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3관왕,
‘반지하게임즈’ 대표 이유원 학우

  • 424호
  • 기사입력 2019.07.29
  • 취재 손영준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 조회수 10432

지난 12월,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본교 재학생이자 모바일 게임 회사의 대표 이유원 학우를 소개했다. 최근 이 학우가 구글에서 개최한 <2019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는 소식에 이번 달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후속 취재를 기획했다. 약 7개월 만에 만나 보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이어 성균 웹진 독자분들께 두번째로 인사 드리는 성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이자 게임회사 <반지하 게임즈> 공동대표 이유원입니다."


▣ 지난 인터뷰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일이라고 한다면 지난 6월에 <2019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참가해 Top 10, Top 3, 그리고 인기상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해당 대회는 예선에서 20개의 팀을 선발하여 Top 10과 Top 3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서바이벌이다 보니 많이 떨렸지만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게임은 여전히 매주 토요일마다 만들고 있는데, 다른 점을 꼽자면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각종 행정, 세무 절차를 마쳤다는 점입니다. 조만간 로스쿨에서 공부한 각종 지식들을 바탕으로 회사 설립까지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확실히 매일매일이 새롭고 힘든 고난들의 연속이긴 하지만, 여태까지 왔던 길 그리고 앞으로 갈 길을 살펴본다면 설레기도 합니다.


▣ <2019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어땠나요?

저는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대부분 팀들이 저희 ‘반지하 게임즈’처럼 학생들 몇 명으로 이루어진 단체들이 참가하는 행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학생들은 저희 밖에 없더라고요. 오죽하면 참가한 다른 개발사 분들이 신기해하면서 저희 팀에 구경을 많이 오셨습니다. 그 분들과 친해지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어 설레고 즐거웠으나 한편으로는 저도 저렇게 회사를 차리고 꾸려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들었죠. 그분들 사이에서 대회 최초로 3관왕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3번이나 단상에 나가 수상 소감을 말하다 보니 나중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더라고요. (웃음)


▣ <서울 2033>, <중고로운 평화나라> 같은 참신한 게임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제가 기획하는 게임들 속 아이디어의 근원은 평소 생활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살면서 무언가 재미있는 상황이나 소재를 맞닥뜨리면 원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게임으로 그려지더라고요.  처음부터 게임의 구체적인 스토리가 모두 구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무한히 솟아나는 아이디어들을 기반으로 게임들을 만들다 보니 기존 게임과는 다른 ‘반지하 게임즈’만의 독특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게임 중 대표적인 예시로 <허언증 소개팅>을 들 수 있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기획할 때 거짓말을 하는 것의 재미와 리스크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있었습니다. 기획하던 중 머리를 자를 때 미용사가 이것저것 신상에 대해 물어볼 때 모두 엉터리로 대답해본 적이 있습니다. 성균관대가 아닌 서울대에 진학했으며, 고학번이 아니라 20살 신입생이라고 얘기했었죠. 그런데 마지막에 회원카드를 만들 때 실수로 1995년생이라고 써서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습니다. 그런 쫄깃함을 느끼고 나니 <허언증 소개팅>의 분위기와 재미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단박에 그려지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평소 생활에서 게임의 방향성과 아이디어를 찾아가곤 한답니다.


▣ 인디게임 팀 대부분이 친구 사이로 시작하지만 의견 차이로 각자 길을 가는데 <반지하게임즈>는 어떤가요?

고교 친구 세 명이 모여서 결성한 팀이라 정말 친하고, 저희를 만난 분들은 다들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도 말 하지 않아도 서로 호흡이 척척 맞는 경우가 잦고요. 저희도 항상 잘 맞지는 않죠. 셋의 성향이 각자 다 다르기에 충돌할 때도 많습니다. 방법이 다를 뿐이지 다들 ‘반지하 게임즈’와 저희의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어 큰 문제가 있던 적은 없습니다. 갈등의 불씨가 있더라도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어 해결하는 편이고요.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동반자들이죠. 그래도 로스쿨에서 배운 게 있으니, 계약 관계로 더 굳게 묶어버릴까 하는 방법도 요즘 고려 중입니다. (웃음) 농담입니다.


