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디자인 문구 브랜드를 만들다
‘체리앤나잇’ 정세인 학우

  • 491호
  • 기사입력 2022.05.15
  • 취재 전지우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5761

MZ세대 사이에서 ‘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예전부터 쭉 인기를 유지해왔던 다이어리 꾸미기는 물론 폴라로이드 사진 위를 예쁘게 꾸미는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자신만의 휴대폰 케이스를 만드는 ‘폰꾸(폰케이스 꾸미기)’,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PVC 소재의 탑로더에 넣어 예쁘게 꾸며 보관하는 ‘탑꾸(탑로더 꾸미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 흐름에 맞춰 디자인 문구 시장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바라보는 디자인 문구 시장은 어떨까? 직접 디자인 문구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정세인 학우를 만나 보았다.


© 왼쪽부터 다꾸, 폴꾸, 폰꾸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학과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정세인입니다. ‘체리앤나잇’ 이라는 이름의 디자인 문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Q. ‘체리앤나잇’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탄생했나요?

딱히 특별한 계기나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만든 건 작년인데, ‘체리앤나잇’이라는 이름을 지은 건 2018년이에요. 제가 오래전부터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 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브랜드를 만든다면 이름을 뭐로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여러 가지 단어를 조합하면서 아무도 안 쓰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보자 하는 식으로 접근하다 ‘체리’랑 ‘밤’을 섞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체리앤나잇’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나름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드는 스티커 스타일이랑 어울리게 짓고 싶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Q. ‘체리앤나잇’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제일 처음 문구 디자인을 시작했던 건 중학교 때예요. 그 당시 포토샵을 되게 열심히 해서 취미로 스티커나 메모지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조금씩 제작해서 친구들 나눠주고 인터넷을 이용해 나눔하고 그랬어요. 그때는 미성년자라 사업자도 없으니 그걸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판매할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성인이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해 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딱 21살 되던 1월 1일에 사업자 등록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바로 시작했습니다. 너무 하고 싶었던 거라 준비보다는 도전이 앞섰던 것 같아요. 제가 중학생일 때는 인스(인쇄소 스티커)나 떡메모지 같은 것들이 유행했는데 대학생이 되고 난 후 다시 시작하려 찾아보니 그때와는 달리 씰 스티커 같은 게 유행하더라고요.  저도 트렌드에 따라가고자 스타일을 바꾸었어요.


Q. 원래부터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던 건가요?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거나 직접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다이어리 꾸미기에 사용되는 스티커를 직접 제작하는 데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직접 디자인한 스티커를 이용하여 꾸미는 걸 좋아했습니다.


© 체리앤나잇 브랜드 이미지


Q. 작업에 대한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요즘은 SNS가 활발하다 보니 그런 창구를 통해서 요즘에는 어떤 것들이 유행하는지, 어떤 디자인이 인기가 좋은지 자주 찾아보는 편이에요. 계절감에 맞춰 상품을 내기도 해요. 봄과 여름이 담긴 스티커 같은 것들이요.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을 토대로 그 느낌에 맞춰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고객님들의 피드백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 것 같아요. 추천해주시는 아이디어나 어떤 스티커가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요구사항이 있으면 반영하여 디자인하는 편이에요.


Q. 작업하며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스티커를 만들 때 대량으로 발주를 넣어야 하다 보니 과연 이 디자인을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살까? 하는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이거 진짜 잘 그린 것 같은데? 잘 팔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처참하게 안 팔린 적도 있고,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잘 팔린 적도 있어요. 그게 예측이 잘 안되니까 재고 남으면 곤란하기도 하고 잘 안 팔리면 수입이 별로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캐릭터 같은 게 있는 게 아니고 데코 위주의 스티커를 생산하는 편인데요. 한 번은 캐릭터를 만들어 판매해 봤는데 너무 안 팔리더라고요.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원래 하던 걸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하며 계속 데코 관련 스티커를 만드는 중이에요. (웃음)


