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경연 학술대회 최우수상
김민정・김시윤・최석환 학우

  • 492호
  • 기사입력 2022.05.29
  • 취재 박창준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5786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 이는 도전의 두려움에도 적용된다. 도전의 기쁨을 나누면 두배가 되고 그 두려움은 반이 되는 법이다.


여기 도전의 두려움을 반으로 나누고 함께 도약하는 학우들이 있다. 김민정(글리18)・김시윤(글리18)・최석환(글리19) 학우는 고려대학교의 두 학생과 연합팀을 꾸려 법무부 주관 ‘제8회 법령경연 학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법조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세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어떻게 법령경연 학술대회에 참가하게 됐나요.

김민정: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다들 막연히 법령경연대회 참가 및 수상을 생각해볼텐데요. 저도 1학년 때부터 법령경연대회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큰 대회라 번번이 도전을 주저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싶어서 법령경연대회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시윤: 같은 팀원인 석환이가 작년에 저랑 국제법 강의를 같이 들었는데 그때 국제법 모의재판에 같이 나가자고 연락을 했었습니다. 당시 저의 시험 준비로 인해 아쉽게도 같은 팀을 하지 못했습니다. 법령경연학술대회 모집쯤에는 제가 일정이 없어서 먼저 석환이한테 같은 팀을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했어요. 신기하게도 그때 석환이가 민정언니와 급격하게 친해진 시기여서 민정언니도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법령경연 학술대회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법령경연학술대회는 법무부가 주최하는 법률, 시행령 개정 제안 대회입니다. 대회는 매년 11월쯤 열립니다. 법무부 소관의 법령 중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 법령 개정안과 PPT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대회입니다. 대학원부와 대학부를 나눠서 진행하며 올해는 대학부에 142팀이 참가해서 9팀이 수상했습니다. 수상작에 대해서는 상금과 추후 법무부의 법령개정에 있어 그 내용이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특전이 있습니다. 법과 관련된 대회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참여하는 대회입니다.


- 대회 수상작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개정안’인데요, 수상작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해당 주제를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시윤: 시행령에 규정된 수치를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황에 유동적으로 맞추어 조정하고, 그 과정에서 임차인의 보호범위를 최대한 확대하되 임대인의 손실도 최소화하고 기준 및 별표를 신설하여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 임차인에 대한 구체적 구제방안을 제시하고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제도의 효력을 다시 복구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김민정: 올해는 주최 측에서 6개의 시행령에 한정해서 개정안을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저희 팀은 6개의 주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

1) ‘다른 팀이 너무 많이 선택하는 주제가 아닐 것’ 2)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아 손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시행령일 것’ 3) ‘코로나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기 용이할 것’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중점으로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왼쪽부터 PPT에 들어간 웹툰, 웹툰을 그리는 김민정 학우


-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김민정: 창의성과 형식 사이에 균형을 잡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기존 수상작들을 보면 아이디어에 감탄할 만한 것들이 많아서 수상을 위해서는 우리만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주제가 시행령으로 한정되는 바람에 시행령하에서 아이디어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를 담으려면 기존의 형식을 일부 파괴해야 했고, 형식을 온전히 맞추려면 소중한 아이디어를 많이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때문에 저희는 아이디어와 형식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도대체 어디일지 많이 토론하고 고민했었습니다.


최석환: 대회 준비를 하면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던 점이 많은 어려움을 줬던 것 같아요. 팀원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와 회의가 취소되기도 하고 거리두기 정책으로 오프라인으로 하던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했거든요. 온라인 회의는 오프라인 회의만큼 빠르게 의견 교환이 잘 되지 않아서 분위기도 조금 어수선했던 기억이 있어요.


- 법무부 주관 전국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둘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후에 같은 대회를 준비할 후배들에게 팁 부탁드려요.

김민정: 저희가 특별히 유념했던 부분 세 가지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시행령이라는 형식에 집중할 것’입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으면 다룰 수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해당 형식을 고려하는게 중요해요.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를 보여줄 돌파구를 마련할 것’입니다. 저희는 시행령 및 보고서에 첨부할 수 있는 다양한 ‘별표’, ‘부칙’, ‘별도자료’ 등을 통해서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특히 저희는 한 법령이 저희가 개정하는 대로 바뀌면 해당 신청서가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를 만들어서 첨부하기도 했고요. 저희가 사용한 수식모형을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이러한 것들은 시행령 그 자체는 아니지만 팀이 고민한 흔적을 보여줄 중요한 자료들이 되었습니다. 셋째는 ‘한가지 보호법익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고, 비교법을 활용할 것’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기본적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지만, 그렇다고 임대인이 무조건 악이고, 임대인이 무조건 권리를 침해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A라는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해 혹시 다른 중요한 가치들이 침해되지 않을지 많이 고려했던 것 같습니다. 시행령 형식 및 내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종류의 법을 참고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고려하여 내용을 구성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시윤: 심사위원들이 우리의 법령안을 보았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차별성은 무엇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현재 있는 법령도 따져보면 문제점이 있는 판국에 우리의 아이디어도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런 생각까지 했고 이런 추가적인 아이디어까지 내 보았다!’를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정적인 것을 잘 써서 내는 것은 모두가 할 것으로 생각했고 우리가 승부를 봐야 하는 쪽은 아이디어의 참신함,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료 전체의 논리적 완결성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개정내용을 그저 나열식으로 제시하지 않고 처음부터 큰 카테고리를 설정하여 세부내용을 분류한 뒤 문제해결의 필요성 - 현재조문의 한계 - 개정 목적과 내용 - 기대효과 순으로 설득하는 듯한 결과물을 구성하는 데 많은 힘을 썼습니다.


