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는 남자, <br>최용석

사진으로 말하는 남자,
최용석

  • 345호
  • 기사입력 2016.04.10
  • 취재 정지원 기자
  • 편집 곽헌우 기자
  • 조회수 9401

4월 1일부터 5일까지 경영관 1층 성균 갤러리에서 최용석 사진전(연기예술학과 주관)이 열렸다. 위 전시에는 최용석(연기예술 08) 학우가 미국 교환학생 당시 작업했던 사진들이 전시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공연예술의 역동성이 자연스레 드러나 있었다. 사진작가에 손색없는 실력으로 새로운 도전에 한 걸음을 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0살 때부터 저는 PD를 꿈꿨어요. 그냥 막연하게 PD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중고등학교 때 기자단이랑 교지편집부도 하면서 제 꿈에 대해 준비를 해나갔어요. 2008년에 우리 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연출전공으로 입학했어요. 입학하고 2년 동안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어요. 학과 활동을 비롯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학교생활에 정말 충실히 했죠. 그러다 군대에 가게 되고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기고 나니 그런 고민이 들더군요.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좋은 학점을 따서 졸업하자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따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저 자신에게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교환학생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따분한 학부 생활에 지쳐가고 있는 저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색다른 경험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죠. 중고등학교 때 기자단이랑 편집부 하면서 사진을 잠깐 배웠었어요. 전문적으로 배우진 못했어요. 아쉬운 마음에 대학 와서 영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카메라를 다루는 법에 대해 익히는 시간을 가졌어요. 미국을 갈 때도 뭐라도 찍어오자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갔어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죠. 미국에서도 연극 수업이 많았어요. 우연히 비주얼 아트 쪽에 사진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교수님께 직접 찾아가서 카메라를 보여드리며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부탁했죠. 과의 특성상 무용하는 친구들과 사진작업을 많이 했어요. 25장의 토픽으로 사진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토픽이 무산되었어요. 그때 무용하는 친구가 호두까기인형 드레스리허설 하는 것을 찍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고 그렇게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진 첫 번째 작품이 나왔어요."

"제 작품을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고 다음 학기부터 교수님께서 저에게 공연촬영 아르바이트를 제안하셨어요. 그 덕에 저는 교환학생 생활비를 제 능력으로 벌 수 있었죠. 무용과 친구들이 본인의 프로필 사진 촬영을 부탁해오기도 했어요. 두 번째로 제가 애정을 갖고 있는 사진은 무용수가 하늘을 나는 듯 점프하는 사진이에요. 두 번째 학기의 베스트 컷이기도 하죠. 무용수들과 주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그 친구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선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 그 친구들의 몸짓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죠."

그는 즉흥적 몰입에 주로 의지하고 있었다. 모델들과 사전에 콘셉트와 동작을 계획하지 않고 각자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해와서 현장에서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정해진 콘셉트의 틀에 메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과정이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는 계산적으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는 좀 즉흥적인 편이에요. 항상 주위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습관이 있어요. 주의가 산만해서 이것저것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자연스레 발견하게 되죠. 와이오밍주에서 학교에 다녔는데 그 동네가 앤티크한 미국 서부시대 느낌을 잘 간직하고 있더군요. 어떻게 하면 이 점을 잘 살려서 담을 수 있을까 하면서 벽화도 찾게 되고 그 앞에서 또 작품이 탄생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그 친구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참으로 다양하더라고요. '아, 이걸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오겠다'는 마음에 무작정 그 친구들에게 촬영을 부탁했어요.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준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또 다른 작품이 나왔어요."

교환학생을 한 학기만 계획했던 그는 미국 교육제도의 혜택을 누리고자 10개월가량을 미국에서 보냈다. 그는 10개월간 작업했던 사진들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 미국에서 전시를 열었다. 본인의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학교 측에 전시를 문의했고 학교에서 흔쾌히 협조해주어 빈 교실에서 전시를 열었다고 한다.

