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영향력을 나만의 방법으로
-코디미 대표 정지혜 학우

  • 480호
  • 기사입력 2021.11.28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8041

얼마 전 에브리타임을 통해 창업을 한다고 알려 학우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코디미(CodiMe)의 대표 정지혜 학우와 만나보았다. 소프트웨어 전공을 살려서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정지혜 학우와 함께 창업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프트웨어학과 19학번 정지혜입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학과 내에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창업까지 이어주는 ‘스파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코디미’ 서비스 창업을 준비 중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1년가량 이어오고 있는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업자 등록이 안 된 상태라서 예비 창업자 신분으로 현재 기창업자는 아닙니다. 팀원들을 한 명씩 늘려가며 활동 중이며 내년 초에 예비 창업 패키지나 정부사업 공고가 나온 이후에 사업자 등록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 에브리타임(에타)에 창업 관련 내용을 업로드 하고 나서 학우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에브리타임에 업로드하기 전에 어떻게 해야 반응이 좋을까를 몇 달 동안 고민했어요. 저희가 쓸 수 있는 마케팅 자금이 없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에타를 통해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업로드하기로 택한 방식은 진지하고 진솔하게 저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어요. 에타에 글을 올린 후 얻은 댓글들과 반응 모두 너무 감사했는데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진짜 빛나는 사람이다” 라는 글이에요. 감사함을 넘어서 황송한 느낌까지 들었어요.


이런 반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은 한편 지금 저희가 내놓은 배포 버전이 그렇게 완벽한 상태가 아니어서 좀 죄송한 마음도 들었어요. 저희가 앱스토어 로그로 모니터링을 했는데 로그인까지는 많이 들어오시는데 코디를 만들고 옷을 등록하는 것에서는 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보고 개선해야 될 게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플랫폼에 들어오셔서 실망감을 느끼셨을 분들을 생각하면 더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더 잘할 걸이란 후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 여러가지 진로 중 창업을 처음 염두하게 된 시점과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애초에 대학에 진학할 때 소프트웨어학과로 과를 정했던 게 창업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가장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소프트웨어학과라고 들었거든요. 창업에서 제 전공은 확실히 장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창업이 하고 싶었던 큰 이유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저의 사업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면 굉장한 뿌듯함을 느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나만의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고, 제가 일을 해서 얻은 성과가 어디에 종속되어 있는 것보다 저만의 결과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창업을 하게된 결정에 큰 몫을 했습니다.


▶ 전공인 소프트웨어학과가 어떻게 창업에 도움이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요즘 창업을 할 때 AI, 빅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기 마련이에요. 제가 개발자라는 게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돼요. 물론 학교 수업을 통해 코딩을 배운 건 맞지만 그 지식을 직접적으로 개발에 연결짓기는 어려워요. 직접 코딩을 해보고 부딪히고, 디버깅 하고, 구글링 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실력을 쌓았던 것 같아요. 학과 내의 산학협력 프로그램들을 참여해보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현재 CEO와 CTO 둘을 맡고 있는 상황이에요. 만약에 소프트웨어학과에 오지 않아서 코딩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했다면 기술이 구현되는 과정을 추상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제가 개발자라 어떤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지가 머릿 속에 그려져서 일 처리의 중간 과정을 많은 부분 생략할 수 있었어요. 이러한 점이 소프트웨어학과 전공이 가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학과가 창업의 중심이 되는 학과라고 생각돼요. 하지만 저희 졸업 요건 중에 인턴이나 학부연구생을 해야 하는데, 보통 연구실을 많이 찾더라고요. 특히 요즘에 창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개발자가 필요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 숫자가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워요.




▶ 학우들에게 창업을 추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주에 정부 사업 교육을 들으러 가서 예비 창업자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저와 같은 학생들도 계셨지만 직장을 다니시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분과 퇴사하고 창업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학생 때 창업을 시도해서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전까지 저는 취직하고 경력을 쌓았더라면 좀 더 창업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들어보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저는 학생 때 창업에 도전 해보는 걸 추천 드려요. 학교를 다니는 중이라면 학교 지원도 받을 수 있고, 현장 경험이 많은 산학 교수님들을 통해 멘토링도 받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돼요.


▶ 코디미는 어떤 어플인지 소개해주세요.

코디미를 통해 갖고 계신 옷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코디를 추천해줍니다. 옷 사진을 등록하자마자 30초 안에 AI 코디가 3개 만들어집니다. 코디가 어려우신 분들은 저희 플랫폼에 옷을 등록하시면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코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요. 물론 코디를 돕는 이미지를 제공하는 다른 플랫폼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코디여서 직접 참고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코디미는 직접 참고할 수 있는 코디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 사업을 하는 데에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피보팅’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배포를 하고 난 뒤 받은 피드백을 보고 피보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저희의 목표는 코디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타깃 고객을 코디를 못하는 사람으로 잡아 두니 콘텐츠 생산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피보팅 때는 타깃 고객을 코디를 잘하는 층으로 잡아서 코디를 잘하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요즘 Z세대는 인플루언서가 되는 걸 좋아하는 데, 코디미도 SNS 플랫폼인만큼 인플루언서를 많이 만드는 게 목표예요.