▣  지난 4월 ‘시각 장애인도 <서울 2033>을 즐길 수 있도록 애플의 보이스오버(화면의 글자를 인식하여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 기능을 탑재 해달라’는 피드백에 빠르게 응답해 화제가 됐는데 기획자로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예전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해왔습니다. <서울 2033>을 제작할 당시에 별도의 TTS(Text To Speech: 따로 글을 입력해 목소리로 읽어내는 기술) 기능을 추가하기에는 현실성이 없었고, 보이스오버의 존재 역시 알지 못해서 이런 음성 기능을 도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각장애인 유저 분의 피드백을 처음 앱스토어 리뷰에서 보았을 때 무척 놀라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음에 팀원 모두 기뻤습니다. 


이에 저희는 즉시 보이스오버 도입 작업에 착수했고, 실제로 눈을 감고 보이스오버 기능을 사용해보며 일러스트 이미지, 선택지, 화면 전환 등 시각적인 요소로 표현된 모든 것들에 음성 가이드라인을 달았죠. 이 과정에서 기획자인 저는 제가 ‘그리고자 했던 것들이 시각적 요소를 배제한 채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시각장애인 유저가 처음으로 자기 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생겼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 주셨을 때 이는 눈 녹듯 사라졌고 뿌듯함만이 자리잡았죠.


▣ 여태 받은 피드백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믿고 하는 반지하 게임즈’. 저희 생애 최고의 피드백 중 하나입니다. 저희는 게임을 만들 때 흥행이나 대중성 등의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고 싶은 걸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막연하게 ‘우리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은 있겠지’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막상 저 피드백을 받았을 때 저희의 게임 취향과 감성에 공감하는 유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습니다. 마치 저희 반지하 게임즈의 아이덴티티나 색채가 정립된 느낌?


▣ ‘반지하 게임즈’만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날로 실패하는 게 낫다. 이것이 바로 저희의 모토입니다. 어딘가 허접하지만 독특한 게임성으로 유저들을 사로잡고 그들이 자존심 상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반지하 게임즈가 얼마나 커지든 상관없이, 위와 같은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 글로벌 시장이나 PC 플랫폼으로 진출할 생각은 없나요?

전에는 몰랐는데, 많은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게임 런칭을 하더군요. 수익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저희가 너무 한국에만 치중하고 있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조만간 간단한 게임들은 시범 삼아 해외에도 출시해보고 싶습니다.


플랫폼의 경우, 확실히 PC용으로 만드는 게 더 적합한 게임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컴퓨터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 시장과 비교했을 때 유저 접근성이나 수요, 타겟층 등에서 다소 차이가 발생한다는 생각 끝에 정말 진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은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 <반지하 게임즈>야말로 진정한 ‘학생 성공’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러한 성공으로부터 비롯되는 부담감은 없나요?

당연히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원래 만들고 싶은 것을 대충 만드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게 되더라고요. 최대한 이런 마음을 버리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이러는 것이 잘 되지 않다 보니 잠시 숨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제가 원래 물욕이 전혀 없는 사람인지라, 이러한 성공의 경험이 예전의 좋았던 기억들을 빛 바래고 잊게 하지 않도록 많이 경계하는 중입니다.


▣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가요?

늘 그랬듯이 다양한 장르의 독특한 게임들을 마구잡이로 만들고 있지만, <서울 2033> 같은 스토리 게임 포맷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비슷한 포맷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려고 구상 중 입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 학우에게 하고 싶은 말은?

로스쿨생과 게임 기획자 겸 사업가라는 두 길을 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시달릴 때가 더 많았습니다. 심하면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했죠. 마음을 다잡는 오랜 기간 끝에 결국 깨달은 것은 이게 제 인생이란 사실이었습니다. 로스쿨을 가서 법학 공부를 하는 것도, 반지하 게임즈를 차려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도 둘 다 제가 원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제가 지금 로스쿨을 포기해도, 로스쿨은 제가 진정 가고 싶어서 간 것이라 계속 법학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았을 것이고, 제가 지금 반지하 게임즈를 포기해도 게임은 제가 좋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미련이 남았을 것입니다. 결국 저는 그 두 개 모두를 선택한 것이죠. 남들보다 좀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수는 있어도 그게 제 인생인 걸요. 여러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 보세요. 나중에 미련 갖는 것보다는, 본인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만들어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