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목걸이를 만듭니다
–오포르 허유진, 김수연 학우

  • 469호
  • 기사입력 2021.06.13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8596

액세서리를 선물하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랑이든 애정이든 감사이든 화려하고 아름다운 액세서리에 마음을 담는다는 점에는 다름이 없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아름다운 액세서리 자체에 직접 마음을 담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바로 이런 생각을 ‘오포르(ofor)’라는 브랜드를 통해 실제로 펼쳐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15학번 허유진(사진 왼쪽), 김수연 학우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허유진 – 안녕하세요. 저만의 고유한 무늬를 만들고 싶은 허유진입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경영학 복수 전공)했고 15학번입니다.

김수연 – 안녕하세요. 영감과 공감을 주고 싶은 김수연입니다. 독어독문학을 전공(국제통상연계전공 복수 전공)했고 15학번입니다.


Q. ‘오포르(ofor)’라는 브랜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오포르는 of와 for의 합성어로 당신의, 그리고 당신을 위한 이야기를 심장 가까이에 담는 브랜드입니다. 여기서 이야기의 주체는 모네와 고흐 같은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고 발달장애를 가진 아티스트이기도 하며 저희이기도 합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우분들이 될 수도 있겠죠.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깊게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로 펜던트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Q. 오포르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저희는 20살에 꾼이라는 동아리에서 만난 6년 지기 친구입니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가 진로와 삶에 대한 온갖 고민이 많았던 23살, 성균관대 앞 봉쥬비어에서 ‘우리 나중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자’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중에’라는 건 각자 취업을 해서 일을 하다가 언젠가 함께하자는 뜻이었죠. 


그러다가 함께 학교에서 열린 ‘밋업(meet業)’이라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때 일이라는 것이 선택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갈 수도 있는 영역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일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던 때죠. 기존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내가 직접 내 일을 만들어갈 수도 있는데 그 일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면 더 좋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SeTA라는 학교 내 소셜 앙트레프레너십 팀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했어요. 처음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인 마인드가 생겼던 때였죠. 그때 창업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막상 4학년이 되고 나니 파도에 휩쓸리듯이 둘 다 취업 준비의 길에 접어들게 됐어요. 근데 하도 SeT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why’병이 도지다 보니 이유 없이 무언가를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왜 취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명확하게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삶이 재미없게 느껴지면서 ‘인생유잼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첫 번째 프로젝트가 짝짝이 양말 신고 하루 살기였고, 두 번째가 동대문 다녀와서 목걸이 만들기였는데 그 두 번째 프로젝트가 지금의 오포르가 됐습니다.


평범한 펜던트 말고 독특한 펜던트였으면 하는데 그게 뭘까 고민하다 펜던트에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만들어 놓고 보니 너무 예뻐서 학교 축제 부스에서 판매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고요. 저희 둘 다 그렇게 재밌게 살아보자고 시작한 프로젝트에 재미를 넘어선 진심이 됐어요. SeTA에서 인연을 맺게 된 이원준 교수님(‘제이콥’이라고 부릅니다)이 정신적인 멘토 역할을 해주셨어요. 저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버팀목 역할을 해주셨죠. 간단히 말해서 4학년 초, 취준(취업 준비)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삶이 재미없게 느껴지던 때 저희 2명이 벌인 인생유잼 프로젝트의 2번째가 오포르가 됐습니다.


ⓒ 왼쪽은 오포르 첫 작품, 오른쪽은 학교축제 부스에서


Q. 커스텀 사진 목걸이 ‘your piece’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기존에는 명화를 그려 담거나 여행 사진 등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 만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빈 펜던트는 오포르에게 ‘도화지’ 혹은 ‘빈 그릇’의 역할을 해요. 무엇을 어떻게 담느냐가 저희의 고민 지점이었고요. 그러다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를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각별하고, 소중하고,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일 테니까요. 그래서 시범으로 이틀간만 짧게 프로토타입으로 받아보자 하고 신청을 열었는데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로 신청을 해주셨어요. 부모님, 연인, 할머니, 친구, 강아지, 고양이, 여행에서의 추억 등 하나하나 소중한 이야기들을 보며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your piece가 자리 잡았습니다.


