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한 북중남미 여행기
임풀잎 원우

  • 470호
  • 기사입력 2021.06.25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8119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 지 한참이 지났다. 아마 과거에 찍었던 해외 여행 사진들을 갤러리와 SNS에서 뒤적이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하고 그 당시 눈 앞에 펼쳐지던 풍경을 사진으로나마 추억하고 있을 터다.  여행을 어디로 갔는지 만큼 중요한 것은 언제, 누구와 함께 였는가다. 여행을 떠나 누구와 시간을 보냈는지는 두고두고 생각난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취업 직전 휴학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일년 동안 북중남미 여행을 다녀온 성대생을 만났다. 아버지가 두 권의 책으로 내서 더 특별해진 여행기를 임풀잎 원우를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현재 성대 사회과학계열 대학원 재학중인 임풀잎입니다. 19년도에 졸업해서 직장을 다니다가 사회와 경제 관련 분야에서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Q. 책으로 1년간의 여행 기록을 공유하는 것은 SNS 상으로 사진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A. 아버지께서 책을 쓰셨어요. 저도 써볼까 했지만 돌아다니느라 피곤한데 글을 매일매일 쓰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조그만 스마트폰으로 계속 일기를 쓰신 아버지께 감사해요. 덕분에 그 때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거든요. 사진만 남기면 그 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는데 글을 남기면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사진으로만 기록을 하면 여행지의 모습을 떠올리는 데에서 그치는데 글로 기록한 걸 읽어 보니 그 때 느꼈던 감정이 수많은 것들 중 어떤 것이었는지 전부 생생하게 느껴져요.  아버지와 제가 같은 경험을 하면서도 아버지의 생각은 어떻게 달랐는지 보는 재미도 있고요. 제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에 아버지도 똑같은 마음이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Q. 어떤 이유로 처음에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으셨나요?


A. 원래는 아버지 혼자서만 떠나실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4학년 1학기 끝나고 계절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아버지께 갑자기 전화가 와서 6개월 동안 여행가자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바로 취업 준비하기도 싫고, 취업하면 이렇게 길게 여행 다녀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별 고민 없이 알겠다고 했어요. 여행이 가고 싶었고 취업 준비야 갔다 와서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던 것 같아요. 정말 별 생각 없이 떠났습니다. 그렇게 계획 없이 여행을 시작했고 이곳저곳 새로운 여행지를 다 들르다 보니까 1년으로 길어졌습니다.


ⓒ캐나다 거리의 모습(위 사진) 멕시코에서 식사(아래 사진)



Q.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무엇인가요?


A. 동선을 정해진 계획에 제한하지 않는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계획을 세우면 오늘 안에 가야할 곳들이나 해야 할 것들에 의무감이 생기잖아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그런 의무감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라 주로 큰 틀의 계획만 짜고 하루하루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예상치 못하게 좋은 장소에 다다르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럴 때 여행이 더 재밌더라고요. 물론 계획을 짜고 나라 별 유명한 랜드마크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별 사람들은 어떻게 일상을 보내는지 평범한 하루를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밌었어요. 현지인들의 일상은 벤치에 앉아서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누거나 동네 아무 식당이나 들러서 식사를 할 때 느껴지더라고요.


Q. 여행지 선택과 다시 방문해보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북중남미는 아버지께서 이미 예전부터 계획하신 여행지였고, 각 나라에서 가고 싶은 마을은 현지인한테 추천을 받거나 론리 플래닛이라는 여행책자를 보면서 결정했어요.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순으로 다시 가고 싶어요. 그곳의 사람들이나 문화가 주는 에너지가 강렬했던 것 같아요. 유쾌하고 정이 많고 호기심도 많았던 그 나라 사람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콜롬비아



Q. 여행 중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아빠랑 싸우고 한동안 따로 다닐 때가 있었는데, 여행지 루트가 비슷해서 인지 계속 갈 때마다 마주치는 거예요. 현지인들도 아빠한테 당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방금 이 거리를 지나갔다고 할 정도였어요. 어느 날은 에콰도르 오타발로 아침 일찍 가축시장을 갔었는데 거기에 아빠가 계셨어요. 역시 아빠와 나는 뗄 수 없는 운명이다 싶어서 제가 먼저 화해 신청을 걸었는데 아빠가 닭똥 같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제 사과를 받아 주시더라고요. 그 날은 하루 종일 아빠 손잡고 돌아다녔는데 그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무리 싸워도 아빠는 소중한 가족이고 가장 죽이 잘 맞는 여행 메이트니까 잔소리도 줄이고 잘 챙겨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브라질에서 아버지와 함께


Q. 여행을 되돌아 봤을 때 현재에 끼친 가장 중요한 영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여행을 다녀왔든 안 다녀왔든 지금 제 모습은 변함없었을 것 같아요. 가끔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서 뭘 얻었냐고 묻는데 저의 여행에는 목적이 없었어요. 그저 일상을 보내 듯이 여행을 가서도 행복하고 충실하게 하루를 보냈죠. 만약 목적이 있었다면 아마 이 기나긴 여행을 중도에 포기했을 수도 있고요. 저는 늘 그랬듯이 자신감 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이었고 이건 여행이 아니었더라도 변함없었을 거예요.


Q.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두려움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과거에 새로운 것을 도전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자기 효능감을 찾기도 하고 도전에 성공했을 경우의 성취감을 미리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곤 합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저의 행복이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잘 지내는 것과 제가 지금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열심히 해서 성취감을 얻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모든 분들 지금까지 잘 해오셨으니까 늘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에 꼭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