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FEC 최우수논문상 수상,
박대현 (경제학과 14, 석박통합과정 8기) 원우

  • 526호
  • 기사입력 2023.10.27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4586

지난 7월, 박대현 원우가 한국금융공학회가 주최한 2023 Asia-Pacific Financial Engineering Conference (APFEC)에서 “Influence of fear-of-missing-out on financial market volatility” 논문으로 최우수논문상(Best Paper Award)을 받았다. 원우는 경제학과에 전공 진입하여 2020년 학부 졸업 이후 학석 연계 과정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재 석박통합과정 8기로 류두진 교수의 SKKU Finance Lab에 들어와 재무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경제학의 매력과 대학원 진학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원우에게 들어보자. 



Q. 2023 APFEC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듣고 싶어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석하는 자리이다 보니 그분들 앞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의 가능성과 노력을 인정해 주시고 앞으로도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라는 뜻으로 주신 걸로 알고 학업에 더욱더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Q. “Influence of fear-of-missing-out on financial market volatility” 논문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이 논문은 주변 사람들이 투자로 성공을 거두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초조함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입니다. 최근 정보를 습득할 경로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습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이를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작성한 논문은 이것을 금융시장에 접목한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저는 학제 간 연구, 융합연구 쪽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이공학적 방법론을 경제 현상 분석에 접목하는 것이 흥미롭더라고요. 류두진 교수님께 지도받기로 결심한 이유도 교수님께서 다른 분야의 방법론을 활용해 경제를 분석하는 것에 대해 열려 있는 분이고, 융합연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셔서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방법론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복잡계 (complex systems) 과학이라고 불리는 학제 간 연구 분야의 방법론을 활용해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복잡계 연구에서 금융시장을 모델링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모형 중 하나가 소수자 게임(minority game)입니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게임인데, 더 적은 사람이 고른 선택지가 승자 그룹이 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수가 이기는 게임이라면 시스템은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인데, 소수가 이기는 이 게임은 사람들의 행동이 양쪽으로 나뉜 상태에서 균형이 이루어집니다. 투자에서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비율이 유지되면서 가격이 균형에 도달하는 것과 유사하여 금융시장을 모델링하는 쪽으로 이 게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응용해서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받고 투자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르는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해당 모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사람들이 FOMO에 빠지는 경우 시스템이 더 크게 변동한다는 것을 결과로 보였습니다.


▲ APFEC 컨퍼런스에서 만난 버지니아 대학 연구석좌 교수 Robert I. Webb



Q. 어떠한 이유로 위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나요?

행동경제학이나 행동재무의 연장선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주체라고 가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모든 순간에 합리적일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들어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는데, 저도 사람들이 투자할 때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면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연구해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전후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을 때 암호화폐나 주식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자, 투자를 안 하던 사람들도 투자에 뛰어드는 모습들을 많이 봤습니다. 남들보다 뒤처질 때 느끼는 불안감이나 초조함이 사람들의 투자 행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원우님께서는 학부 시절부터 논문을 게재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학부생 때부터 유독 연구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부생이 교수님 지도하에 연구논문을 작성하면 수강학점을 인정해 주는 ‘연구학점제’라는 제도가 도입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류두진 교수님과 선배님이 금융경제학 수업에서 그 제도를 소개해 주셨어요. 평소에 경제학을 재밌게 공부하기도 했고, 연구한 내용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연구학점제를 시작했던 게 연구에 발을 들이게 된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는 솔직히 너무 힘들었습니다. 선행연구를 읽고, 그걸 발전시켜서 새로운 걸 만들어 낸다는 게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작성한 논문을 투고할 자신은 없었는데, 류 교수님께서 주제가 참신하고 모형도 잘 만들었으니 조금 더 노력하면 충분히 게재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고, 거의 반년 정도 더 붙잡고 있다가 마침내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지금 보면 부끄러운 논문이지만, 당시에는 보람과 성취감이 마구 밀려와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이걸 업으로 삼으면 힘들더라도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교수님 지도하에 연구와 논문 작성을 쭉 해오고 있습니다. 학부생 때부터 연습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금융연구, 재무연구, 경영학연구, 한국증권학회지 같은 국내 저명학술지에 논문을 여러 건 게재하고, SSCI 논문도 다수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힘들고 고되지만 뭔가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찬 것 같아요.


Q. 원우님께서 생각하시는 경제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경제학이 전공이라고 하면 꼭 듣는 얘기가 ‘주식 뭐 사야 하냐?’인데, 이런 물음들이 많은 걸 보면 경제학이 단순히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아요. 좁게는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찾아내는 경제학적 사고를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적용해서 설명해 볼 수 있어 경제학에 매력을 느껴요.



Q. 앞으로의 계획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제 이름을 붙인 이론이나 모형을 만들면 멋있겠다고 말해오긴 했는데, 사실은 거의 농담 반 진담 반이에요. 조금은 과한 욕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구나 다 인정하는 탑저널에 한 번쯤 논문을 실어보고 싶어요. 학제 간 연구를 앞으로도 계속하는 것이 목표라서 꼭 경제학이나 금융 분야 학술지가 아니라 이공계 탑저널에 싣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물론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해서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태양을 향해 화살을 쏴야 그 근처라도 가는 게 아니겠어요? 꿈은 크게 갖고 그걸 이루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같은 꿈을 꾸고 있는 학우/원우분들에게 전달해줄 팁이 있으신가요. 

‘대학원은 가지 마라’는 밈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들어오면 너무 힘들고 고된 건 사실이에요. 그냥 막연한 마음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친구들에게는 잘 고민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연구에 관심있고 궁금한 걸 공부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 분들께 드릴 조언이라면 세 가지 정도 생각납니다. 첫 번째는 교과서만 계속 보는 게 꼭 좋은 공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교과서를 보고 기본적인 지식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근 학계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희 교수님께서도 최근 게재되는 논문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지도해 주십니다. 두 번째는 가능하면 세계적인 석학들과 만날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빙하여 여러 강연을 많이 준비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류두진 교수님께서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을 초빙하신 적이 있는데, 금융공학분야의 대표적인 모형인 블랙숄즈머튼 모형의 창시자들을 만나니 학술적으로 더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번에 참가했던 APFEC도 석학들과 만날 좋은 기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좋습니다. 저도 수학을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되어서 지금도 수학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재미인 것 같아요. 그걸 따라서 대학원에 오게 되었죠. 연구 주제나 방향을 정할 때도 흥미 있는 쪽으로 더 손이 가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선택했던 윤리 과목이 너무 재미 없어서 더 재밌어 보이는 경제를 혼자 공부해서 수능을 봤거든요. 경제학과의 인연이 그때부터였다는 게 새삼 떠올라서 좀 웃기기도 하고, 그때도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걸 공부했던 걸 보면 대학원에 오는 게 정해진 수순이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드네요.


Q. 성균관대학교 학우, 원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결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땐 그냥 멋있어 보이거나 재밌어 보이는 걸 마구 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저도 그런 식으로 진로를 찾게 되었거든요. 성균관대학교 학우, 원우 분들이 모두 원하는 목표 다들 잘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