Q. 커스텀 사진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허유진 - 정말 옛날 사진으로 주문을 주셨던 분이 계세요. 제가 유추하기로는 1960년대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의 증명사진이었어요. 주문 주신 분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인데 두 분이 하나의 사진에서 사진을 같이 찍은 것처럼 합성 할 수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자세한 사정을 여쭤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을 보면 두 분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는 게 아닐까 싶어 서툴게 합성해서 담아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가족이나 강아지별에 떠난 강아지를 기억하기 위해 온 가족의 목걸이를 주문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은 아무래도 한 분 한 분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으로 모집했던 your piece 신청자들의 조각들



Q. 대부분 액세서리라면 미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액세서리에 의미를 부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희는 액세서리라는 제품군 자체가 가진 ‘항상 지니고 다니며 함께할 수 있는 속성’에 더 주목했습니다. 그 속성에 주목하다 보니 예쁜 것을 넘어서 ‘함께하고 싶고 지니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됐어요.


오포르의 메인 아이템은 목걸이인데요. 목걸이의 펜던트가 어디에 위치하나 보면 심장 가까이에 있잖아요. 체인도 우리 목 주위를 감싸 안는 형상이고요. ‘심장 가까이에서 우리를 감싸 안는 이야기’라는 오포르의 가치는 ‘목걸이’라는 액세서리 군이 가진 속성에서 비롯된 점도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심장 모양을 본떠 오포르 자체 심장 펜던트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둘 다 액세서리를 단순 액세서리보다는 어떠한 감정과 이야기를 선사하는 ‘오브제’ 역할로 전달하고자 해요. 그 형태는 액세서리이니 예뻐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또 한 가지 이유는 저희 둘 다 디자인을 전공한 게 아니다 보니 예쁜 액세서리를 디자인하는 역량보다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이야기를 담는 게 저희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체 제작한 심장펜던트



Q. 목걸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드신 건 무엇인가요?

A. 저희가 제작하는 목걸이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거든요. Your piece 같은 경우 사진도 직접 받아야 하고 개인적인 요청 사항도 신경을 써야 해요. 제작하는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는 정성이 꽤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에요. 펜던트에 사진을 넣고 레진을 3차 정도로 올려서 꼼꼼히 작업 하고 있어요. 근데 레진 작업 특성상 작은 기포가 생기기 쉬운데 저희가 미처 검수하지 못한 부분은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해요. 모든 제작 과정이 수작업인데 공장제처럼 아주 깔끔한 마감을 원하셔서 리뷰를 안 좋게 달아 주시면 속 상할 때가 있죠.


Q. 오포르를 운영하며 가장 행복했던 일

A. 허유진 – 드라마틱 한 일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가끔 보내주시는 DM(Direct Massage)이요. 가장 기억에 남는 DM은 한창 회의감과 불확신이 컸던 시기에 받았던 DM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공들여 전달하는 게 의미가 있나? 가치가 전달되고 있는 걸까? 액세서리 브랜드면 그냥 예쁜거 만드는 게 전부인 걸까?’하는 회의감이 들 때 오포르라는 브랜드는 감정을 선물하는 브랜드라고 말씀해 주신 분이 계세요. 감성보다는 감정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며 오포르를 통해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됐다고 해주셨어요.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분이었는데 그분이 그림으로 이루고 싶은 가치를 오포르가 이미 앞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든든하고 감사하다는 메시지였어요. 누군가는 전달받고 있구나 싶어 울컥했어요. 참 감사했고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감정을 선물하는 곳이구나’ 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말씀 하나하나가 작지만 어쩌면 이 일을 하는 전부인 것 같기도 합니다.


Q. 오포르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일

A. 김수연 -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이지 않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작년에는 이것저것 실험을 많이 해보다가 올해엔 목걸이에 초점을 맞추고 매출을 올려보자고 목표를 잡았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타깃으로 돌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매출이 잘 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떨어지기도 해서  암흑 속에서 길을 찾는 기분이었죠. 아무도 정답을 알려줄 수 없고 결국 저희가 길을 만들어 가야 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스토어 리뉴얼도 몇 번에 걸쳐서 하고 상품명부터 상세페이지까지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치기도 하며 고민을 열심히 했어요. 투입한 노력에 비해 성과가 너무 안 나와서 저희 둘 다 일할 의욕이 조금 떨어졌던 때도 있었는데 다행히 올해는 노력이 통했던 건지 성과가 나아져서 더 열심히 달려보는 중입니다.


