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데뷔전 신인상,
무용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김명선 원우

  • 493호
  • 기사입력 2022.06.13
  • 취재 전지우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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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국현대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청년예술가 육성프로젝트’ 제29회 신인데뷔전이 열렸다. 신인상의 주인공은 우리 대학 무용학과 석박통합과정생 김명선 원우였다. 김명선 원우는 작품 <11,304m>로 상위 4개 팀 중 1등을 차지하며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다소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무용. 김명선 원우가 생각하는 무용이란 무엇일까? 무용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김명선 원우를 만나 이야기 나눠 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무용학과에서 컨템포러리 댄스를 전공했고 현재 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재학 중인 20학번 김명선입니다. 무용수로서 Bluepoet D.T(예효승), PDPC(안영준), 이정인크리에이션(이정인) 등 이외 다수 안무가의 작업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김나이무브먼트컬렉티브(NKMC) 무용단의 정단원입니다.  안무가로서는 사회적 현상과 원인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고 이를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청년예술가 육성프로젝트’ 제29회 신인데뷔전은 어떤 대회인가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인데뷔전은 청년예술가들에게 무대 공연의 기회와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차세대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무 경연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는 1차 서류 및 영상 심의와 2차 인터뷰 심의로 진행했어요. 심사 결과에 따라 상위 4개의 우수작품이 선정되며 그중 1위에게 신인상을 수여합니다. 선정된 상위 4팀은 6월에 열리는 Modafe 2022(국제현대무용제) 프로그램 중 ‘Rookies evening’에 초대되어 공연할 기회가 주어져요.


©신인데뷔전 포스터


Q. 수상하신 소감을 듣고 싶어요.

먼저 생각지도 못한 수상 소식에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안무를 해보고 싶었지만 ‘안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도전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차단하고 있었어요.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준 주변의 격려와 또 다른 자극을 준 상황들 모두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을 받아 기쁘기도 하지만 안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용기, 그리고 사람들을 얻을 수 있어 더 기뻐요. 덕분에 저에게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공연이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사소한 변화에도 도전해보고자 하며, 끊임없이 노력하여 베풀 수 있는 무용가가 되겠습니다.


Q. 수상하신 작품 <11,304m>는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요?

인간은 낯선 것을 무의식적으로 경계하게 되며, 그 대상이나 상황은 수없이 다양합니다. ‘낯섦’에서 오는 본능적 부정감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것은 좁히기 어려운 심리적 거리라고 해요.

이 작품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직면했을 때의 ‘나’로부터 시작되었어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상황과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바다’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함’과 인간으로서 가볼 수 없는 ‘낯섦’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편안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육지에서 바라본 바다와 심해 사이의 심리적 거리로 두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람과 바다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낯섦의 심리적 거리가 무너져 두려움에서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거리를 작품에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11,304m 작품 사진


Q. ‘낯섦’을 주제로 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했어요. 낯선 것을 쉽게 경계하고 두려워해, 저를 잘 드러내지 않았죠. 심지어 안 먹어본 음식도 경계하는 탓에 이제껏 못 먹어본 음식도 많아요. 그런 저에게 ‘낯선 것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어떻게 좁혀야 할지’는 늘 해결해야 하는 숙제였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의 최대 관심사, 고민 중 하나인 두려움과 낯섦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11,304m 작품 사진


Q.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깨달은 점이나, 배운 점이 있다면?

이번 경연에 안무가이자, 출연자(무용수)로 참여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준비에 있어 저의 지도교수님인 김나이 교수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특히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를 통해 작품에서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있는지, 혹은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한편으로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제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어요. 그렇게 주로 동작을 잘 수행하는 데에만 집중했던 제 신체는 자연스럽게 작품의 주제에 맞는 신체언어로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으며, 안무가로서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할 수 있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움은 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어요. 아직 저는 많은 면에서 부족해서 여전히 배울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Q. 현재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의 ‘MODAFE 2022 <Rookies evening>’ 공연을 준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준비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신인데뷔전에서 발표했던 작품보다 약 3분의 길이를 추가하여 ‘MODAFE 2022 <Rookies evening>’에서 공연해야 했어요. 3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무용수와 더 많은 대화를 하면서, 작품에서 표현이 부족했던 부분, 아쉬운 부분, 혹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서로 이야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까지 발견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작품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MODAFE 2022 포스터


Q. 무용의 세계로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 인생은 무용을 시작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용을 시작하면서 매우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용을 하면 모든 것이 그냥 행복해지기에 무용의 세계로 빠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김명선 원우의 예술적 지향점이 무엇인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소통’이에요.

어렸을 때는 낯을 많이 가렸어요. 사람들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말도 못 걸 만큼 소심했던 저에게 무용은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떨어뜨리게 했습니다. 이젠 사람과의 소통이 가장 즐거워요. 무용을 통해 저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무용을 매개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Q. 무용가 ‘김명선’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요?

가족, 그리고 저와 함께하는 가족만큼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Q. 어떤 무용가가 되고 싶은지요.

아직은 어떤 모습의 무용가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 참 조심스럽지만, 저는 변함없이 노력하는 무용가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의 제가 배움을 즐거워하듯,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행복해하듯,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춤추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다음 여정을 위해 공부와 신체 훈련에 조금 더 집중할 거예요. 가까운 목표는 안무작을 한 번 더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계획은 그동안 공연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돌봐주지 못했던 집 앞 길고양이 먼지를 더 관심 두고 보살펴줄 예정이에요.


Q.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처음 안무작을 준비해 보며 잘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저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도전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했을 경험을 참 많이 얻었습니다. 학우들께서도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기도 하는 것 같아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