"미국은 학생들이 어떤 것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잘 조성해 주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홍콩에서 온 친구가 갤러리 신청 해서 전시하는 것을 보고 의미 있어 보여서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정이 생겨서 그 친구처럼 갤러리는 빌리지 못했지만 학교에서 협조 해줘서 빈 교실에서 전시를 했어요. 그 친구에게 자극 받은거죠. 이 외에도 외국 친구들에게 자극 받은 일이 여러번 있었어요. 교수가 질문하면 그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손을 들더라고요. 교수가 본인을 시킬 때까지 손을 계속 들고 끝까지 질문을 해요. 질문이 많아서 수업이 딜레이 되는 부분이 많은데 학생들이 그 점을 당연시 여기고 있어요. 메탈스미싱이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제가 그 과목에서 C+를 받았어요. 그에 대한 불만은 없었죠. 저 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본인의 학점에 대한 불만이 없어요. 교수가 학생이랑 소통을 많이 하려다 보니까 결과를 인정하고 이의가 없어요."


방송 PD가 되고 싶은 그가 신문방송학이 아닌 연기예술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연기예술과 영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특별함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기를 알고 배우를 이해하며 보다 나은 연출을 위해 배움에 힘썼던 그는 연기예술을 전공한 것이 자신만의 강점이 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연출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연기에 대한 이해라 생각했어요. 입학 당시 저를 뽑아줬던 교수님께서 연출자로서의 제일 큰 기쁨은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이 아니라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박수라고 하셨거든요. 그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 역시도 그 말에 공감하는 바가 커요. 작년에 학과에서 햄릿 공연을 했는데 그 때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나면서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되더라구요. 배우들과 함께 배우고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를 배려하는 부분을 배운 것 같아요. 물론 연출 전공인 저에게 연기를 요구하는 수업은 조금 벅찬 수업이기는 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죠. 학교에서 배운 것도 많지만 저는 외부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웠어요. 실제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봐야 보고 얻는 것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죠. 2013년에 SBS희망 원정대를 뽑았는데 원래 1년에 두 번 상하반기에 연예인들이 아프리카를 직접 방문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어요. 처음으로 일반인 출연을 계획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지원을 해서 참가 했어요.

베이징 올림픽 SBS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외부기자단으로 활동한 적도 있어요. 뭐 하나라도 더 도전해보고 실천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PD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이 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죠.

그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일찍 취업에 대해 걱정하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학우들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저처럼 PD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은데 방송국 준비를 일찍 하는 친구들을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본인이 무엇을 할 때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한지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08학번으로 들어와서 저도 졸업이 늦어지는 감이 있는데 제 졸업이 늦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했던 것이에요. 물론 저도 이런저런 경험들이 정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제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저는 굉장히 행복했고 제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왔거든요. 주변에 이미 취직한 친구들을 보면 바쁘게 살아가느라 지금에 와서야 사춘기 같은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이 많아요.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져다준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그 친구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저도 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있어요. 준비하는 이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도 하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그렇게 보내온 시간이 있기에 취업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지 않았나 해요. 정말 우리 학우 분들이 대학 생활하면서 본인을 찾아가고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을 다져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너무 예쁜 시간이잖아요."

방송과 연출에 대한 그의 열정이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발전에 발전. 끊임없는 경험과 성장을 통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예능 PD가 되고 싶어요. 자극적인 언행들이 오고 가는 예능이 아닌 휴머니티적인 요소가 반영된 그런 아름다운 예능이요. 트렌드를 반영하는 오늘날의 예능 프로그램은 젊은 친구들에게는 공감과 재미를 끌어낼 수 있겠지만 그런 공감만이 예능이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거든요. 2000년대 중반쯤에 MBC에서 방영한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3년간 방영 끝에 종영하기는 했지만 참 애청했던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만들고 싶은 예능의 가장 본보기 같은 존재예요. 사람들에게 감동과 동시에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그와 동시에 웃음도 전해준다면 두말할 것 없는 프로그램이 되겠죠. 꼭 PD로 성공해서 학교 후배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강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