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와 악단 사이를 잇다,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악장 이류아 학우

  • 487호
  • 기사입력 2022.03.13
  • 취재 전지우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6403

지난 2월 27일 평촌아트홀에서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의 36회 봄 연주회가 진행됐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움츠려 있던 성균관대 오케스트라는 작년 가을 연주회를 시작으로 이번 봄 연주회까지 그간 소중히 키워온 연주의 씨앗을 다시금 활기차게 움 틔웠다. 음악 대학이 없는 성균관대에서 전공도, 다루는 악기도 각기 다른 학우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여느 프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연주회가 끝나고 터져 나오는 관객의 박수 너머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악장 21학번 이류아 학우를 만나 이야기 나눠 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2월 27일에 열린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SKKUO) 봄 연주회에서 악장을 맡았던 독어독문학과 21학번 이류아입니다.


▷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SKKUO)는 어떤 곳인가요?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SKKUO)는 클래식 음악을 취미로 두고 있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인 동아리입니다. 주된 활동은 한 해에 두 번 열리는 봄, 가을 연주회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는 학기 중에 따로 연습을 진행하지 않고, 오직 방학 기간 중에만 연습을 진행하여 연주회를 준비해요. 따라서 학업 활동에 큰 방해를 하지 않고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동아리입니다. 학기 중에도 신입생 연주회와 소연주회를 주간하여 부원 간의 활발한 교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우가 ‘오케스트라’라는 동아리 이름 때문에 ‘악기를 할 수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혹은 ‘악기를 매우 잘해야 들어갈 수 있다’ 하는 편견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지만,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음악과 악기에 ‘관심’이 있는 모든 학우에게 열려 있는 동아리예요. 부원을 상시 모집하고 있으니 음악과 악기를 사랑하는 많은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소연주회 사진


▷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보통 대중이 생각하는 오케스트라 악장의 이미지는 단순히 ‘악단원을 대표하며 객석에서 볼 때 제1 바이올린의 맨 앞자리 오른쪽에 앉아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저 또한 악장을 맡기 전에는 그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의 악장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한답니다. 곡 선정부터 곡 발표, 연주회 수요조사, 유/무급 객원 모집, 연습 진행, 중간오디션과 연주회 자리 배치까지 오케스트라가 연주회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특히 저희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악장의 역할은 연습 진행이에요. 지휘자님이 오시기 전 한 달 정도는 악장이 연습을 진행해요. 이때 악장이 곡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무엇을 중점으로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단원들을 연습시키는지에 따라 연주회의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그 때문에 악장의 연습 진행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 바이올린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알고 싶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 바이올린과 첼로 레슨이 새로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바이올린과 첼로 선생님이 쌍둥이이며, 그중 둘째가 바이올린 선생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쌍둥이 중 둘째여서 묘한 동질감에 이끌려 바이올린을 선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바이올린을 취미로 접하게 된 이후 초등학교 3학년에 우연한 기회로 김포시 소재의 ‘김포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개인 레슨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해 온 오케스트라 활동이 제 연주 실력을 향상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며 악기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내는 아름다운 소리, 그리고 합주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어요. 대학에 와서도 이 매력에 헤어나오지 못해 교내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SKKUO)와 대학교 연합오케스트라(AOU) 활동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합 오케스트라 사진


▷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단연 ‘다양한 악기 소리의 아름다운 조화’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오케스트라에서 처음 합주를 해보았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첫 합주곡은 캐논 변주곡이었는데요. 모든 현 파트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돌림노래였어요. 모든 현악기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데도 불구하고 음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바이올린 한 대가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 경험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 악장으로서 이번 36회 봄 연주회를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을까요?

