 해요.”


기상 캐스터로서의 고충을 듣다보니 최근 강원도 산불 화재가 떠올랐다. 아찔한 기억을 떠올린 그녀의 대답에서 사명감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회사(kbs)가 재난 주간 방송사이다보니 국가 재난을 꼭 다뤄야 해요. 그렇다보니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의 경우 날씨의 영향력이 커지죠.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오는지, 비는 오는지 등 날씨 정보가 굉장히 중요해요.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날에는 밤을 새며 속보를 올리고 대기를 하고 특히 바빠지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전달해야 하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사명감이 많이 들죠.


오수진 캐스터가 생각하는 기상 캐스터의 역할


뉴스를 끝까지 보며 기상 예보를 기다리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고 편리하게 날씨 예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헤드라인만 보고도 뉴스를 알 수 있고, 손짓 한 번으로 날씨와 기온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달라진 환경을 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기에 더더욱 사람에게 와닿는 것들이 있다. 날씨 예보 또한 그렇다. 기계가 닿지 않는 부분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기계적인 날씨 예보는 이해하지도, 전달하지도 못한다. 최신 기술로 전달되는 정보가 닿지 않는 취약 계층의 사람들도 있다. 오수진 캐스터는 그런 부분을 잡을 수 있는 기상 캐스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요새 대두되는 것이 인공지능이죠. 이 때문에 기상 캐스터가 저물어가는 직업이 아닌가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기상 캐스터는 사람이잖아요. 우리가 그런 부분에서 맞설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걸 사람의 시선에서 풀어내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또 날씨라는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폭염에 사망하거나 태풍에 다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위험에 많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취약 계층분들은 최신 정보를 다루기 힘든 경우가 많고요. 그런 분들에게 삶의 윤택함을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게 기상 캐스터라는 직업이예요. 그게 지금 기상 캐스터들이 나아갈 방향이자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요. 딱딱한 정보만을 전달하기 보다는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것들을 전하는 ‘사람다운’ 기상 캐스터가 되고 싶어요.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캐스터가 되는 것이 제 작은 목표입니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격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더 잘 아는 그녀이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어떻게 말해야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지 날씨 예보뿐 아니라 방송인으로서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한다. 말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직업의 그녀이기에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 고민이자 목표라고 한다. 그녀의 격려가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와닿기를 바란다.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막연하게 느껴지잖아요. 저도 대학생 시절에 막연한 조언과 격려가 크게 와닿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감히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자기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렇게 하는 말보다도 스스로의 말을 더 믿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