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성장, 성균관대학교 산악부 주장
최규호 학우(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15)

  • 522호
  • 기사입력 2023.08.28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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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균관대 산악부가 다채로운 산악활동으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규호 학우는 산악부 주장이자 8월 말에 졸업을 앞둔 신입 변리사로 이번 여름을 특별한 경험으로 채웠다. 성균관대 산악부는 원정대를 편성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퍼셀 산맥 중앙에 위치한 부가부 주립공원으로 향했다. 원정대는 15학번 이하의 산악부 재학생 및 졸업생(최규호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15 , 김호준 토목공학과 15, 조윤서 유학동양학과 17, 문상준 물리학과 20, 전요한 나노공학과 20, 김경태 전자전기공학부 21, 최민건 기계공학부 22) 7명으로 팀을 만들었다.  원정대는 낯선 산악 환경에서 안전하고 신속한 등반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해외원정을 떠났다. 이들은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총 16박 17일의 기간 중 10박 11일 동안 부가부 주립공원에 머물며 암벽 등반, 트레킹, 빙하 트레킹, 캠핑 등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했다. 주요 성과로는 스노우패치 스파이어의 스노우패치 루트(Snowpatch Route), 크레센트 스파이어의 맥테크아레테(McTech Arete), 그리고 크레센트 스파이어의 웨스트사이드스토리(Westside Story)의 암벽 등반 루트 등정이 빛을 발했다. 이 모든 노력과 열정은 성균관대학교 산악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도전과 성장을 추구하며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산악부 부가부 원정훈련을 무사히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부가부 원정훈련을 마치고 나니 오랜 기간 준비한 것에 비해 너무 빨리 지나간 거 같아서 시원섭섭한 마음이 절반이고, 여러 일들 가운데 다치지 않고 씩씩하게 원정을 잘 따라와준 원정대원들에 대한 고맙고 대견한 마음이 절반인 거 같아요.



Q. 이번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준비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성균관대 산악부 차원의 원정을 계획한 건 작년 겨울쯤이었어요. 성균관대 산악부는 최근 10년만 생각해보더라도 2014년 네팔 히말라야 임자체, 2017년 중국 쓰구냥 산군, 2019년에 키르기스스탄 악사이 산군으로 원정을 다녀왔을 만큼 해외 등반에 열정이 넘칩니다. 앞선 중국 원정과 키르기스스탄 원정에 모두 원정대원으로 참여했던 저로서는 졸업 전에 한 번 더 원정 등반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후배들에게 제가 산악부로부터 받은 해외 등반의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겨울 동안 알맞은 등반지를 물색한 끝에 부가부 주립공원으로 대상지를 선정했습니다. 이후에는 원정계획을 선배님들께 설명 드리고 원정 대원들을 선발하고 선배님들께 원정비용을 모금하고 다같이 세부적인 사항들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들을 거쳐 출국하게 되었어요. 해외 원정 등반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금전 문제입니다. 학생 신분인 대원들을 최대한 많이 데려가고자 했던 만큼 비용 문제가 더 컸죠. 산악부 OB회의 선배님들께 원정 계획을 설명하고 모금을 부탁드렸습니다. 처음 목표 금액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이었음에도 많은 선배님들께서 원정대를 믿어 주시고 응원과 함께 모금을 초과 달성했던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해외원정훈련 대상지로 부가부 주립공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산악부는 산이라는 공간을 단순히 머무는 것을 넘어 주체적인 체험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특징인 단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은 정체성이 해외 원정 등반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유지되길 원했습니다. 캐나다 부가부 주립공원 등반은 대부분 바위 등반이어서 적극적으로 등반을 계획할 수 있는 점, 오랜 등반 역사로 정보를 구하기 용이하고 언어 장벽이 낮아 원정을 주체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점, 다양한 난이도의 등반이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점, 고산 빙하 지대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때 부가부 주립공원이 저희의 원정지로 적격이라고 느꼈어요.



Q. 원정 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다들 무척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베이스캠프까지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베이스캠프에서 가장 멀리, 험한 곳에 있 노스 하우저 타워에서의 등반을 위해 시작 지점까지 갔다가 예정했던 등반을 포기하고 탈출을 결심한 것이죠. 탈출은 2일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길, 해외 등반가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을 탈출로로 이용했던 터라 길이 멀고도 험했습니다.


