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세계에 알리다
음식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김나연 학우

  • 485호
  • 기사입력 2022.02.13
  • 취재 전지우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8681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2021 학생성공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러시아어문학과 19학번 김나연 학우를 만나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었다는 김나연 학우는 자신의 취미였던 ‘요리’에서 재능을 발견한 후 이를 삶의 목표로 설정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러시아어문학과 전공을 살려 한식을 러시아에 알리는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봉사단 활동을 통해 골목식당의 활기를 되찾아주는 지원군이 되기도 했다. 수기치인(修己治人) 실천을 통해 ‘학생성공’을 실현한 김나연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러시아어문학과 주 전공, 식품생명공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있는 19학번 김나연입니다.


▶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요리를 하면서 잡생각과 고민거리를 내려놓는 편이에요.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기대만 하면 된다는 것이 요리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오로지 내 입맛과 취향에 맞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직접 만들어 먹는 묘미라고 생각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요리가 제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 것 같아요. 문과대 학생회에서 주최한 랜선 요리 대회에서 상도 받고 요리 실력도 점점 좋아지면서 제 진로와 요리를 연관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맛있는 음식으로 느끼는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고 싶어요.


▶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러시아어로 한식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가 되는 데까지는 많은 의지와 실천력이 뒷받침되어야 했을 것 같아요. 그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러시아어문학과에 ‘채리쉬’라는 구독자 30만 유튜버 선배가 계세요. 그 선배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신 것 같아요. 유창한 러시아어로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영상을 보고 반해버렸거든요. 선배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전공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에요. 친해지고 싶어 먼저 연락도 드렸어요. 당시 코로나가 한창 심했을 때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유튜브를 시작하기도 쉬웠고 선배와 친해지면서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자신감이 치솟았던 것 같아요.

첫 영상을 올릴 때 선배에게 요리 관련 러시아어 단어를 알려 달라고 막 부탁했어요. 알려주신 단어를 공부하고 열심히 사전을 찾아가며 대본도 쓰고 했죠. 러시아인과 소통하고 싶다는 열망이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큰 원동력이 돼 줬어요. 확실히 영상을 찍기 위해 러시아어로 말하고 글도 쓰며 실력이 많이 늘더라고요. 댓글 이해를 위해 번역기를 이용하는 과정이 공부가 되기도 했어요.


▲ 왼쪽부터 유튜버 채리쉬와 김나연 학우


▶ 유튜브, 인스타그램같이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외국인들과 소통하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을까요?

콘텐츠와 관련한 댓글이나 DM을 보면서 한국 음식과 문화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을 분석했어요. 저는 한국인이라 당연하게 느끼는 한식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이 있는데 외국인의 반응은 생각과 달라서 놀랐죠. 예를 들면 떡볶이 영상에 ‘떡 씹으면 아무 맛도 안 나던데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떡볶이에 열광해?’, ‘나는 떡의 쫄깃한 식감이 너무 거부감 들고 싫어’ 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어요. 한국인은 보통 떡이 쫄깃할수록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그 식감 자체를 싫어하는 외국인들이 많더라고요. 떡볶이가 제 최애 한식인데 외국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길래 약간 마음이 아팠어요. 내륙 지방에 사는 외국인들은 대게나 새우를 손질하는 영상에 대해 ‘끔찍하다’, ‘잔인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김치를 만드는 배추가 중국 채소인지 묻는 외국인도 있었어요. 상상도 못 해본 질문이라 당황했어요. 이러한 반응들 덕분에 하루빨리 우리 한식의 전통성과 우수성을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열정이 더 샘솟았던 것 같아요.


▲ 김나연 학우의 유튜브 섬네일


▶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금도 운영 중이신가요?

처음 무작정 시작하고 난 후 러시아인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하지만 채널과 계정 성장에 대한 한계의 벽이 느껴졌어요.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기에 러시아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한식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도 느껴졌고요. 지금은 잠시 업로드를 중단하고 러시아어 자격증 공부와 한식조리사 자격증, 공모전, 식품생명공학과 전공 공부에 집중하고 있어요. 한식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제 열망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 이제껏 만들었던 요리 중 자랑하고 싶은 요리가 있으신가요?

작년에 외교부에서 주최한 한러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전해 ‘한국식 디저트’를 직접 기획했던 일이 있어요. 그때 기획했던 디저트인 ‘호호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호호빵은 대한민국의 대표 농산물 9가지를 이용하여 만든 건강한 디저트예요. 러시아 문화와 어울리면서도 한국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반죽 테스트와 연구의 연구를 거듭했어요. 기존의 레시피를 따라 만든 것이 아닌 제가 직접 레시피를 개발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고 자랑하고 싶네요.


▲ 호호빵


▶ 한러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참여하신 것 같아요. 어떤 대회였나요?

이 공모전은 외교부와 한러 비즈니스 협의회에서 주관해 신북방 지역의 대표국 ‘러시아’와의 새로운 미래 협력 분야 발굴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대회입니다. 저희 팀은 ‘한식’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를 드높이고자 했어요. 러시아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라는 점, 러시아에서 한국의 이미지와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는 점, 특히 한국인들의 피부나 건강 비결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기획 배경으로 삼았어요. 그렇게 기획한 상품이 대한민국 대표 농산물 9가지를 이용하여 ‘건강’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한 한국식 티 푸드 ‘호호빵’입니다.