(사진2: 왼- iOS 이미지, 오- 8월 릴리즈 당시 화면)



▶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통 다들 옷을 구매할 때 마음에 드는 옷을 한 벌 씩 사잖아요. 새로 산 옷을 집에 있는 여러 옷들 중에서 매치를 해서 입어야 해요. 하지만 쇼핑을 많이 하는 저도 상상으로 스타일링 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고 코디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은 이게 더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옷을 구매하기 전에도 코디를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던 점

학교에서 창업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지만 현실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창업 지원금을 받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고 필요한 서류도 많아요. 지원금을 타더라도 안 되는 비목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저희와 같이 IT관련 창업일 경우 온라인 결제가 안 될 경우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폭이 좁아져서 그 점이 생각 이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지원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제가 속한 창업 동아리와 소프트웨어 학과의 스파크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해요. 앱 스토어에 개발자 등록을 하려면 연간 13만원을 내야 되는 부분은 학교를 통해 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해외 결제 서버나 옷을 찍으면 배경 제거를 해주는 기술의 유료 api는 제 사비를 지출하고 있어요. 현재 창업에 들어가는 돈이 부담이 되거나 아깝지는 않은데 앞으로 필요한 돈을 생각하면 조금 막막해요. 특히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돈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필요할 텐데 그 부분이 걱정돼요. 학교마다 자체 창업 경진대회가 보통 있고, 학교 구성원들을 위한 창업 지원금이 있긴 한데 저희 학교 창업지원단은 전국에 있는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훨씬 많아서 창업을 하고자 하는 학우들은 혜택을 받기 힘든 것 같아요. 저희 학교 학우들끼리만의 창업 경진대회나 지원금 혜택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코디미의 각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든 일의 첫 번째 단계는 기획이에요. 기능을 새로 만든다거나 이벤트를 기획하는 단계의 회의에는 팀원 전원이 참여를 해요. 기획을 마친 후 디자인 팀원분들이 디자인 UI/UX를 만들고 피드백을 드려요. 그 다음 개발은 개발자 4명과 함께 진행합니다. 사실 초기 스타트업은 구성원마다 명확히 역할이 나눠져 있기 보다는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개발자가 기획과 홍보에 의견을 내기도 하고, 디자이너가 홍보도 하곤 합니다. 각자 정해진 영역 이외에도 피드백을 주고 의견을 계속 내다보니 굉장히 유기적이어야 하고 소통의 중요성을 매번 느낍니다.


▶ 6명의 팀원들을 이끌며 어려움을 겪었던 에피소드

지난 여름방학 동안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팀원의 공백이 생겼어요. 시간도 얼마 없었던 관계로 3일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제가 일을 배워서 공백을 메운 다음 런칭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팀원들이 전부 학생이어서 각자 학업이 우선 된다는 점에서 시험기간이나 과제 기간에는 일을 크게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렵긴 해요. 하지만 저도 학업과 병행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고, 과제나 시험기간에 얼마나 할 게 많은 지 알아서 학업에 시간을 쏟는 게 너무 이해되고 팀원들에게 휴학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서 충분히 예상했던 어려움이에요. 저희는 시험 기간 직전에 중요한 업무를 마치려고 노력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재택으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까 오프라인 회의에서 받을 수 있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가 없어서도 어려워요.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화상회의를 할 때 모두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더라도 오프라인 회의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 일을 하면서 크게 배운 점은?

2주 전에 교수님께서 스파크 프로그램에 멘토님을 초청하셔서 저희 팀원들과 함께 강연을 들었어요. 제가 코디미의 CEO와 CTO 역할을 동시에 해서 직접 개발을 하다 보니까 개발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기본적인 고객 검증을 놓치고 있었다는 점을 그 때 크게 깨달았어요. 그 때가 배포 이전이었다면 다른 조치를 취했을 텐데 배포 이후여서 너무 아쉬웠어요. 


지금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코디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다시 팀원들과 함께 검증해보고 있어요.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아는 데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리고 해결하는 방향이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이 맞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해요.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해서 공감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배우고 있어요.


▶ 현재 목표

제 일상을 창업에 쏟고 있어서 그런지 제 목표가 곧 코디미의 목표인 상태예요. 현실적이고 1차적인 목표는 투자 유치예요. 코디미가 모두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보니까 현업 실무자를 채용하면 개발과 팀 운영 측면에서 좀 더 효율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려면 자금이 마련되어야 해서 투자 유치를 목표로 꼽았습니다. 제가 그리고 있는 코디미의 비전은 오프라인 시장 진출입니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옷 매장에 들어가서 QR을 찍으면 그 매장에 있는 옷들과 자신의 옷장에 있는 옷 중 제일 어울리는 코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옷 쇼핑을 할 때 개인 맞춤형 추천을 받아볼 수 있게끔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최소 몇 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제 최종적인 꿈이에요.


▶ 학우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이번에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보신 분들 중 실망을 안겨 드렸다면 이를 개선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창업을 꿈꾸는 학우분들은 꼭 한 번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도 1년 전까지 만해도 시험보고 과제하느라 밤을 새던 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다른 경험을 하고 있어요. 창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고, 저를 돌아봤을 때 한 달 한 달 성숙해지고 있다는 게 보여요.


창업을 도전하려면 끈기가 중요해요. 창업자가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공감과 문제 의식도 필수적이에요.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서비스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도와 관찰이 필요해요. 좋은 아이디어여도 고객의 니즈 파악, 경쟁 시장, 실현 가능성, 이해관계자 등 고려할 것들이 많은데, 결국 그걸 확인할 방법은 많은 시도와 관찰인 것 같아요. 특히 플랫폼 사업은 수수료만 갖고 살아남기 힘든 분야예요. 50만, 100만 이상의 사용자들이 사용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플랫폼이 무엇일지 학생 입장에서 모두 파악하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수님들께 멘토링도 많이 받아가며 피드백을 통해 검증을 잘 해 나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