탈출 이튿날 해가 여전히 강한 오후 네시경, 저희는 그날 아침부터 탈출을 위해 다사다난한 일을 겪으며 길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위험한 구간은 지났던 터라 거칠고 길지만 위험성이 적은 구간에서는 각자의 체력에 따라 거리를 좀 두고 있었죠. 안전을 위해 무전으로 다른 대원들과 소통을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 마지막으로 따라오던 요한이가 무전을 안 받는 거예요. 열 번 넘게 무전으로 불러도 대답이 오지 않았는데 무전이 안 닿을 정도로 거리가 먼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서 따라오다가 사고가 났나 정말 걱정됐습니다. 그때는 힘든 것도 잊고 내려왔던 길을 뛰어서 되돌아갔습니다. 오르막길을 다 오르고 무전을 해보니 요한이가 헉헉 대면서 무전을 받더라고요. 요한이의 무전을 받았을 때는 무사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찔끔 났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서로 능선의 반대 사면에 있어서 거리가 가까웠음에도 무전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원정 훈련중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때의 상황이 극적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Q. 등반 중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노스 하우저 타워에서부터 탈출하던 얘기를 해야 할 거 같아요. 그 당시 탈출을 결심하게 된 상황 자체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준비하지 않았던 경로로 탈출하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들을 만나 시간은 계속 지체되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죠.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거기까지 이르자 베이스캠프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대원들이 물, 에너지젤 등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서 마중 나왔습니다. 돌무더기 사이에서 찬바람이 부는 새벽 2시까지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죠. 겨우 만나 힘들어하던 탈출 대원들에게 물과 에너지젤을 건네 주고 배낭을 대신 들어주었습니다. 잘 돌아갈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없던 힘이 솟더라고요.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탈출의 종반부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Q. 자의적으로 선택한 고통 끝엔 항상 ‘성장’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해외원정훈련을 통해 어떤 성장을 하셨나요?

누구나 일상을 살다 보면 스트레스 받는 일들을 마주했을 때 ‘힘들다, 그만해야겠다’라고 느껴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큰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덮쳐올 때는 그냥 다 덮어두고 회피하고 싶죠. 이번 해외원정훈련에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을 마주하고도 스스로 생각한 한계를 넘어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해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안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일단 피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하지만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 크고 작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성장도 있지만, 무엇보다 무척 힘들고 아름다운 경험을 함께 해낸 원정대원들과의 유대감과 추억이 이번 원정의 가장 큰 성과라고 느낍니다.



Q. 국내외 등반을 모두 하셨는데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국내 등반과 해외 등반의 암벽등반 원리는 같습니다. 믿음직한 파트너와 함께 팀워크를 쌓고 안전한 시스템과 기술로 가파른 벽을 오르는 것이죠. 우리나라에 열정적인 등반가가 많아서인지, 국내 등반은 난이도가 어려울지라도 등반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등반선을 찾는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규모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고요. 따라서 암벽 등반 자체에 더 집중하고 연마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에 해외 등반, 특히 부가부 주립공원 등반은 모든 면에서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규모가 달라지면서 암벽 등반에도 체력적인 면에서 부담이 커지고 등반선을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등반지를 찾아가는 과정과 하산하는 과정이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등반 자체에 집중하기 힘들고 접근과 하산까지 전체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모험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이드북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어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가이드북을 사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평소에 어떤 마음으로 등반 하시나요.

암벽 등반이 생소한 만큼 신기하게 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저는 별다를 것 없는 취미라고 생각해요. 그 행위가 단순하게 재밌기도 하고 등반을 마무리했을 때의 성취감이 좋아 푹 빠져버렸는데 그것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등반에 임하는 편입니다. 위험을 수반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라 두려운 상황을 마주하거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합니다. 높이나 추락이라는 두려움과 함께해서 그것들에 지배당해 행동하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후배들에게도 등반시에 본능적인 상황판단보다는 분석을 통한 상황판단에 집중하라고 당부하는 편입니다.


Q.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15년에 입학해 8년 반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만학도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초년생이 됐습니다. 당분간은 변리사 일을 잘 배워서 특허전문가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몸관리를 꾸준하게 해서 등반 실력을 유지하거나 더 끌어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산악부 선후배님들과 함께 몇 년 내로 해외 등반을 다시 떠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우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산악부는 매 학기 첫째주에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 많은 헌신을 요구하는 단체지만, 그만큼 재밌고 신나는 활동을 할 수 있고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산악부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학우들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전을 마주하고 극복을 위해 힘쓰고 계실 텐데 모두 건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