Q. 다양한 의미를 담는 다채로운 목걸이를 만들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A. 현재 ‘감정 서랍’시즌을 오픈했습니다. 한 칸 한 칸 감정의 칸을 열어보며 내 감정을 꺼내보고 쓰다듬어 주려고요. 그 감정들을 이야기와 함께 액세서리라는 오브제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칸 ‘먼지 쌓인 감정’칸은 오픈되어 전개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감정의 칸을 열어보는 '감정서랍' 시즌은 이어가려고 합니다. 6월 18일 금요일부터 혜화 카페 낫컴플리트에서 [감정서랍:먼지쌓인감정]을 주제로 만든 음료와 작은 전시가 오픈되니 시간 되시면 놀러오세요.


이전에 ‘오포리(理)’라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 만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감정 서랍’이라는 주제로 진행했고 감정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익명으로 공유했던(글/사진/그림으로) 프로젝트였어요. 모두 각자의 소중한 감정을 꺼내 보여주셨고 깊은 교류가 오고 갔던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오포르 내부적으로 ‘감정 오브제’라는 오포르 제품이 충족시켜야 할 하나의 기준이 만들어졌어요. 감정은 늘 깊게 다뤄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거든요. 규모적 성장 이후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즌이라면 오포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게 감정이었어요.

감정은 오포르에서 심장과 이야기 다음으로 세 번째 본질이 된 듯해요. 또한 기존 액세서리 사업을 넘어서 ‘감정을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오포리'의 감정 서랍 계정에서 참여자들이 공유한 모습



Q. 오포르라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A. ‘내 이야기와 감정이 소중해지는 곳’이요. 지금은 펜던트 액세서리가 이야기와 감정의 매개체이자 오브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가까운 미래에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나눌 수 있는 더 많은 제품, 서비스, 혹은 커뮤니티가 그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오포르 세계관을 만들고 싶은 거대한 꿈이 있어요. (웃음) 그 매개체가 무엇이든 간에 내 이야기와 감정을 기꺼이 들려주고 싶은 곳이 됐으면 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리고 만날 수 있는 따뜻한 마을과도 같은 곳이었으면 하고요.


Q. 2020년 ‘성균관의 봄’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학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새내기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기획하게 됐습니다. 2020년 1학기에 코로나 상황으로 학교도 체계가 잡히지 않았을 때 저희도 추가 학기를 다니고 있었거든요. 종종 에브리타임에서 새내기 친구들이 학교를 오프라인으로 가고 싶어하고 아는 친구나 선배도 없다는 글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가장 로망이 컸을 계절이 봄인 것 같기도 해서 성균관의 상징인 은행잎과 벚꽃잎을 담아서 액세서리를 제작했습니다. 학교를 직접 올 수는 없어도 학교에 폈던 벚꽃잎과 은행잎이 담긴 액세서리를 통해서 작은 위로를 받기를 바랐어요.


나아가 코로나로 동아리 같은 네트워킹 활동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새내기들을 위해 선배, 혹은 친구들과 매칭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배들이 새내기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면서 매칭이 되거나 매칭을 신청한 새내기의 수가 많으면 새내기끼리 매칭해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2020 성균관의 봄


Q. 오포르와 함께 하고 있는 지금의 ‘나’

A. 허유진 - 설렘과 두려움 사이의 줄타기를 매일 하고 있어요. 

저희 오포르 기록용 계정 이름이 일희일비일 정도로 매일 감정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곤 해요. 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초창기와 달라진 첫 번째는 ‘이 롤러코스터를 운전하는 건 나’라는 생각이 주는 확신이에요. 노력과 성과가 절대 비례해서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간에 다시 롤러코스터를 위로 올리는 것도 저와 수연이니까요. 그 사실이 참 부담스러우면서도 즐겁고 다행이에요. 이젠 일비가 거쳐간 이후에 ‘왜 비였을까? 희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분석적으로 따져보려 하죠. 두 번째로 달라진 건 롤러코스터에 하나둘씩 타고 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내리면 그만이었지만 요즘엔 알바 분들도 오시고 도움을 주는 세미 팀원도 생기다 보니 다른 종류의 부담감이 생기고 있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즐겁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요하는 일이니까요. 말이 길었지만 한 마디로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김수연 - ‘나’의 스위치가 온전히 켜진 채 유진이와 함께 열심히 롤러코스터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4학년 2학기 때 오포르와 취준을 병행하면서 잠깐 취준 생활을 겪을 때 저는 꽤 불행했던 것 같아요. 제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고 남들이 다 하니까 인턴 쓰고 서류 넣고 그랬어요.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만큼 결과도 좋지 않았고요. 제 생각에 그때의 저는 ‘나’의 스위치가 꺼져 있었어요. 해야 하는 일에만 매몰되어 있었고 결과가 전부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모든 결정 하나하나를 주체가 되어서 하다 보니 온몸의 촉수를 세우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포르는 저희 손에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요. 뭔가를 내 손으로 직접 일구어 나가는 것은 때로 큰 짜릿함을 주는 것 같아요. 요즘은 몸집이 커지는 만큼 책임감도 늘어나기도 했고요.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알차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갈 때가 있었나? 생각해 보면 지금인 것 같아요.



