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스무 살’, 고남욱
(경영, 소프트웨어, 앙트레 프레너십 연계 전공 19) 학우

  • 520호
  • 기사입력 2023.07.27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7187


"나이 많은 만학도 고남욱입니다. 19학번으로 우리 학교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고 현재 경영학, 소프트웨어, 앙트레프레너연계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콘텐츠 기획을 했었고 AI 스타트업 보이스 매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 설계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영학과에서는 ‘그분’으로 불렸어요. 한때 경영학과에서는 ‘그분 알아?’라고 했는데 모르면 이 사람은 경영학과 학생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네요. (웃음) 남욱님, 형님, 대표님,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르신으로도 불립니다. 반갑습니다."


‘문화는 만들어 가는 것’이라 역설한 고남욱 학우는 교내 창업 중심 성장학회 Match, 성균관대 불교 학생회 성불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우리 성균인에게 전달해 왔다. 대표적으로 2021년 성균웹진 커버스토리 474호에 실린 <자네도 함께할 심산(心山)인가?> 캠페인 프로젝트의 단장으로 참여하여 배우 구혜선 학우가 디자인한 텀블러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가수 나비드 학우, 그리고 많은 성균인들과 캠페인 홍보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모금된 금액은 독립유공자 증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뮤직비디오 영상: https://youtu.be/Mvvuh5iyD_M

▲기사 바로가기 성균웹진 | 커버스토리 | 커버스토리 (skku.edu)


이 외에도 푸른 나무 재단과 진행하는 학교 폭력 피해자 학생들 멘토링 사업, 무료 진로 컨설팅 등 우리 사회를 위해 진행한 가치 있는 활동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고남욱 학우는 이 모든 이야기를 ‘두 번째 스무 살’이라는 이름의 책에 담으려 한다. 성균인을 위해 더 나아가 모든 학생, 사회를 위해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균공부방 진로 멘토링


Q.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어떤 고민과 선택들이 있었나요?

고민은 없었고요.(웃음)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저 스스로 뭔가 배움과 성찰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학습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여담인데 19년도 입학식에 갔을 때 학생들이 너무 당황하고 긴장하더라고요. 지금은 다 에피소드인데 친한 친구들이 정말 많이 생겼습니다.   


Q. 소프트웨어와 앙트레 연계 전공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프트웨어 전공부터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현장에 있었던 것이 결정적이었어요. 해외 언론에서는 ‘딥 마인드의 환희’까지 가는 과정을 주로 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면에 제가 관찰했던 현장 분위기는 분명 놀라움도 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분위기가 더 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어떻게’에서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겠다는 확신을 했고 넘어지고 부러져도 좋으니 일단 도전해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AI를 공부하지 않으면 분명히 10년 뒤에 도태될 거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앙트레 연계 전공 선택의 이유는 학생 신분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앙트레 연계 전공을 통해 성불회 캠페인 진행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 스탠포드 챌린지 모금 행사 후


Q.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해서 했던 활동 중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은데요. SKKU president's List, Dean's List 등재도 영광이고 좋은데 제게 의미가 컸던 활동은 학생들하고 팀 단위 프로젝트를 통해 가까워졌던 추억입니다. 다시 입학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친구가 집안 형편이 어렵고 밥을 굶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작년 앙트레프레너 연계 전공에서 ‘실패 축제’ 콘텐츠 <스탠포드 챌린지>를 했는데 우리는 많은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천원 학식 모금 지원 이벤트 <성균관대 밥식구 프로젝트 (BobSKKU)>를 2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천원 학식 모금 지원 이벤트는 많은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성불회(성균관대 불교학생회)’ 출신 정윤주 선배님(약학 85)께 제일 먼저 전화를 드렸어요. 100만 원 정도의 동아리 비용을 활용해서 어려운 학생들 식대로 기부할 수 있겠냐고. “그런 일이면 당연히 해야지.” 라고 긍정적인 답을 주셨고 다른 성불회 선배님들도 하겠다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성불회 운영비 일부는 선배님들의 모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 학교에 100억 원을 기부하신 이규용 선배님도 성불회 출신이라 이런 상황이 선배님들께 와닿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학생들의 모금까지 포함해서 170만 원 정도가 1시간 30분 만에 모였습니다.


지금은 이 이벤트를 정례화할 필요성을 느껴서 성불회를 찾는 친구 중 종교와 상관없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양금’이라는 이름으로 1개월 치 식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율전에서는 저희가 준 동아리인 상태인데 만약 승격된다면 더 많은 율전 친구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는 명륜동과 율전동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캠페인 등 의미 있는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힘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서 이 사람들과 같이 가면 우리가 느리게 간다고 생각해요. 전 그게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전국 단위로 프로젝트 확장도 준비 중입니다. ‘우리’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요.