가장 혼란스러울 때 한 선배가 해 주셨던 따뜻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악장으로서 처음 준비하는 연주회다 보니 준비하며 제가 지금 악장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던 시기가 왔어요. 그 생각 때문에 자신감마저 많이 낮아졌었는데요. 한 선배가 밥을 사주며 제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바르다고 지지해주고 격려해 주셨어요. 이를 계기로 다시 자신 있게 연주회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덕분에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연주회 준비에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극심한 코로나 시국 속 연주회 인원을 구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도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요.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은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연주회를 올리기에는 부족한 악기들이 몇몇 있었어요.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객원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구했다 하더라도 코로나 확진 혹은 자가격리로 인해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원들 내에서도 코로나 확진 또는 자가격리로 오랫동안 연습을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심지어 연주회 당일 아침까지 인원변동이 있었습니다.

또 힘들었던 점은 바로 공연장, 연습실 대관이었습니다. 학교 내부에서 많은 인원이 모여 연습할 수 있는 장소를 빌리기 어려웠어요. 그로 인해 모든 전체 연습 장소는 외부 장소를 유료 대관하여 이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로 인해 단원들이 지난 연주회 때보다 높은 연주회비를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SKKUO 연습 사진


▷ 악장이 아닌 한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악장으로서의 슬럼프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의 슬럼프도 함께 경험했습니다. 약 한 달 동안 합주를 하지 못하고 단원들을 연습시켜야 해서 다른 단원들에 비해 합주와 연습 경험이 부족했어요. 단기간에 완성도 있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 매일 새벽까지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실력이 늘지 않았고 같은 퍼스트 바이올린 단원에게 고민을 토로했던 적이 있어요. 열심히 연습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요. 그러자 그 친구가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모르는 사이 실력이 늘고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이 말을 듣고 연습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에도 ‘어제보다는 실력이 조금은 나아졌을 거야’ 하고 낙심하지 않으며 꾸준히 연습했어요. 이러한 마음가짐이 제가 연주자로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 이번 봄 연주회 연주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이번 봄 연주회 프로그램은 <Mendelssohn Hebrides Overture op.26>, <Bruch Double Concerto op.88>, <Mendelssohn Symphony No.4 “Italian” op.90>으로 구성돼 있어요. 모든 곡이 하나같이 좋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멘델스 존 교향곡 4번 1악장 도입부 멜로디입니다. 이 멜로디가 작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빈센조>에 삽입되어서 아마 친숙하게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퍼스트 바이올린의 맑고 쾌활한 도입 멜로디 연주가 '이탈리안'이라는 곡의 제목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이 멜로디를 들으면 이탈리아 특유의 쨍쨍한 태양과 밝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 본인의 취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번 봄 연주회에서 연주했던 멘델스 존 ‘교향곡 4번 2악장’이 제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경쾌한 빠른 속도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느린 속도의 중후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 곡은 andante로 매우 느린 편이며 저음의 비올라와 고음의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교차적으로 진행하며 연주되는 곡이에요. 저처럼 느리고 중후한 분위기의 곡을 좋아하는 학우들은 멘델스 존 ‘교향곡 4번 2악장’을 꼭 들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가 나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코로나 상황 속에 대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나 모임을 많이 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학 안에서의 학우들 간 교류에 항상 목말라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학우가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번 36회 봄 연주회를 준비하며 동아리 부원들과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헤쳐나가게 되었어요. 함께 희로애락을 경험하다 보니 학교에 대한, 그리고 학우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어요. 이 과정에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최근까지 있었던 소속감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었던 것 같습니다.


SKKUO 봄 연주회 사진


▷ 현재 가진 계획이나 앞으로의 목표는?

코로나 이전에는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모든 인원이 저희 오케스트라 선후배로만 구성되었다고 해요. 이번 연주회를 추진하며 객원 인력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과연 이것이 진정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연주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갖게 되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다음에 있을 가을 연주회 때 객원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는 것입니다. 우리 단원들만의 힘으로 연주회를 완성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에요.


▷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SKKUO)는 모든 성균관대학교 학우에게 열려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과 취미가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저처럼 코로나 상황 속 학우들 간의 교류에 갈증을 느끼는 많은 학우가 연주자로서 그리고 또 관객으로서 SKKUO와 함께 대학 생활의 화양연화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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