Q.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A. 허유진 - 내부적으로는 먼 미래에도 여전히 설렘을 느끼고 꿈꾸기를 즐거워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여기서 ‘꿈’은 꾸지만 말고 실제로 현실로 만드는 대상이었으면 하고요. 가끔씩 눈앞의 일처리에 내가 어떤 꿈을 가졌고 그 꿈을 꾸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를 잊어버리곤 해요. 감정이 무뎌진 절 발견하기도 하고요. 제 닉네임이 무늬인데요. 내 고유한 무늬를 계속해서 찾아 나가고 싶다는 뜻도 있지만 21살에 달을 사랑하던 마음을 잃고 싶지 않은 뜻도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꿈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이바지했으면 해요. 지금 하고 있는 오포르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거고요.


김수연 - 온갖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늘 작은 것에도 새삼스러워하고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시간이 지나도 늘 저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오포르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저희가 전하고 싶은 가치를 더욱더 적절하게 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제 닉네임은 무트인데 무트(MUT)는 독일어로 ‘용기’를 뜻하거든요. 제가 혼자서 음악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음주 후 뜬금없이 전화하셔서 ‘딸아, 용기를 잃지 마’라고 하셨어요. 그때 이후 제가 저의 길을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도, 흔들릴 때 저를 지켜주는 말도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나의 삶을 살며 언젠가는 조금씩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발달장애 작가의 작품을 액세서리에 녹여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면 인식 변화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박길호 작가와의 콜라보. 오른쪽 사진은 마티스의 작품을 각색한 박길호 작가의 “우리도 따뜻하게 살 수 있을까? "



Q. 성균관대 학우들에게

A. 허유진 -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과 걱정,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건지 혹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불확신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안고 살기 힘든 감정들이지만 느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토닥여주고 싶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안과 걱정을 느끼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것 같아요. 그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단박에 내릴 수는 없어도 꾸준히 스스로에게 질문하려는 그 노력만으로도 저는 제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려 해요.


‘내가 하려는 선택은 통상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을 하시는 모든 분들께 여기 이런 사람도 있다고 꼭 많이들 가는 그 길을 가지 않아도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길도 꽤나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더 좋은 선례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죠.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돼 드리고 싶어요! 편하게 언니, 누나, 친구, 동생이라 생각하시고 찾아주세요. 끝으로, 오포르 많이 사랑해 주세요.


김수연 - 마음이 현재에 있어야 행복하다고 해요. 마음이 과거에 있으면 후회를 하고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잖아요. 만약 불안을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만 현재로 와서 편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작은 하나라도 오늘 하루 맛있는 걸 먹고 나의 행복을 챙겨 주는 것처럼요.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유진이 말처럼 느껴도 괜찮아요. 조금씩은 우리가 우리를 챙겨주고 편하게 현재의 행복을 챙겼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어떤 선택에서 고민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때로는 바깥소리가 너무 커서 내면의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려가다 보면 점점 후회가 적은 선택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우린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말아주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저희랑 그냥 수다 떨고 싶거나, 궁금한 게 있거나,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든 분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연락을 주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사이가 아니어도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저희는 열려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걸 너무 좋아하니까 저희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재밌는 프로젝트와 콜라보 제의도 적극 환영합니다. 현재 [감정서랍:먼지 쌓인 감정] 시즌을 전개하고 있으니 자체몰(https://www.ofor.love)에서 확인해주세요. 앞으로 더 나아갈 오포르와 저희의 활동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포르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ofor___/

메일: oforrrr@gmail.com