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UN 대한민국 대표부 인턴<br> 김지민 학우

주UN 대한민국 대표부 인턴
김지민 학우

  • 382호
  • 기사입력 2017.10.28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박지윤 기자
  • 조회수 9777

중간고사도 끝나고 어느덧 학기는 중반을 넘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종강은 먼 미래의 일 같지만 곧 눈앞에 다가온다. 부지런한 학우는 벌써 고민하고 있을 지 모른다. 특히 2학기는 종강후 새로운 해의 시작이라 어떤 일을 계획하기 좋다. 그렇다면 해외로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단순한 해외여행이 아니라 인턴십을 하면서 말이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뉴욕 소재 주 UN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김지민(경제, 15) 학우를 만났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해외 인턴십. 그 생활에 대해 기자는 궁금한 점이 정말 많았다. "주UN한국대표부 2위팀 (Second Committee/ECOSOC)에 배정돼 팀 외교관 분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2위팀은 경제, 사회 이슈 및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이하 SDGs) 실행 관련 주제를 토론하는 위원회입니다. 평소 SDGs 에 관심이 있어 관련 컨퍼런스에 참여하거나 NGO(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SDGs 이행의 외교적 정책설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싶어 인턴십에 지원했습니다.” 유엔에는 많은 인턴들이 있다. 각국 대표부 인턴들도 있는가 하면 사무국 본부에서 일하는 인턴도 있으니 관심 있다면 알아보라고 권유했다.

전 세계 사람이 다 모이는 유엔에서 힘든 점은 무엇일까. 유엔에는 전 세계에서 온 대사단이 수십, 수백 가지 이슈로 매일 회의를 한다. 따라서 각 회의별로 서로 다른 수천 가지 이해관계와 배경이야기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자국의 정치적 여론, 역사적 배경 심지어 몇 년 뒤의 이슈까지 관계된 발언이 오고가서 표면 그대로의 언어로 이해되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한다. 힘들다기보다 수면 아래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어 불편하다.

알아듣기 어려운 외교적 용어는 그를 긴장하게 만들지만 보람있기도 하다. “결의안 초안(Draft resolution)의 오타 및 수정 사항을 체크하다 고칠 점들을 찾아냈을 때.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유엔 결의안은 단어 하나로 의미가 달라져서 단/복수, 관사 하나까지 정확하게 작성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이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정말 꼼꼼하게 본 기억이 있다. 한국 이름을 걸고 나오는 결의안 작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보탰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에서의 인턴생활. 그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한국대표부는 대부분 한국인 직원 및 외교관들이 있어 한국과 완전히 다른 외국생활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요. 반대로 유엔 본부 안은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섞여있어 ‘국제화지역(International Territory)' 느낌입니다. 뉴욕, 그 중에서도 유엔 본부 근처는 ’미국‘의 느낌보다는 ’Melting Pot‘(용광로. 여러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곳을 나타내는 비유로 쓰인다.)의 현장입니다. 대부분 사람에게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며 생긴 모습, 생활양식이 모두 다릅니다.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함이 특징이죠.”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있어 원하는 음식은 다 먹을 수 있다. 주변에 터키, 인도 등의 아시안 음식부터 아메리칸, 쿠바 등 웬만한 나라의 식당이 있다. 그는 UN인턴 생활을 “지구에서 제일 뜨거운 용광로(Melting Pot)를 오가는 생활”이라고 정리했다.

넓은 곳에서 전 세계 사람을 만나니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다. 72차 총회 일반토의(General Debate)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 및 이해관계자들이 모였다. 다른 인턴들과 호텔 로비에서 대기하던 중 갑자기 경호원들이 길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누가 훅 하고 지나갔다. 옆에 있던 사람이 놀라더니 ”방금 빌 게이츠가 지나갔어.“라고 말해줬다.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세계 최고의 부자로 거론되는 사람이 그의 앞을 지나간 것이다.

인턴십 이후의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제1목표는 복학이다. 4학기 마치고 1년간 휴학 해서 최소 4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 경제 관련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도 싶다. 하지만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아직 듣지 못한 전공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이다.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목표가 그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그의 전공은 경제학과. 경제학 전공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평소 관심있는 주요 정치적 갈등이나 통상 이슈들이 대부분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경제적 지식이 없어서 국제 정세나 이슈들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낀 적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관심이 가는 사건과 일들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볼 수 있는 도구로써 경제학을 배우고자 마음먹었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경제 불평등 해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기도 해서 경제학과를 가게 됐다.

공부 말고 그의 개인사가 궁금했다. 동생이 성균관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정말 기뻤다고 한다. 친동생이 올해 인문계열에 입학했다. 물론 동생이 열심히 노력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동생의 수험 생활 중 나름의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 앞으로 같이 서울에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왔기 때문에 많이 기쁘고 뿌듯했다. 학교에서 많이 보진 못했지만 캠퍼스에서 둘이 인증샷을 찍거나 학교 축제에서 동생을 발견했을 때 등등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2학년 1학기는 힘들었다. 벌여놓은 일은 많고 첫 전공 수업은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잠도 잘 못자면서 커피로 겨우 정신을 붙잡는 생활이 이어졌었다. 해야 하는 일과 잘 하고 싶은 일들 속에서 일에 집어삼켜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끝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자존감을 한없이 갉아먹던 시기였다. 실제로 이 시기에 학점도 바닥을 찍었었다. 이전의 이야기와 사뭇 다르게 힘들어 보이던 그는 "그 당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충분한 휴식과 인정이었다. 나는 이 모습 자체로 소중하다는 인정. 벌여놓은 일들을 하나 둘씩 마무리하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천천히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했다“고 회상했다.

이루고 싶은 목표와 진로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학교생활과 직접 관련된 목표는 아니지만 이루고 싶은 것은 있다며 운을 뗐다. 뉴욕에 있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뉴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면 훨씬 아름다운 도시일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자신이 일해서 번 돈으로 여행을 오고 싶다. 진로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경제학 분야가 현재로선 관심 간다. 미래에 가질 직업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정 직장이나 일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그때그때 내가 즐길 수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도전해보고 싶다. 현재는 경제학적 도구를 통한 개발 및 불평등 해소와 교육을 통한 청소년 역량강화(Youth Empowerment)라고 언급했다.

미국 교환학생이나 장기간 체류 예정인 학우들을 위해 미국 생활 팁을 요청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라고 했다. 뉴욕은 매우 붐비고 늘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도시다. 뉴욕이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24시간 이런 환경에 노출돼 있다 보면 쉽게 피로해진다. 가끔 도시의 복잡함이 없는 장소를 찾아 힐링하곤 했다. 브라이언 파크에 앉아 노래를 듣거나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거나 주말에는 근처 다른 도시로 짧은 여행을 가기도 했다. 만약 여행을 간다면 대도시와 덜 도시적인 곳(?)을 번갈아 가는 방법도 추천했다. 콘크리트 건물로 쌓인 정글 속에서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 방법이 좋은 선택이 돼 줄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인턴 프로그램 참여자를 위한 팁을 물어봤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절대적인 학점이나 영어 능력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국제 이슈에 대한 관심, 개방적인 마인드가 더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유엔이라는 조직이 크고 복잡해서 조직도(Organization Chart)에 익숙해지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유엔과 한국대표부를 2달 남짓 경험한 게 전부인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조금 민망하기도 하면서 감사하다. 학우들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멋진 대학생활를 하길 응원 한다”며 활짝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