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아래 명륜당을 학생증에 담다
박규현(신소재공학부 21) 학우

  • 521호
  • 기사입력 2023.08.13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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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총학생회 SKKUP은 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생증 디자인 및 한글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했다. 해당 공모전에는 218개의 학생증 디자인이 출품됐으며 그중 디자인 8개를 선정해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최종 투표를 진행했다. 많은 학우의 관심을 받으며 투표는 끝을 향했고 그 결과 신소재공학부 21학번 박규현 학우의 학생증이 1위에 선정됐다. 명륜당과 밤하늘의 이미지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학생증은 8월에 신규 발급될 예정이다. 새로운 학생증으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할 날을 기대하며 카드 한 장에 담길 디자인을 위해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린 박규현 학우의 노력을 들여다보자.


Q. 안녕하세요. 싱그러운 여름이 한창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요즘 여름이 정말 더워요. 저는 대부분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데 가끔 가족들과 외식하러 나가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은 상당 덥네요. 녹아내리는 느낌입니다.


Q. 학생증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지 6개월이 지났어요. 그때 기분과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때 기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실 학생회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저에게 문자를 보내줬어요. 컴퓨터를 하던 중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오면서 화면이 켜졌는데요, 1등 문자였습니다. 저 먼저 기쁨을 느낀 후 바로 뛰쳐나가서 안방에 있는 부모님께도 말씀드렸어요. 그때 부모님과 껴안으며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총학생회의 공식 인스타를 통해 공개적으로 발표된 후에는 주변에서도 많은 연락이 왔어요. 1등 할 줄 알았다고 말한 친구들도 있었고요. 제가 인스타 스토리에 늦게 홍보해서 제 디자인에 투표한 친구들이 나중에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투표했다고 저에게 말해줬어요. 그때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 총학생회 SKKUP 공식 인스타그램



Q. ‘명륜당 위로 떨어지는 밤하늘의 이미지’로 학생증을 디자인하게 된 과정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처음에는 로고를 이용한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다른 학생증 디자인 수상 사례를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상징적인 건물을 중심으로 카드를 가득 채우는 디자인적 요소가 있는 것들이 1위를 차지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도 성균관대의 역사를 담은 명륜당을 중심으로 예쁘게 디자인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성균관대의 오래된 역사를 나타내면서 성균관대를 상징하는 건물인 명륜당이 이번 브랜딩 취지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카드 디자인이 세로로도 많이 나오면서 명륜당을 카드 하단에 배치해보게 됐고 중간과 상단 부분의 비어 있는 느낌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가 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밤하늘을 나타내는 것으로 디자인을 마무리 지었어요. 학교 공식 색인 진초록색의 어두운 느낌이 밤하늘과도 잘 어울려서 적절한 색조합의 디자인이라 생각하고 작업했습니다.


Q.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계속 사용할 학생증 디자인이라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명륜당은 제가 직접 패드로 그리고 컴퓨터로 수정했는데요, 완벽한 대칭의 모습과 선의 느낌 등을 맞추려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했어요. 또한 별과 별똥별의 위치도 무질서 속의 질서가 느껴지도록 계속 수정하면서 최상의 배치를 고안했습니다.



Q. 우수작을 포함하여 총 3개의 디자인을 제출하셨는데, 당시 어떤 디자인이 제일 마음에 들었나요?

저도 제가 당선된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저의 유일한 세로 디자인이기도 했고, 별의 위치, 별똥별 크기, 명륜당 배치 등등 최종 제출하기 전까지도 계속 붙잡고 수정의 수정을 거듭해서 가장 애정이 가는 디자인입니다. 셋 중에 완성도도 가장 높았다고 생각하고 아름다운 느낌도 다른 것들보다 더 강해서 좋아했습니다.


Q. 이번 경험이 자신의 미래에 있어 어떤 의미가 될 것 같나요?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번에 써야 했던 프로그램이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요, 21년 인생 한 번도 써보지 않은 프로그램이라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하지만 약 2~3주 동안 프로그램을 계속 쓰다 보니까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알게 됐고 프로그램 다루는 게 익숙해지면서 작업하기 편했어요.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일도 한 번도 해본 일이 아니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디자인을 분석하고 계속해서 수정하는 식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해요. 1위로 선정됐을 때 제 노력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매우 뿌듯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든 제가 원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노력할 거예요.




Q. 디자인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개인만의 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저는 디자인을 해본 적은 없고 아주 어렸을 때 미술 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어요. 어렸을 때 건축에도 관심이 있어서 간접적으로 디자인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심심할 때 그림을 따라서 그리거나 하는 등 손재주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대회,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제 손으로 만들어본 경험은 없었어요. 결론적으로는 꾸미는 것이나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있는 상태였지만 본격적으로는 한 적은 없었던 거죠. 그러던 때에 학생증 디자인 공모전이 열렸고 기존의 학생증 디자인을 제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디자인에 확실히 도전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제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아서 팁은 없지만,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일반인도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눈에 잘 들어오는 디자인이라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박규현 학우님께서 생각하는 최고의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폰 SE 1세대입니다. 홈 버튼이 있는 아이폰임에도 지금보다 작은 사이즈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 봐도 다른 휴대폰 디자인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스페이스 그레이의 블랙과 그레이의 조합이 가장 세련됐던 것 같아요.


Q. 자신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정해야 한다면 어떤 디자인인가요?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가 대체로 조합된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이 색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깔끔한 느낌을 선호하거든요. 그래서 위에 언급했던 아이폰 SE 스페이스 그레이가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신규 발급된 학생증과 함께 할 성균관대학교 학우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학생증 디자인에 투표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려요! 학생증이 곧 발급된다고 하니 많이 발급해주시길 바라요. 더 나아가, 많은 분들께서 선택해준 만큼 이번 신규 학생증을 널리 알려주시고 오래오래 간직하여 50년 뒤에 손자에게도 보여주면 좋겠어요. 600년 전통이 6000년이 되는 그날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파이팅!


>> 박규현 학우의 학생증 디자인 과정을 담은 영상  https://youtu.be/TSfPvK9Py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