▶︎ 성균관대 밥식구(BobSKKU) 프로젝트

 – 고남욱, 박지현, 정승은, 이승령 진행 기부자 명단

‘성균관대 불교 학생회 성불회 일동 (한마음회 회장 정윤주, 약대 85학번) 고남욱, 곽준영, 권준언, 기부금(익명), 김건희, 김동욱, 김동윤, 김민준, 김세원, 김세진, 김신준, 김용준, 김유나, 김준영, 김중헌, 김지훈, 담영서, 류가희, 모금(익명), 박지현, 박준수(앙트레프레너십과 리더십 담당 교수), 박창현, 밥식구비용(익명), 서아영(경영학과 교수), 성정민, 성지선, 손정희, 식대기부(익명), 엄승희, 이기택_고생하십니다, 이승령, 이승현, 이왕근, 이재훈, 이종화, 이주리, 이채영, 임다들, 임수진, 장성우, 장소영, 정우석, 정원규, 정승은, 조무빈, 조용화, 최민규, 최승일, 최유진, 최지영, 권복연 (경영학과, 앙트레프레너 수업 담당 교수), 향초팔이소년소녀(익명), 황상윤, 황성진’


많은 사람들의 기부금이 의미 있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부 명단을 공개합니다.


▲성불회


Q. 학우님을 끝없이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도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운 좋게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도전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우리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요. 다만 본인 스스로 선을 그어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불필요하게 조급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나만의 꿈을 마주하는 눈을 가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늦은 것도 틀린 것도 없어요. 크고 작은 실패가 있더라도 그 부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자양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실패를 해도, ‘어차피 할거니까’ 저는 좌절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될 때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의 꿈을 찾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공유해 주세요

입학과 동시에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캠퍼스타운사업단, 창업지원단이었어요. 현재 유학동양학과에 계시는 이승준 차장님. 이현정 국장님. 지금은 퇴사하신 이효정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지원받으면서 폐가 될까 밤을 새워 가며 프로젝트에 몰입하고 전국 단위 웬만한 경진대회에 모두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의 창업 아이템이 어느 정도 자리 잡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셨고 말도 안 되는 실패를 했을 때마다 격려해 주셨습니다. 수많은 실패에도 항상 격려해 주시고 함께 눈물 흘려 주셨던 이원준, 한상만, 권복연, 임정연, 박준수 교수님. 창업지원단 김경환 단장님과 최기호, 임정모 교수님. 김승철 팀장님, 대외협력팀. 그리고 교육개발센터에 계셨던 용정순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팀 앙트레프레너십(SeTA)에서 이원준 교수님의 가르침, 교육개발센터에 계셨던 용정순 박사님의 조언과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교내 창업 중심 성장학회 Match, 성불회 경험이 컸어요. Match는 우리 학교에서 최단기간 내, 최다 수상 학회로 소득 분위가 낮거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별도로 교육해서 앙트레프레너로 발돋움할 수 있는 학회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입학 당시에는 학생들 공모전 수상에 대한 도움, 진로에 대한 지원 이런 이야기로 소소하게 진행했는데 규모가 커졌고 명품학회 지원사업의 도움까지 받아서 조금 더 확장했습니다. 지금 리크루팅 중이에요.


Q.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일까요?

메시지 유통업자. 오픈 플랫폼을 활용해서 좋은 선순환 메시지를 유통하고 보다 나은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 단어로 저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을 많은 성균인 가족들에게, 나이가 마흔이 넘은 저보다 여러분들이 모든 분야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이야기부터 진심으로 건네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의 경쟁에서 보이는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삶은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때 행복해지며 그 시점부터 구체적인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힘들고 지칠 때 많이 답답한데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기 난감할 때, 연락주세요. 저는 성불회 동아리방에 자주 있습니다. 같이 머리 맞대면서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학우들에게 전해 줄 학교생활 팁이 있으신가요.

친구를 잘 사귀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인 것, 부정적인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안타까웠던 경우는 주변에서 꿈을 향해 가는 험난하고 부정적인 사례만 전달받아 꿈을 포기했던 사례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증조차 하지 않은 경험을 툭 던지는 친구, 음모론을 퍼뜨리는 친구가 지금 여러분들에게 위험합니다.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통해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앞으로의 나도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인성적으로 좋은 멘토를 두셨으면 합니다. 화려한 경력만 있는 멘토가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의 도전들과 행동이 의미 있으려면 스스로 표현하는 방법, 나를 스스로 정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것은 책과 글쓰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빨리빨리’에 집착하다보니 성찰과 기록의 시간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그게 아쉽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 저 역시도 실패한 적이 많고 여전히 실패 진행형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실패가 쌓이되, 같은 실패는 줄이려고 합니다. 그래야 나 스스로 여유가 생기고 ‘함께’라는 개념도 서서히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앞으로 그런 삶을  가고자 합니다.


Q.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선배님도 계시지만 많이 배우는 대상은 주변의 어린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다시 입학한 이 과정이, 선택이 매번 옳았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 저는 ‘행복한 빚쟁이’라고 한 번씩 되뇝니다. 학교에서 넘치게 받았던 사랑을 공유하는 과정에 많은 분이 함께하고 있고, 지원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교수님들과 소프트웨어학과에 재학 중인 어린 동기 지훈이, 석사 과정을 마친 민규. 경영학과 용희, 상윤이, 로스쿨에 재학 중인 지헌이. 상협이와 승호 등 수많은 어린 친구들에게 매일 물어가면서 공부했던 시기가 아련하게 스쳐 갑니다. 더 많은 친구가 있지만 이 정도밖에 언급을 못 해서 미안하네요. 많은 분 덕분에 현재 공부 방향을 단순 암기가 아닌 사회문제 적용, 본질 고민 등으로 설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많은 창업 아이디어 실패를 받아준 우리 학교 시스템을 통해서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의 성공을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정상에서 만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