9가지 농산물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반죽 테스트와 제품 디자인까지 저희 팀에서 모두 직접 기획했어요. 특히 저는 제품 개발을 담당했는데요. 농산물의 천연 단맛을 살리면서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를 이용하는 빵 반죽 레시피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노력을 쏟아부었어요. ‘러시아’ 그리고 ‘요리’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조합된 대외활동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과 동기들과 한 팀을 이루어 손발이 척척 맞고 시너지가 극대화되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억에 남아요.


결과적으로 외교부에서 상도 받아서 좋았어요. 당장 이 제품으로 제 브랜드를 외국에 론칭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부담이 있어서 호호빵이 공모전 수상작으로만 남아있는 게 아쉽습니다. 투자자를 만나고 제가 더 능력을 갖춘다면 해외 시장에 론칭하고 싶어요. 공모전을 통해 한식 브랜드 론칭에 대한 열망이 커져버렸어요.


▶ 청정원 대학생 봉사단으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청정원 대학생 봉사단의 가장 메인이 되는 활동이 ‘소나무 식당’과 진행했던 ‘청춘의 밥’ 프로젝트였어요. 저는 ‘메뉴개발팀’에도 소속되고 팀장도 담당하며 9개월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도움을 드릴 식당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공사 기획과 연락까지 모두 봉사단이 직접 담당했어요. 처음에는 소나무 식당 사장님이 저희를 이상한 집단으로 오해하셔서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청정원으로부터 오백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아서 인테리어 회사, 디자이너와 연락해 공사를 계획하는 과정까지 모두 저희가 진행했답니다. 제일 바빴을 때는 매일 담당자분들, 사장님, 팀원들과 공사 계획을 하느라 핸드폰이 남아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연락했어요. 뿐만 아니라 공사 당일에도 현장에서 일손을 도왔어요.


이 외에도 저는 메뉴개발팀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는데 사장님께서 30년 요리 내공을 갖고 계셔서 처음에 메뉴 개발을 반기지 않으셨어요. 본인 요리에 자부심이 있으셨거든요. 그래서 ‘대학생의 입장’에서 음식 트렌드를 알려드렸어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장님을 설득했죠. 직접 불닭 소스를 사와 사장님이 맛보실 수 있게 해드렸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이 맛에 열광하는지 알려드렸어요. 이후 식당의 기존 메뉴인 고추장 삼겹살에 이 소스를 추가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드렸죠. 그렇게 감칠맛과 불 맛을 확 끌어올린 고추장 삼겹살 리뉴얼 버전이 완성되었어요. 사실 기존 목표였던 새로운 메뉴 개발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메인 메뉴에 트렌디한 요소를 추가할 수 있었고 사장님도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이번 활동을 통해 영세 상권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특히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 분들이 피해를 많이 호소하시잖아요. 덕분에 유독 공감이 많이 되는 활동이었어요. 활동 내내 자영업자분들께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활동을 진행하며 제가 자신 있는 ‘음식’이라는 분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했어요. 다음에는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 요리 교실을 운영해 보는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 소나무 식당 공사 전후 사진


▶ ‘소나무 식당’ 사장님과는 지금도 교류가 있나요?

공사가 모두 끝난 다음에도 몇 번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사장님이 밥 먹고 가라며 한상 가득 차려주세요. 사장님이 저희 봉사단 팀원들에게 소나무 식당 평생 이용권을 주셨거든요. 이후에 식당 홍보를 위한 이벤트도 진행했고 근처를 지나갈 때면 한 번씩 방문해요.


▲ 김나연 학우와 소나무 식당 사장님


▶ 러시아어문학과와 식품생명공학과를 복수전공하고 계시는데요. 흔치 않은 조합이다 보니 복수전공생으로서 첫 학기를 마친 소감을 듣고 싶어요.

저는 지난 학기에 영양학 전공수업을 들었어요. 각종 영양소에 대한 지식도 배우면서 특히 한국 식습관에서 과잉 섭취하는 영양소와 결핍되는 영양소에 대해 공부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아무래도 식품생명공학과가 생화학 등 이과 전공이기 때문에 지금도 전공에 대한 긴장이나 걱정이 커요. 학점을 잘 받지 못할까 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이 돼요. 전공과목들을 쭉 보면 듣고 싶은 과목이  많아요. 제 한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를 위해 ‘식품 위생학’, ‘가공학’, ‘향신료학’, ‘포장학’, ‘식품 마케팅’ 등 과목을 배워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본기를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아직 복수 전공을 한 학기만 했는데 앞으로 더 공부하게 되면 앞서 소개 드린 호호빵을 제품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우수성을 영양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기대가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어요.


▶ 현재 가진 계획이나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학사로 러시아어문학과와 식품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식품공학 계열로 미국에 석사 유학을 가고 싶어요. 한식 브랜드 론칭이 제 인생 최종 목표인데요. 당장은 식품 기업에서 비즈니스를 배우고 경험할 때라고 생각해서 글로벌 식품회사에 입사해 신제품 기획부서나 연구직으로 일해보고 싶어요. 식품 분야로 앞으로 계속 제 커리어를 이어나갈 건데 어느 부분을 담당해 볼지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


▶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개성 있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 또한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문과는 상경계 복수 전공 안 하면 취업 못해’라는 말에 겁먹어서 덜컥 경영학과 복수 전공도 신청하고 억지로 회계원리를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기준을 단순히 충족시키는 것보다 내 개성을 뚜렷이 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나를 기억시키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느끼게 됐어요. 학우 여러분들도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누가 뭐라 하든 ‘전략적 마이웨이’를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