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융합학부 Beyond the Sight,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예술을 펼치다①

  • 527호
  • 기사입력 2023.11.14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2191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가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개최됐다. AI시대의 핵심 어젠다를 중심으로 개최된 이번 페스티벌은 ‘Who Owns the Truth?’를 주제로 하여 인간 스스로 진실, 소유권, 권리, 통제 및 책임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융합학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학생들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 참가해 그들만의 예술을 맘껏 펼쳤다. 그들은 Beyond the Sight이란 같은 팀 아래에 City of Hope: Hoffnungburg[김지섭(컬텍 18), 이지민(컬텍 19)], Discord[조용민(컬텍/영상 18), 박준하(컬텍/영상 19)], The Universe Thinks[홍은지(컬텍/소비자학 20), 박지혜(컬텍 20), 이수민(컬텍 20)]로 나눠 활동했다. 학생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많은 영감과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더 넓은 세상에 도약하는 데에 큰 원동력을 얻은 Beyond the Sight를 만나보자.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작품 소개 부탁드려요.

| City of Hope: Hoffnungburg

이지민: ‘City of Hope: Hoffnungburg’는 관람객의 참여를 요구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형태의 작품입니다. 관람객은 심박수 측정 센서를 통해 자신의 심박수를 측정해요. 그리고 생성되는 가상의 도시를 감상합니다. 관람객의 심박수 데이터는 가상의 도시 호프눙부르크(Hoffnungburg)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매개체로 활용됩니다. 실제로 관람객의 심박 속도에 맞춰서 가상의 건물이 생성되도록 제작해서 관람객마다 각기 다른 가상 도시를 건설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Unreal Engine 5를 활용해서 3D 작품을 제작했고, 아두이노와 심박 측정 센서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렌더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Discord

조용민: ‘Discord’는 프로젝션매핑과 오브제, 음향 효과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작품입니다. 메시지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치미술 형태로 제작했으며 영상 미디어와 음향 효과는 루프 형식으로 반복 재생되는 형태예요.

‘Discord’는 지구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혐오와 갈등의 소리로 인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관객에게 시청각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우퍼 스피커에서 발생된 소리는 와이어로 연결된 지구 형상의 구체 오브제를 흔들리게 하며, 그 소리에 따라 영상은 구체 오브제의 그림자를 감싸는 것처럼 반응해요. 이를 통해 작은 혐오와 갈등의 소리가 온 지구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평화를 지향할 수 있게 합니다.



| The Universe Thinks

홍은지: The Universe Thinks는 인간 지성의 고유성을 데이터 비주얼라이징 툴로 표현한 인터랙티브 작품입니다. 작품에는 3가지 데이터(뉴런과 우주 거대 구조의 필라멘트 가닥수의 평균, 베타파 데이터, 음성 주파수 데이터)들이 활용되었습니다. 마이크를 통해 수집되는 관람객의 실시간 음성 데이터를 포함해 이 3가지의 데이터가 전시기간 내내 중첩되고 변해갑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 City of Hope: Hoffnungburg

김지섭: ARS Electronica의 메인 전시 주제는 ‘Who Owns the Truth?’였습니다. 우리 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인공지능과 기술 간의 관계를 생각해봤어요. 사실 4차 산업혁명이 기술의 무궁한 발전으로, 인간만이 다루기 어려웠던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급속도로 생활환경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팀은 이 점으로 짐작건대 기술 발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인공지능 역시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기술의 온전한 주인은 바로 인간임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Discord

조용민: 저희 팀은 현대 사회에서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작은 혐오와 차별이 퍼지면 큰 갈등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Discord’라는 작품은 거기에서 출발했어요.

크고 작은 규모의 갈등은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했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나 다양성과 평등이 존중되며 전통적 인식과 새로운 인식의 갈등이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발산되고 있다고 봤어요. 이에 우리 팀은 상호 간의 혐오와 차별이 세계적으로 퍼지는 현상을 현대 사회에서의 가장 큰 근본적인 문제라 규정했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관객에게 주고자 했습니다.

‘Discord’를 통해 혐오와 차별의 소리가 지구를 불안정하게 흔들리게 만드는 모습을 시청각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혐오와 차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 The Universe Thinks

홍은지: ARS Electronica는 ‘진실을 소유하는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기반으로 올해 축제를 개최했습니다. 디지털아트에 관심을 가지던 저희 팀은 본교 컬쳐앤테크놀로지융합학부가 개최한 공모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죠. ASI(Aritificial Super Intelligence)의 시대가 먼 미래가 아니기에 ‘우리의 지성이 과연 특별할까?’라는 질문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인간의 뉴런 신경망과 우주의 거대구조가 외관적으로 닮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자연 현상 중 수학적으로 뛰어난 유사성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영감을 받아 ‘자연 그 자체가 인간 지성의 고유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Q. 그동안 해왔던 작품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City of Hope: Hoffnungburg

