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A 장병돈 학우

EMBA 장병돈 학우

  • 288호
  • 기사입력 2013.11.05
  • 취재 정진우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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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부쩍 쌀쌀해지고 장농에 있던 외투를 꺼내는 시기가 됐다. 그리고 힘든 중간고사기간도 끝난 듯 하다. 오늘 만날 사람은 조금 특별한 분이다. 봄쯤이었던 것 같다. 성균웹진 페북친구 였던 장병돈학우가 EMBA 합격증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니 연배가 좀 있어 보였다. 다시 공부를 하게 됐다는 사연과 지인들의 축하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가을에 학기를 시작한다는 글을 읽고 이번에 선배이자 학우로 돌아온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평소에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페북에 좋은 글을 올리고 공유하는 그는 오프라인에서 어떤 사람일지 몹시 궁금했다. 다시 시작한 공부에 대한 생각도 물어보기로 했다. 경영대학원에 재학중인 장병돈 학우(경영 84). 올해 52세. 직장을 다니다 더 공부 하고 싶어 EMBA과정을 선택했다. EMBA는 성대의 경영대학원인데 세계 MBA평가에서 51위를 할 정도로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다.

대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20대 청춘에게도 조금 힘든 일이다. 그 나이에 고려해야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학부 이상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부담이다. 50대에 공부하는 것 역시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고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업을 다시 시작한 이유는 학업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서 학교를 겨우 졸업했습니다. 재학 시절에 매일 같이 알바를 하면서 학비를 벌었고 방학이면 가는 여행같은 것도 가지 못했습니다.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학교를 다닐지 말지도 계속 고민했어요. 가까스로 학교를 졸업했고 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취직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미련이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중에도 다시금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늦은 나이에 학업을 다시 시작하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해봤어? 해보고 그러는 거야?"

장병돈 학우의 좌우명은 'DO'였다. 일단 해보자는 것이다. 故 정주영 회장의 어록 중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한다. "해봤어? 해보고 그러는거야?". 대학교 입학할 때 주변에서 많이 만류했다고 한다. "어떻게 다니겠냐?, 졸업은 할 수 있겠냐?"등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았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학교를 졸업했고 그 덕인지는 몰라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원을 결심한 것도 안된다는 이유가 컸지만 일단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계획만 세우는 것 같습니다. 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많습니다. 용기, 환경, 여건 때문에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꼭 후회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 제 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일이 있으면 계획만 짜지말고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질러 놓고 왜 그랬나 후회하는 것이 안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이 짧은 인생의 교훈입니다."

수능 끝나고 대학 들어오기 전에 공부를 접고 실컷 놀다가, 수업을 듣기 위해 펜을 집었을 때 어색함을 느꼈던 분이 많을 것이다. 장병돈 학우 역시 힘들었다고 한다. 장병돈 학우는"처음에는 오래간만에 안하다가 공부를 시작하려니 머리가 잘 안돌아갔는데 2개월 정도 학교를 다니다보니 이제야 머리에 기름때가 쫌 빠진것 같다"라고 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일하면서 배웠던, 무작정 선배들에게 배웠던 실무적인 지식들이 공부를 하면서 이론과 병합되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힘들지만 원했던 공부를 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보람차다고 얘기해 주었다.

인터뷰 하면서 부끄러웠다. 현재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뭘 원하는지 아직도 갈피를 못잡았는데 장병돈 학우는 확실한 것 같았다.

"제가 일에 치여서, 인생에 치여서 못했던 일들 모두 해보고 싶습니다. 세계일주가 하고 싶어서 시간날 때 마다 여행도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는 공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회가 된다면 늦은 나이지만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쳐 보고 싶습니다. 저의 실무 지식은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실무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또한 제 이름으로 된 책도 한권 내보고 싶습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성대의 선배로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인생의 멘토를 두, 세 명 정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나이 대와 업종이 다양하면 좋구요. 직업을 선택할 때나, 직장내의 생활 또는 사업의 시작 등에서 다양한 경험이 있는 멘토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인생의 멘토를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동아리나 동문회를 통해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위해 멘토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경험 역시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라는 것이 경험, 책, 배움 등에서 나오는 것이지 갑작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처럼 티나게 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고 성대인의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인생의 목표를 위해서 달려가는 직진남 장병돈 학우와의 인터뷰가 끝났다. 1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를 했다는 생각 보다는 인생 수업을 들은 것 같았다. 선배님이 들려주는 따뜻한 조언과 충고에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선배님의 행보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