최석환: 팀원들이 친해져서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이 도움됐던 것 같아요. 팀 내에 초면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11월 달에 몇 번 만나면서 같이 밥도 먹고 놀기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그게 회의 때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로 이어졌어요.

팀원들의 합도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그걸 살리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아이디어가 현실성을 잃지 않도록 실현가능성을 검토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양자가 반대의견을 많이 내서 중간에서 둘을 중재해주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저희는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발전됐거든요. 자료조사에 적극적인 태도도 좋습니다. 저희 팀원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관련 기관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고 이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민정: 팀원들끼리 쉬는 시간에 라이어 게임을 했던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팀원들끼리 친해지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팀장 시윤이가 분위기를 이끌어줬어요. 한번은 팀원들끼리 라이어게임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나중엔 거의 라이어게임을 하기 위해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토론 시간도 값졌지만 사소한 게임이나 같이 음식을 먹었던 장면들이 제일 많이 생각납니다.


김시윤: 어느 날 민정언니 집에서 회의를 하던 중, 갑자기 라이어게임을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웃겼어요. 그 이후로 회의가 막차 시간 전에 끝나도 꼭 막차시간이 될 때까지 게임을 하거나 각자의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어요. 이번 대회를 떠올리면 잊을 수 없는 기억들입니다. 모일 때마다 이것저것 다수가 모여야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들 시켜먹은 것도 좋았고 모이면 일단 카페에서 음료 대량으로 시켜서 회의 끝까지 생명수처럼 마시던 것도 좋은 추억이네요.


최석환: 대회 준비 마지막 날 새벽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회의가 오후 1시에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새벽 3시쯤 회의가 끝날 줄 알고 새벽에 축하주로 마시자고 술을 가져왔어요. 그런데 새벽 4시가 돼도 끝날 기미가 안보여서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야식도 시키고 좀 쉴겸 다들 모여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킹고응원단 영상을 틀고 5명이 다같이 안무를 췄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다음날 오전 7시쯤 결과물을 제출하고 해가 뜬 뒤 가져온 술을 마셨어요.



- 대회를 준비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시윤: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팀원들의 역량에 감사했던 기억들이 가득해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혼자 할 수 있다 혼자 하지 뭐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런 생각은 자만에 불과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석환: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기존에는 과의 사람들과 주로 교류했는데 글리의 특성상 진로나 관심 분야가 유사한 학우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법학과 무관한 학과의 사람들과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들이 현상을 바라보는 방법, 문제 의식 등이 제 주변인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제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민정: 뚜렷한 목표의식이 큰 원동력입니다. 가장 사소하게는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처럼, 이루고 싶은 것들이 명확한 편이고 이것들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에요.


김시윤: 사람들은 삶에 절대적인 의미가 있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삶은 파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무의미한 순간들을 엮어서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세뇌 아닌 세뇌를 하는 과정이 사람을 계속해서 살아가게 한다고 생각해요. 내 삶에서는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싶은가? 하는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인간답게 대우 받고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당연한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뚜렷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이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최석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학기는 이런저런 일이 꽤 많아서 사람들과 같이 있었던 시간이 많았는데 점점 저의 본모습을 잃고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살아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약속도 최대한 적게 잡고 혼자 다니고 생각하며 저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민정: 지금은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당장은 로스쿨에 합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장기적으로는 멋진 법조인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김시윤: 남은 올해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 할 계획입니다. 저는 지금의 사회에서 미디어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고 있다 생각해요. 미디어 언론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더 배우고 겪어보고, 부정적인 상황을 막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석환: 단기적으로는 7월에 훈련소를 가고 약 2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해야 해서 우선은 그 준비를 좀 할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는 이번에 큰 대회에서 상을 탄 만큼 이 경험을 잘 활용해서 로스쿨 진학을 할 계획입니다. 목표는 국제법 분야의 변호사가 되는 것인데, 살다보면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인생의 목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민정: 이번 대회가 저에겐 학부생으로서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하는게 너무 싫어서 이런 큰 대회엔 나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대회 준비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 그리고 친구들과 보낸 소중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그 동안 소극적으로 있었던 것이 참 후회됩니다.


이 기사를 보는 학우들께서 저처럼 후회하지 말고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도전하시면 좋겠어요. 사소하게는 공연 동아리에 들어가 무대에 서 보는 것,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로 여행 가는 것, 어렵지만 꼭 들어보고 싶은 수업을 듣는 것 등등 사소하지만 소중한 도전들이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기간만큼은 마음껏 실패해도 일어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우리 성대 학우들은 부디 도전하시고, 저처럼 후회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김시윤: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 여기저기서 터무니없는 평가절하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오히려 그런 상황 때문에 자만심에 빠져있지 않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지금의 상황에서 더욱 나아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성균관대 학생들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결국엔 제일 무섭거든요. 성균관대 학우분들 항상 좋은 결과 거두시길 바라고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석환: 한 번씩 에브리타임 핫게시판을 보는데, 자기 능력을 의심하면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성균관대에 온 만큼 스스로 뛰어난 인재들이라고 생각하시고 자기자신을 믿었으면 해요. 저도 상을 탈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탄걸 보니까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다들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