김지섭: 그동안의 작품을 비교하기엔 많은 작품을 해왔던 것은 아니지만, 그간 작품을 만들어왔을 때,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외부의 “기계”와 상호작용을 하며 작품이 발전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 다른 분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는 ‘아두이노’를 활용해서 제작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사용법과 활용방안이 명확했던 기기들로 제작을 해왔다면, 아두이노를 통해 확장할 기계를 디자인했던 것이 그동안 해왔던 작품과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이지민: 저는 그동안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게임을 기획하고 팀을 꾸려서 만든 경험이 몇 번 있지만, 이런 아트를 만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2023 ARS Electronica에 전시한 <City of Hope: Hoffnungburg>가 제 첫 작품이에요. 게임 제작과 비교해본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게 이번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과 저희 작품(인터랙티브 아트)은 사용자의 조작이 있어야만 작동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게임은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플레이 흐름을 짜고 제작하지만, 인터랙티브 아트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이 기존에 기획했던 콘텐츠와 다른 색다른 점인 것 같아요.


| Discord

조용민: 저희 팀은 영상학과 원전공생으로 이루어진 만큼 모션 그래픽, 영화 영상 등의 작품을 다수 제작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상업 광고 영상이나 음악 제작 등의 작업도 해보았지만 대부분이 국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번 ARS Electronica Festival 전시는 세계 무대에서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웠습니다. 장르도 정말 다양했고 수준 높은 아티스트들과 작품으로 이야기를 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교류를 할 수 있었어요. 유럽의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관객은 작품을 그저 감상하는 것이 아닌, 건설적인 피드백을 건네며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함께 공감하고 고민했습니다. 저희는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차별화된 전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 The Universe Thinks

박지혜: 그전에는 수업 프로젝트로만 작품을 만들었고 작품을 만든 경험이 많지 않아 이번 ARS Electronica가 아티스트로서의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처음인 만큼 모르는 것도 많고 미숙한 점이 많아 저 자신에게 실망한 적도 많았어요. 솔직히, 지금도 예술이 무엇인지 잘 몰라요.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예술일 것이란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제가 잘 못하고 모른다는 실망이라는 감정이 들 때마다 오히려 모름을 인정하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이번에 처음 접하는 것도 많았고 어떻게든 해내기 위해 밤도 많이 샜는데 저의 한계를 알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홍은지: 예술 전공이 아니라 전시용 작품을 만들거나 디지털 아트에 관여하게 된 것 자체가 처음입니다.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준 것도 동아리 공연이나 취미로 편집한 사진이나 영상이 전부지요. 근데 세계적인 디지털 아트 전시회에 아티스트로 참여하게 되었으니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Q. 창작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 City of Hope: Hoffnungburg

김지섭: 무엇보다 전시장에서 있었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전시를 진행하면서, 큐레이터의 역할 수행도 동시에 진행했는데, 한국어가 아닌 영어, 제2외국어로 설명을 하려고 하니 어려우면서도 관람객 입장도 저희와 비슷한 상황이었으니. 서로 말로써 이해를 못해도 대화의 흐름상 이해하는 것이 제일 인상깊었습니다.


이지민: 혜화 카페에서 밤샘 작업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작품 제작 과정에서 대규모로 수정해야 할 게 있었는데, 그때 서로 ‘밤을 새서라도 완성하자’라는 시그널이 오갔어요. 늦은 시간에는 교대로 1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고, 결국엔 완성했습니다.


| Discord

조용민: 원래 작품에 사용할 구체 오브젝트는 3D프린터를 이용하여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기획서를 보신 교수님께서 당장 시제품을 다음날까지 만들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시제품을 만들어가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문구점에서 산 우드락을 이용하여 핸드메이드로 거의 20시간 동안 밤을 새서 만들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작품 제작 과정에서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The Universe Thinks

박지혜: 뇌파 데이터 측정을 직접 추출하면서 재미 있었습니다. 인간의 고유한 지성을 보여주기 위해 3명의 뇌파 데이터를 활용했는데, 5가지 뇌파 종류 중 베타파 데이터를 추출했어요. 저는 회의를 진행하면서 뇌파 데이터를 기록했고, 은지는 독후감을 작성할 때, 그리고 수민이는 연극 대본 암기할 때 데이터를 기록하고 변화를 관찰했어요. 뇌파 데이터 기록하는 게 처음이라 신기했습니다.


홍은지: 창작 과정을 뒤돌아보면, 성균관대 첫 주자로 가는데 잘 풀릴지 걱정했던 기억과 갑자기 등장한 데드라인에 허겁지겁 작업한 기억들이 많이 떠오르네요.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저희가 EEG 측정기로 뇌파를 처음 추출했을 때의 순간입니다. 어렵게 기계 연결에 성공하고 나서 아이패드 화면에 저희 뇌파 그래프가 쫙 그려질 때 신기하더라고요. 눈을 감고 편안하게 있으면 알파 뇌파 데이터가 쭉 올라가고, 무언 가를 상상하거나 집중하면 베타 뇌파가 요동치는 걸 꽤 흥미롭게 구경했습니다.


 ②편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