Q. 반대로 가장 즐거운 점이 있다면?

거의 오프라인 행사를 나갔을 때가 가장 재밌는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는 솔직히 뭐가 잘 팔리고 누가 뭘 사는지 체감이 안 될 때가 많은데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 나가면 어떤 스티커를 가장 많이 가져가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팬 들이 응원의 선물도 많이 주시고 할 때 ‘정말 디자인 문구 사업을 시작하길 잘했다’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오프라인 행사에 가면 작가들끼리 공유도 있는 편이라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Q. 이번에도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가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행사 같은 경우 컨텍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업체에서 참가신청을 오픈하면 작가들이 신청하기도 하고 업체가 직접 작가들에게 연락을 돌리기도 해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사진


Q. 문구를 디자인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고객층이 나누어져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스티커를 이용해 다이어리를 꾸미는 사람도 있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꾸미는 사람도 있고 탑로더를 꾸미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고객층이 나누어져 있어요. 다이어리를 꾸미는 사람들은 다이어리의 면적이 넓다 보니 큼직큼직한 스티커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 분들은 조그마한 스티커는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에 만들 건 다이어리 꾸미는 분들을 타겟으로 삼아서 큼직큼직하게 디자인해 봐야겠다. 아니면 폴라로이드나 탑로더를 꾸미는 사람들을 위해서 알맹이는 작은데 꾸밀 건 많은 쪽으로 디자인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색감도 많이 신경 써요. 저번에 신상을 하나 냈는데 그게 연두색 클로버 마스킹 테이프였어요. 실물과 비슷한 색감을 전달하기 위해 사진을 보정해서 올리는 편인데 그때 보정이 좀 잘못돼서 연두색이 형광처럼 보이는 바람에 고객들의 원성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색감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낀 것 같아요.


Q. 개인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창업에 대해 공부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현금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 소득신고 같은 부분이 되게 어려웠어요.  중국이나 유럽에 판매할 경우 상품 통관도 거쳐야 하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어렵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공부 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지금 한국 말고도 다른 곳에서 판매하고 계신 건가요?

네, 일본이나 중국, 미국 싱가포르 등 다양한 곳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보통 입점 처라고 하는데,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대량으로 사가기도 하고, 입점 형태 수수료를 떼가기도 하고 아니면 개인 고객들이 연락해서 사 가기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인스타로 보시고 연락해서 사가시기도 해요.


Q. 본인이 만든 상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젤리 하트 시리즈라고 있어요. 젤리하트 마스킹테이프, 젤리하트 스티커가 포함되어있는 시리즈인데요. 이게 되게 초반에 만든 기본적인 하트 스티커인데 완전 기본템으로 많이들 찾아주셔서 계속 재발주하고 재발주하는 중이에요. 효자상품이기도 하고, ‘체리앤나잇’ 하면 이 스티커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런 대표적인 존재이다 보니 가장 마음에 드는 상품이 아닐까 해요.


© 젤리하트 마스킹테이프 사진


Q.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꿀팁을 주자면?

준비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다이어리 꾸미는 분들 보면 그 날마다의 컨셉에 맞게 스티커를 사시거든요. 오늘 병원에 갔다. 하면 병원과 관련된 스티커를 구매해 붙이기도 하고, 디저트를 먹은 날이면 디저트 관련 스티커를 구매해 붙이기도 하세요.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고 잘하시는 분들은 테마별로 스티커를 많이 구비해두시는 것 같아요.


Q. 창업을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같은 게 있을까요?

초반에 디자인 문구 사업을 시작하고 조금 성장 했을 때 주변 친구들이 엄청나게 부러워하고, 본인들도 시작해 보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는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사업이기도 했고, 시작할 때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애정이 있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시장조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짝 유행하고 사라질 아이템이면 안 되잖아요. 나라나 학교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많으니 잘 찾아보고 도움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

내년에 빨리 졸업하는 게 목표예요. 졸업하고 이 사업에 몰두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회사도 다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 하셔서 고민이 많아요. 지금 생각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어요. 저는 혼자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걸 좋아해서 지금 이 브랜드를 계속 끌어나가고 싶습니다. 요즘 떠오르는 1인 작가들이 많다 보니 그런 작가들처럼 유명해지는 게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